동향과 전망 90호
신간 저널 탐색 3. ≪동향과 전망≫이 진단하는 2등급 자유 국가, 대한민국
웃기네, 인터넷 강국이라고?
2012년 한국의 인터넷 자유 수준은 브라질과 동점, 일본과 필리핀보다 떨어지고 남아프리카, 케냐, 나이지리아에도 못 미친다. 웃지 않을 수 있는가?
인터넷이 가장 활성화된 나라임을 자랑하는 한국이 인터넷 통제가 심한 나라로 비판받는 것은 아이러니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 민주주의와 표현의 자유: ‘자유민주주의’의 위기”, ≪동향과 전망≫ 90호, 23~24쪽.
사태가 심각한가?
최근 몇 년 크게 후퇴했다.
증거는?
프리덤하우스 언론 자유 지수다. 한국은 1988년 이후 계속 ‘자유’ 국가로 분류되었는데 2010년부터 ‘부분 자유’ 국가로 강등되었다. 2011년 인터넷 자유 지수에서도 ‘부분 자유’를 받았다.
그것뿐인가?
국경 없는 기자들, 오픈넷이니셔티브가 한국의 언론 자유와 인터넷 자유에 대해 부정 평가를 했다. 유엔 표현의 자유 특별 보고관은 2011년에 한국에 대한 장문의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심각하게 문제를 제기하였다.
프리덤하우스는 믿을 만한가?
전 세계 학자들과 정책 결정자들 사이에서 널리 사용되는 공신력 있는 지표다.
어떻게 평가하나?
매년 각국의 정치적 권리와 시민적 자유를 1등급에서 7등급으로 평가한다. 언론 자유는 시민적 자유의 중요한 지표로서 별도로 발표한다.
평가 기준은 뭔가?
언론 자유 지수는 법적 환경(0∼30점), 정치적 환경(0∼40점), 경제적 환경(0∼30점)에 대한 평가를 합산해 0점(완전 자유)과 100점(완전 부자유) 사이에서 평가한다. 인터넷 자유도 0∼100점으로 평가한다. 30점 이내면 ‘자유’ 국가, 31∼60점 사이면 ‘부분 자유’ 국가, 61점 이상이면 ‘부자유’ 국가다.
한국은 몇 점인가?
지난해 정치적 권리 2등급, 시민적 자유 2등급을 받았다. 광의의 ‘자유’ 국가에는 속하지만, 2등급 자유 국가라고 할 수 있다. 언론 자유, 인터넷 자유는 ‘부분 자유’ 국가로 분류된다. 자유 없는 민주주의로의 퇴행을 염려하는 이유다.
자유 없는 민주주의도 있는가?
복수 정당과 선거 제도를 통해 국민에게 정치적 권리를 주는 민주주의의 모습을 갖추고 있지만 표현과 집회, 결사의 자유, 법치주의 등이 결여되어 있는 경우를 ‘자유민주주의(liberal democracy)’와 구분하여 ‘선거민주주의(electoral democracy)’ 또는 ‘자유 없는 민주주의(illiberal democracy)’라고 한다.
퇴행의 원인은 무엇인가?
표현 자유의 침해다.
핵심이 뭔가?
국가보안법, 명예훼손죄 남용, 선거운동의 기간과 방법에 대한 지나친 제한, 인터넷 실명제와 내용 검열을 통한 삭제와 차단을 들 수 있다.
국가보안법의 찬양 고무 조항을 말하는 것인가?
이 조항의 남용이 문제다. 국가 안보에 실질적 위협을 끼치지 않는데도 북한에 대한 찬양 고무적인 발언만으로 처벌된다. 인터넷 게시물도 무차별 차단, 삭제된다. 표현의 자유는 물론 알 권리까지 제한하는 것이다.
명예훼손죄는 무엇이 문제인가?
명예훼손은 본질적으로 당사자의 주관적 느낌에 관한 문제이므로 국가 형벌권의 대상으로 삼기보다는 민사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마땅하다. 특히 공직자나 공직 선거 후보자에 대한 명예훼손을 형사처분하는 것은 정치적으로 편향되어 집행될 가능성이 크다. 한국처럼 검찰의 정치적 중립이 의문스러울 때 폐해는 더욱 크다.
미국은 어떻게 하는가?
명예훼손을 형사처분하지 않는다. 공직자나 공적인 인물에 대한 비판에 대해서는 매우 악의적인 경우가 아니면 민사적인 책임도 묻지 않는다.
세계적 추세는 어떤가?
최근 국제연합, 유럽안보협력기구에서 명예훼손의 비형사범죄화 캠페인을 벌여 많은 나라들이 형법전에서 명예훼손죄를 삭제하는 추세다.
선거운동 자유의 제한은 심각한가?
법정 선거운동 기간을 아주 짧게 정해 놓고 소위 사전 선거운동을 금지, 처벌하는 나라는 일본과 일본의 비민주적인 선거법을 모방한 한국밖에 없다. 후보자비방죄는 일본에도 없고 OECD 국가 중 한국에만 유일하게 있는 악법이다. 정당의 지구당 활동마저 금지하고 지방자치 선거 후보들이 선거 자금 모금도 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은 자유 선거의 기본 원리를 부정하는 것이다.
인터넷 규제도 심각한 수준인가?
인터넷 강국을 자랑하는 한국에서 인터넷 공간은 지나친 차단과 삭제 조치로 얼룩졌다. 명예훼손 등의 이유로 네티즌들을 형사 입건하고 사법 처리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정말 심각한가?
2012년 프리덤하우스의 인터넷 자유 지수에서 한국은 32점으로 브라질과 동점을 얻었다. 일본(22)은 물론 필리핀(25)보다도 훨씬 아래고 남아프리카(26), 케냐(28), 나이지리아(31)보다도 떨어지는 점수다.
왜 갑자기 이러는 것인가?
2010년 이후 프리덤하우스의 평가지표가 눈에 띄게 악화됐다. 과거 김대중, 노무현 정권 때도 언론 자유 지수가 그리 좋은 편은 아니었다.
김대중, 노무현 정권 때는 어땠는가?
언론 자유 지수는 김대중, 노무현 정권 때 ‘자유’ 국가로 인정은 받았다. 그러나 ‘자유’ 국가 범주 안에서는 가장 낮은 점수였다. 특히 법적 환경에서 좋지 않은 평가를 받았다.
대안 있나?
정치 활동의 규제 완화다. 명예훼손의 비형사범죄화, 선거운동과 정치 활동에 대한 지나친 규제와 인터넷에 대한 과도한 규제를 완화하기 위해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위한 시민사회 운동이 필요하다.
당신은 누구인가?
유종성이다. UC 샌디에이고 국제관계대학원 조교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