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큘라
무서운 책 3. 드라큘라, 빅토리아 섹스 모럴의 심판자
김종갑이 옮긴 브램 스토커(Bram Stoker)의 ≪드라큘라(Dracula) 천줄읽기≫
드라큘라, 빅토리아 섹스 모럴의 심판자
미나는 여자이기 때문에 고립되고 드라큘라는 틈을 놓치지 않는다. 빅토리아 사회는 섹스를 금기하고 여성을 고립시킨다. 흡혈귀는 제 세상을 만난다. 그는 왜 여자만 공격했을까? 왜 여자는 혼자 있었을까?
“우리 집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자유롭고 편하게 들어오세요.”
그는 나를 반기기 위해서 앞으로 걸어 나오지는 않았다. 환대했던 몸짓은 사라지고, 돌로 굳어진 듯이 석상처럼 꼼짝하지 않고서 그 자리에 서 있기만 했다. 내가 문지방을 넘는 순간에서야 다급하게 앞으로 나와서 손을 내밀고 악수를 청했다. 나의 손을 잡는 힘이 너무나 강했기 때문에 나는 몸을 움츠렸다. 그의 손은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살아 있는 사람의 손이 아니라 시체처럼 느껴졌다. 다시 그가 입을 열었다.
“방문을 환영합니다. 자유롭게 들어와서 무사하게 떠나길 바랍니다. 그리고 당신이 가져온 행복을 조금이나마 남겨놓길 바랍니다.”
나는 그가 드라큘라 백작이 맞는지 신분을 확인하기 위해 질문을 던졌다.
“드라큘라 백작님?”
그가 우아하게 머리를 숙이면서 대답했다.
“내가 드라큘라입니다. 하커 씨를 환영합니다. 밤공기가 차가우니 어서 안으로 들어오세요. 음식과 휴식이 필요하겠지요?”
≪드라큘라 천줄읽기≫, 브램 스토커 지음, 김종갑 옮김, 26~27쪽
하커는 왜 드라큘라의 집에 간 것인가?
드라큘라 백작이 런던의 저택을 구입하는 데 필요한 법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다.
그가 런던에 집을 사려는 이유는 뭔가?
당시 런던은 근대 문명의 상징이었다. 드라큘라는 런던의 삶을 동경한다. 그곳에 살면서 많은 사람을 흡혈귀로 만들어 자신이 소유하려 한다.
런던에 간 뒤 처음 피를 빤 대상은 누구였나?
조너선 하커의 부인인 미나의 친구, 루시를 제일 먼저 흡혈귀로 만든다. 그러고는 미나에게 접근한다.
미나도 흡혈귀가 되는가?
드라큘라에게 목을 물린다. 하지만 성에서 탈출한 조너선 하커와 루시에게 청혼한 적이 있는 세 친구가 힘을 합쳐 대항한 덕분에 드라큘라는 그녀에게 접근하지 못한다. 그들에게 쫓겨 런던을 떠난다.
어디로 가는가?
루마니아 트란실바니아에 있는 자신의 성으로 피신한다. 하지만 결국 하커 일행에게 발각되어 목이 잘리고 심장이 찔린다. 그의 몸은 먼지가 되어 사라진다.
미나는 어떻게 되는가?
목을 한 번 물린 것으로 당장 흡혈귀가 되지 않는다. 그녀는 차츰 회복된다.
브램 스토커의 메시지는 뭔가?
선과 악의 대결에서 선의 승리다. 작가 브램 스토커는 기독교의 진리와 신앙의 가치를 옹호하고 대변하고 싶었던 듯 보인다.
작품에서 나타나는 기독교의 권능은 무엇인가?
가공할 힘과 변신의 능력을 가진 드라큘라는 악마처럼 죽지 않는 존재다. 그럼에도 그는 십자가와 성체 앞에서는 꼼짝을 하지 못한다.
드라큘라는 어떤 모습인가?
뾰쪽한 귀와 지옥 불처럼 타오르는 눈을 가진 전형적인 악마상이다. 반면에 하느님 편에 서서 그와 대항해 싸우는 하커 일행은 천사처럼 그려졌다.
드라큘라의 악마성은 무엇인가?
무조건 자기 욕망에 탐닉한다. 누구든 서슴지 않고 흡혈하면서 자신의 성적 욕망을 추구한다. 등장인물들과 달리 그에게 반성하거나 후회하는 일은 없다.
흡혈하면서 성적 욕망을 추구한다는 것이 무슨 말인가?
드라큘라에게 흡혈은 사랑이다. 성적 만족을 추구하는 것은 갈증을 달래는 자연스러운 행동이다.
당대의 성 윤리는 어떤 것이었나?
빅토리아 시대에는 남녀가 자유롭게 성적 만족을 추구하는 것을 금기시했다. ≪드라큘라≫에서 모든 등장인물들은 드라큘라와 극명하게 대비된다. 철저하게 자신의 성적 욕망을 억제한다. 조너선과 미나도 부부라기보다 친구로 보일 정도로 애정 표현을 하지 않는다.
이 작품이 빅토리아 시대의 성 윤리를 비판하는가?
작가는 성 윤리를 옹호했다. 그러나 후대에 와서 작가 의도와는 반대의 해석이 나타난다.
후대의 해석은 어떤 점에서 작가 의도와 대립하는가?
미나도 드라큘라 사냥에 참여하고 싶어 한다. 그러나 여자라는 이유로 거절당한다. 일행에서 떨어져 혼자 있을 때 드라큘라가 접근하고 그녀를 공격한다. 드라큘라가 여성을 사회에서 배제하는 가부장적 이데올로기의 허점을 교묘하게 비집고 들어가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이유 때문에 ≪드라큘라≫를 단순히 흥미 위주의 대중적인 고딕 소설로 치부할 수 없게 된다.
고딕 소설이 뭔가?
18세기 후반부터 19세기 초판까지 유행했던 문학 장르로, 영화의 스릴러나 미스터리처럼 독자에게 공포와 전율을 안겨 주는 소설이다. 보통 고딕풍의 중세 성을 배경으로 의문의 살인 사건이 일어나기도 하고 무시무시한 유령이 출몰하기도 한다. 그러나 ≪드라큘라≫는 전통적인 고딕 소설과 다르다.
무엇이 다른가?
주된 배경이 중세가 아니라 19세기, 특히 문명화와 산업화가 첨단을 달리는 영국이란 점이다. 트란실바니아의 드라큘라 성이 배경인 처음에만 전통적인 고딕 소설의 분위기를 풍길 따름이다.
브램 스토커는 누구인가?
아일랜드 소설가다. 연극 평론가로도 활동하고 극장을 경영하기도 했다. 그의 여러 작품 가운데 ≪드라큘라≫만이 오늘날까지 많은 사람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
당신은 누구인가?
김종갑이다. 건국대 영문학과 교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