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덴 란다이
아시아 고전 특집 2. 태국편
프라마하몬뜨리(쌉)(พระมหามนตรี(ทรัพย์))이 쓰고 김영애가 옮긴 ≪라덴 란다이(บทละครเรื่อง ระเด่นลันได)≫
거지와 왕자, 또는 왕자와 거지의 패러디
떠돌이와 천민이 노예 여인을 두고 다툰다. 저자의 이야기다. 두 왕자가 한 여인을 두고 다툰다. 왕궁의 이야기다. 남여상열지사다. 그 인간이 그 인간이다.
이제 이야기를 시작하자.
의지할 곳 하나 없는 가난한 천애의 란다이 왕자님 이야기를.
일인 왕국의 왕자님은 떠돌이라네.
힌두 사원 앞, 그네 거리 저자통을 누비네.
꼭대기가 뚝 잘려나가 버린 궁성의 첨탑 근처에 사는데
번쩍이는 보석 성벽은 가시철조망투성이고
호위하는 군졸이 개 짖는 소리를 내어 시간을 알리며
음해하려고 침입하는 적을 지키고 있네.
≪라덴 란다이≫, 프라마하몬뜨리(쌉) 지음, 김영애 옮김, 33쪽
≪라덴 란다이≫가 어떤 작품인가?
태국 최초의 풍자문학이다. 형식만 보면 공연극이지만 내용을 보면 읽고 즐기는 것에 더 중점을 두었다.
주인공은 누구인가?
떠돌이 거지 란다이다.
거지를 왕자님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뭔가?
일종의 풍자다.
등장인물은?
쁘라두와 쁘라대가 나온다. 인도 사람 쁘라두는 말레이에서 온 포로 쁘라대를 노예시장에서 아내로 사 왔다.
무슨 이야기인가?
쁘라두가 소를 몰고 성 밖으로 나간 사이 란다이가 쁘라대를 유혹한다. 두 사람은 눈을 맞추고 이 사실을 안 쁘라두가 란다이와 크게 다툰다.
거지와 이민자가 노예를 두고 다투는 것인가?
란다이는 거지 신분으로 ‘캑’이라 불리며 멸시받았다. 쁘라두는 인도에서 온 가난한 이주민이었다. 쁘라대 역시 전쟁 포로인 노예 여인이었다. 세 사람은 당시 태국인에게 인간 이하의 취급을 받았다.
쁘라대의 미모 때문인가?
아니다. 피부가 검고 귀에는 손가락이 드나들 정도로 구멍이 나 있는 추녀였다.
추녀를 두고 두 남자가 싸운단 말인가?
그렇다. 그 때문에 이 사건은 태국 방콕 사람들의 입에 오랫동안 회자되며 웃음거리가 되었다. 이 실화를 바탕으로 저자는 실명을 사용해 이 작품을 썼다.
실명을 썼다면 기록문학인가?
실제 일을 토대로 했지만, 여기에 더해 태국의 장편 서사문학 ≪이나오≫를 패러디했다.
≪이나오≫는 어떤 작품인가?
왕궁의 여인들이 궁에서 공연했던 정교하고 고상한 품격을 가진 무용극이다. 아유타야 시대부터 내려오던 이야기로, 왕국이 망하면서 문학작품이 전소되었고 라마 1세, 라마 2세 등 여러 왕이 그때의 문학작품을 궁정시인에게 명령해 다시 제작했다. ≪이나오≫는 특히 상류층의 사랑을 받았다.
천민의 이야기에 궁정극을 패러디한 이유는 무엇인가?
플롯이 유사했다. 또 상류층을 풍자하기 위해서는 상류층이 즐기는 작품을 패러디하는 것이 손쉬웠다.
≪이나오≫는 어떤 이야기인가?
자바의 왕자 이나오는 같은 가문의 부싸바와 정혼한 사이였지만 다른 여인의 매력에 빠져 약속을 깬다. 부싸바의 아버지는 딸을 다른 왕자와 혼인시키려 했다가 딸이 말을 듣지 않자 지체가 낮은 왕국의 아들인 쩌라까와 정혼시킨다. 그러던 중 이나오는 부싸바를 만나 보고 첫눈에 사랑에 빠져 그녀를 납치해 달아난다.
≪라덴 란다이≫는 ≪이나오≫를 어떻게 패러디했는가?
≪이나오≫를 읽은 사람이면 누구나 이나오가 란다이, 쩌라까가 쁘라두, 부싸바가 쁘라대임을 알 수 있다.
두 작품의 차이는 무엇인가?
≪이나오≫가 아름답고 낭만적인 분위기라면 ≪라덴 란다이≫는 슬프고 기괴하다. 전자는 왕가의 이야기인 반면 후자는 당시 사회의 밑바닥 천민 계층의 이야기다. 작가는 정의로운 이나오를 바람둥이 란다오로, 현숙한 미인인 부싸바를 다른 남성과 정분이 나는 유부녀 쁘라대로 패러디해 당시 사건을 기록하는 동시에 한층 더 웃음거리로 만들었다.
≪라덴 란다이≫의 작가는 누구인가?
프라마하몬뜨리(쌉)는 왕궁을 지키는 경찰대나 근위대에 소속된 고위 관료였다. 19세기 당시 태국에는 성씨가 없었으며 관직명 옆에 괄호를 하고 본명을 붙였다. 즉, ‘쌉’이 그의 이름이다. 시대상에 민감한 작가였다.
당신은 누구인가?
김영애다. 한국외국어대학교 태국어과 교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