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 중립성
2496호 | 2015년 3월 18일 발행
망 중립성 논쟁의 본질
배진한이 쓴 <<망 중립성>>
인터넷의 자유와 통신사업자의 음모
통신은 공공의 권리고 통신망은 공공 자산이다.
관리하라고 돈을 줬더니 관리인이 주인 행세를 한다.
주인 찾는 손님에게 입장료 받겠다고 손을 벌린다.
주인이 나설 때가 되었다.
“망 중립성 논쟁이 격화된다. 가입자 시장의 성장이 둔화되고 통신사업자의 매출이 정체되었다. 인터넷 트래픽은 급증하고 네트워크 혼잡 관리가 필요해졌다. 네트워크 업그레이드 비용 분담을 요구하는 통신사업자의 목소리가 커진다. 통신사업자와 콘텐츠사업자 간 갈등이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미디어의 다양성을 지키는 길’, <<망 중립성>>, xi쪽.
망 중립성 논쟁의 이슈가 뭔가?
인터넷 트래픽 관리에서 통신사업자의 의무와 범위다. 망 중립성 규제를 강화하자는 주장과 규제를 반대하는 주장이 팽팽히 맞선다.
규제 주장의 근거는 뭔가?
네트워크 공공성과 인터넷 개방성이다. 소비자 이익을 위해 통신사업자의 중립적 트래픽 처리가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인터넷을 언론 미디어로 보고 중립적 인터넷을 표현의 자유와 민주주의 실현의 필수 전제로 간주한다.
규제 반대의 주장은?
규제가 접속 시장의 성장과 혁신의 걸림돌이라고 생각한다. 인터넷 망은 기업의 사적 재산이므로 망 투자비용의 회수와 이윤 추구를 억압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인터넷 트래픽 폭증에 대응한 ‘합리적’ 트래픽 관리는 통신사업자에게 반드시 허용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합리적’ 트래픽 관리란?
혼잡을 유발하는 트래픽을 제어하는 것을 의미한다. 기술을 통한 트래픽 관리와 함께 품질 보장 관리형 인터넷 허용도 요구한다.
트래픽 관리가 표현의 자유까지 관리할 가능성은 없는가?
가능성이 있다. 인터넷 공간에서 표현의 자유는 접속과 참여에서 비롯된다. 인터넷의 수평적 개방성은 모든 참여자의 평등과 상호성을 증진해 왔다. 통신사업자의 임의적인 트래픽 관리는 평등한 접속과 참여를 저해하고 자유로운 표현을 막는 결과를 부른다. 통신사업자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
침해 사례가 있나?
있다. 컴캐스트는 2002년 반전단체인 ‘애프터다우닝스트리트(After Dowining Street)’가 자사의 메일 계정으로 지지자들에게 보낸 이메일을 차단했다. 2005년에는 AT&T가 인기 록그룹 펄 잼의 공연 실황 웹캐스팅 중 그룹의 리더 에디 베더가 부시 대통령을 비난하는 오디오를 삭제했다. 망 중립성을 훼손한 명백한 증거다.
통신사업자가 사용자의 메시지 내용을 어떻게 들여다보는 것인가?
심층패킷분석(DPI, Deep Packet Inspection) 기술을 사용한다. 이 기술은 인터넷에서 전송되는 패킷의 서비스 유형뿐 아니라 내용까지도 볼 수 있다. 이제 통신사업자는 인터넷 게이트키퍼가 되었다. 새로운 형태의 검열이다.
이런 위험에 대해 통신사업자는 뭐라고 변명하는가?
DPI가 실제 패킷 내용을 파악하는 것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패킷은 비밀스러운 내용을 담은 편지나 소포가 아니라 누구나 볼 수 있게 공개된 엽서와 같다고 말한다. DPI는 이메일, 멀웨어 등 전송 객체를 이해하는 기술이고 사적인 내용을 읽는 게 아니라 그 패턴을 스캔해 최적 경로를 결정하는 수단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위에서 말한 품질 보장 관리형 인터넷이란 무엇을 말하나?
전송 속도와 품질에 크게 영향 받는 음성전화나 동영상 서비스가 일정 품질을 유지하도록 처리에 우선권을 부여하는 방식을 말한다. 지금까지는 망 중립성을 지키기 위해 선입선출(first come, first serve) 방식의 최선형(best effort) 인터넷 방식을 택해 왔다. 통신사업자는 품질 보장 관리형 인터넷의 확대를 주장한다.
통신사업자의 속셈은 뭔가?
콘텐츠사업자들에게 망 이용과 고도화 비용을 분담시키려는 의도다. 트래픽이 많아질수록 수익이 커지는 콘텐츠 사업자가 망 유지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비용을 수익자가 부담해야 한다는 주장이 틀린 것인가?
논리에서는 문제가 없다. 통신사업자들의 태도에 문제가 있다. 그들은 트래픽 발생량과 네트워크 부하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다. 투명하고 정확한 정보 공개 없이 비용 부담만 주장해서는 안 된다. 이렇게 해야 망 중립성 논쟁도 끝낼 수 있다.
이 책, <<망 중립성>>은 무엇을 다루나?
망 중립성과 관련된 10개의 주제를 다룬다. 인터넷 개방성을 지탱해 온 네트워크 디자인의 원칙, 공유지인 네트워크에서 표현의 자유와 프라이버시, 망 중립성과 관련한 미디어 생태계의 변화를 살핀다. 망 중립성 논란에 대한 대답이다.
당신은 누구인가?
배진한이다. 상지대학교 언론광고학부 교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