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 기호학: 기호·전략·브랜드 가치
엄창호가 옮긴 로라 오즈월드의 ≪마케팅 기호학≫
기호학이 마케팅을 살린다
시장조사는 이성 논리지만 소비 행동은 직관 판단이다. 시장조사가 돈만 잡아먹는 멍청이로 비판되는 이유다. 오즈월드는 이항대립에서 출발해 코드와 구조를 거쳐 브랜드 지형에 도달한다. 마케팅에 필요한 기호학의 역동적이고 변증법적 특징을 만날 수 있다.
마케팅에 기호학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마케팅의 핵심은 브랜딩이고, 브랜드란 소비자의 마음속에 차별화된 의미를 전달하는 상징체계다. 차이와 의미, 상징을 다루는 학문인 기호학은 그래서 마케팅과 숙명적으로 밀접한 관계에 있다. 1987년 레이 교수가 자신의 논문에서 “마케팅은 후기 산업 사회에서 기호학 연구의 일차적 표적이 될 것이다”라고 말한 이유다.
마케팅의 시장조사 기능에 문제가 있다는 뜻인가?
그동안 마케팅은 설문조사, 포커스 그룹 인터뷰, 심층면접, 실험조사 등 시장조사에 지나치게 의존해 왔다. 양적 조사의 대안으로 질적 조사가 주목받고 있지만, 그 유용성과 신뢰성이 의심받고 있는 건 마찬가지다. 필립 그레이브스는 시장조사란 근본적으로 의식적인 과정인 반면 소비자 행동은 무의식적 마음의 부산물이므로, 우리는 어떤 행동을 하고 난 뒤에도 그 요소들이 어떤 식으로 우리 행동을 결정지었는지 잘 알 수 없다고 단정한다. 따라서 시장조사는 늘 부정확할 수밖에 없다.
시장조사의 한계를 기호학이 극복할 수 있나?
모든 기호학이 그럴 수 있는 건 아니다. 그래서 로라 오즈월드는 분석의 근간이 되는 구조기호학에 문화기술지와 같은 질적 조사방법을 보완하여 기존 마케팅 조사의 문제점을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한다.
오즈월드의 방법론의 핵심은 무엇인가?
사회문화적 맥락 속에서 해당 브랜드가 속한 범주를 구조화하는 코드를 발견한다. 그 코드를 바탕으로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수립·실행하여 해당 브랜드를 다시 그 범주의 사회문화적 맥락 속에 스며들게 한다.
이 책이 다루는 문제는 무엇인가?
시장조사와 세분화, 브랜드 포지셔닝, 크리에이티브 전략 수립, 광고, 제품 디자인, 매장 디자인 등 브랜드 관리의 전 영역에 걸쳐 기호학이 체계적으로 적용될 수 있음을 보여 준다.
이 책의 핵심 개념은 이항대립인가?
이항대립, 코드, 구조화하다(structure), 브랜드 지형, 세미오시스다. 이항대립은 기호학적 분석의 핵심이며, 코드는 기호학적 분석의 최종 목적이다. 구조화하다는 텍스트의 분절과 코드의 구성 방식이고, 브랜드 지형은 브랜드의 사회문화적 양상 전체를 볼 수 있는 상징적 체계다. 세미오시스는 기호학의 역동적이고 변증법적 특징을 말해 준다.
이항대립은 브랜딩 전략에 어떻게 쓰이나?
브랜드를 포지셔닝하고 경쟁자와 차별화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코크와 펩시 브랜드다. 청량음료라는 범주에서 두 브랜드를 분석해 보면 전통적인/첨단적인, 원숙한/젊은, 고전적인/유행 따라 변하는, 붉은/푸른 같은 이항대립 쌍을 도출할 수 있다. 각 브랜드는 이런 이항적 차이가 시장에서 계속되도록 조절함으로써 각자의 경쟁적 우위를 유지한다.
브랜드 분석에 활용되는 코드의 유형은?
잔여 코드, 지배 코드, 새롭게 떠오르는 코드다. 잔여 코드는 동력을 잃어버리고 유행에 뒤처진 코드를 말한다. 정숙한 젊은 여성의 드레스 코드였던 높은 깃과 긴 치마와 같은 것이다. 지배 코드는 주어진 시기의 문화에서 널리 수용되는 코드를 말한다. 하지만 그 지배력이 확장되면서 독창성과 강렬함을 잃는다. SUV는 미국에서 가장 잘 팔리는 자동차였지만, 친환경 운동이 부흥하며 지배력을 잃었다. 새롭게 떠오르는 코드는 사회문화적 변화에 맞춰 진화하는 코드를 말한다. 2003년 토요타가 하이브리드카 프리우스로 꼼꼼하고 반항적인 새로운 소비자 집단의 관심을 끌어들인 경우가 대표적이다.
코닥의 시장 적응 실패 이유를 브랜드 지형 측면에서 분석하면?
디지털 소비문화는 정보가 복제되고 전파되는 방식에 극적인 변화를 낳았다. 사진을 찍고 출력하고 보관하는 것의 의미가 소비자들에게 새롭게 해석되고, 클릭과 공유가 출력과 저장보다 우선시되었다. 즉 소비자 브랜드 지형이 바뀐 것이다. 하지만 코닥은 “코닥의 순간”으로 대표되는, 추억과 아름다운 사진이라는 기존 브랜드 유산에 얽매여 이러한 변화를 꿰뚫어보지 못했다. 결국 디지털 시장에 적응하는 데 실패했다.
매장 공간 설계에도 기호학을 적용할 수 있나?
물론이다. 소비자는 자신의 브랜드 인지, 다른 가게에 대한 기억 등의 렌즈를 통해 그 매장을 읽는다. 매장의 설계도, 동선, 신호체계, 상품 배열은소비자의 브랜드 인식과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요소들을 분석하고 활용하는 데 기호학은 훌륭한 도구다. 기호학적 분석이란 개별 텍스트를 해석하거나 설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세미오시스라는 복잡한 과정을 검토하는 일이다. 세미오시스는 넓은 의미에서 교통신호, 광고, 매장 디자인 등 다양한 텍스트의 상징 구조에 소비자를 끌어들이는 변증법적 과정을 말한다.
국내 마케팅 기호학 연구는 어느 수준인가?
우리나라에서도 기호학이 마케팅 문제의 해결과 브랜드 자산의 구축에 기여해야 함을 역설하는 문제 제기는 꾸준히 있어 왔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문제 제기의 단계에 멈춰 있는 듯하다. 이 책의 저자는 마케팅 기호학이 사회과학임을 여러 차례 강조하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 마케팅 기호학과 관련해서 인문학 중심의 강단 학문을 넘어 학제 간, 산학 간 통섭과 협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이 책이 국내 마케팅 연구에 기여할 수 있을까?
2000년대 초 삼성경제연구소는 실증주의와 양적 조사의 한계를 지적하고, 은유추출기법처럼 새로운 마케팅 조사방법을 제안했다. 연세대학교 경영대학 장대련 교수와 같은 저명한 국내 학자들도 기호학처럼 새로운 접근법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이 책은 참신하면서도 의미 있는 시각을 마케팅 연구에 제공할 것으로 확신한다.
독자는 이 책을 통해 무엇을 얻을 수 있는가?
광고, 홍보, 마케팅, 디자인, 영상, 문화콘텐츠를 전공하는 고학년 학부생, 대학원생, 전문가, 그리고 관련 종사자가 이 책의 표적 독자다. 고학년 학부생과 대학원생은 유용한 시각과 발전적 문제의식을 얻을 수 있다. 마케팅과 광고 현장의 실무자는 참신하고 독창적인 브랜드 차별화에 관한 통찰을 얻을 수 있다.
이 책의 특징과 분석 사례는 어떤 것인가?
마케팅과 기호학을 성공적으로 접목시켰다. 저자가 지난 12년 동안 수행한 조사와 컨설팅 결과를 바탕으로 마케팅 문제에 대한 기호학적 해결책을 제시한다. 시장조사를 중시하는 마케팅과 해석 위주의 기호학이 각자 가지고 있던 한계를 동시에 극복해 낸 역저다. 저자가 수행한 조사와 컨설팅 대상에는 포드, 맥도날드, 코카콜라 등 세계적인 브랜드들이 포함되어 있다.
왜 이 책을 골라 번역했나?
기호학은 나의 오랜 학문적 지향이고 광고와 마케팅은 나의 오랜 생업이었다. 이 두 영역이 생산적으로 만날 수 있는 접점을 찾다가 이 책을 발견하고 번역했다. 기호학에는 비판적 측면과 실용적 측면이 있는데, 이 책은 기호학의 실용적 측면을 대표하는 책이 될 것이다.
당신은 누구인가?
엄창호다. 한국지방재정공제회 옥외광고센터 교육홍보부장이다. 광고 대행사에서 카피라이터와 크리에이티브디렉터를 지냈고, 평생 화두인 ‘소비’를 이해하는 중요한 관점이자 방법론으로서 기호학을 공부한다. 홍익대학교 광고홍보대학원 겸임교수로 광고기호학을 강의하고 있다.
<<마케팅 기호학: 기호·전략·브랜드 가치>>
마케팅의 핵심은 무엇인가? 브랜딩이다. 기호학은 어디에 쓰이나? 소비 지형 분석, 차별화된 의미 발굴, 제품 포지셔닝, 광고 집행, 매장 디자인 등 브랜드 관리의 전 영역에 적용된다. 마케팅 기호학의 블루오션은? 인터넷 마케팅과 글로벌 브랜딩이다. 로라 오즈월드가 수년간의 실제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기호학과 마케팅을 체계적으로 접목시켰다. 마케팅 기호학의 이론과 실제가 일목요연하다. 실증주의 마케팅의 한계를 넘어서는 브랜드 전략이 여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