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심보감
<스승의 날 특집> 배워야 산다 5. 지족과 겸양의 덕을 얻으려면
조기영이 옮긴 범입본(范立本)의 <<명심보감(明心寶鑑)>>
마음이 무엇인가?
세 개의 작은 점은 별처럼 빛나고 가로 그은 한 줄이 초승달을 닮았다. 신선도 이로부터 얻고 부처의 길도 여기서 비롯된다. 마음 심은 그런 글자다.
≪명심보감≫을 항상 눈으로 보고 매양 마음에 경계하면서 착한 일을 본받고 악한 일을 주의한다면 어찌 하늘의 도움을 기대할 필요가 있겠는가?
≪명심보감≫, 범입본 지음, 조기영 옮김, 289쪽
≪명심보감≫은 어떤 책인가?
우리 민족이 건전한 정신과 정서를 함양할 수 있도록 도와준 고전이자 도덕과 철학 사유를 품은 대중 교양서다.
한문 입문 교재로 유명한 이유는 무엇인가?
유익하면서도 읽기 쉬운 문장 덕분이다.
어떤 이야기가 있는가?
상고시대부터 전해 온 시문·격언·속담·경구·가훈·방언이다. 솔직담백한 중국인의 사유다.
범입본(范立本)은 그것을 어디서 찾았나?
사서삼경을 비롯해 ≪공자가어≫·≪소학≫·≪근사록≫·≪성심잡언≫에도 많이 의존했다. 주자와 정자 같은 제현의 글도 자주 인용했다.
그의 메시지는 뭔가?
공자, 강태공의 말을 ‘자왈(子曰)’, ‘태공왈(太公曰)’로 인용하며 도덕적인 윤리와 선지(先知)적인 교훈을 전한다. ≪경행록(景行錄)≫의 경험 철학에도 주목했다.
책의 주제는 뭔가?
마음이다.
어디에서 마음을 찾을 수 있는가?
성심편(省心篇)에 실린 조항이 256조로 전체 편 중에 가장 많다. 다음으로 정기편(正己篇)에 117조, 존심편(存心篇)에 82조가 있다. 마음과 몸가짐에 관한 내용을 강조했다는 증거다.
범입본은 어떤 사람인가?
명나라 초기에 활동했을 것으로 본다. 중앙 정계에 진출하지 않고 향촌과 산림에 머물면서 후학들을 교육하고 저술하며 일생을 마친 일사(逸士)로 추정한다.
그가 이 책을 지은 목적은 무엇인가?
서문에서, 넓게 배우지 않으면 널리 앎이 없고 마음을 밝히지 않으면 본성을 볼 수 없다고 했다. 제목의 ‘명심(明心)’이라는 말에도 나타나듯이 인간의 마음을 착하고 건전하게 밝히고자 했다.
이 책이 고려 때 추적(秋適)이 편찬했다고 알려진 이유는 뭔가?
그의 후손인 추세문(秋世文) 등이 집안에 전해 오던 ≪명심보감≫ 판본에 의거해서 지인들에게 서문과 발문을 의뢰해 1869년 출간한 것이 대구인흥재사본(大邱仁興齋舍本) ≪명심보감≫이다. 당시 사람들은 이로 인해 추적을 편저자로 본 것이다.
어떻게 편저자가 범입본으로 밝혀지게 되었는가?
1980년대 초에 청주판본 ≪명심보감≫이 소개되었다. 거기에 범입본이 1393년에 쓴 서문이 들어 있다. 청주본은 범입본이 간행한 원본을 1454년에 청주에서 판각한 것으로, 우리나라 최초의 ≪명심보감≫ 판각본이다.
청주본이 소개되기 전에 널리 알려진 판본은 어떤 것인가?
1637년 필사본인 정축본(丁丑本)과 1664년 목판본인 갑진본(甲辰本)이다. 이들은 모두 초략본(抄略本)이다.
초략본이 유행한 이유가 있나?
시의적절하고 보편적인 대중서나 초학의 입문서로 개조하는 환골탈태의 과정을 거쳤을 것이다.
청주본의 체재는 초략본과 어떻게 다른가?
초략본에는 증보편(增補篇)·팔반가(八反歌)·효행편(孝行篇)·염의편(廉義篇)·권학편(勸學篇) 등이 덧붙어 있다. 이는 구한말에 이르러 편저자가 자의로 보탠 것이라 원본과 청주본에는 들어 있지 않다. 대신 청주본에는 ‘존신편(存信篇)’이 들어 있다.
내용은 뭐가 다른가?
초략본과 달리 청주본에는 불교, 도교 관련 내용도 적잖이 담겨 있다.
어떤 것인가?
이런 것이다. 三點如星象 橫鉤似月斜. 披毛從此得 作佛也由他. 세 개의 작은 점은 별 모양과 같으며, 가로 그은 필획은 초승달을 닮았도다. 머리 풀어 헤친 신선도 이로부터 얻고, 부처가 되는 길도 저것에 말미암도다.
무엇을 말하는 구절인가?
‘마음 심(心)’ 자를 새기는 구절이다.
초략본에 이런 내용이 누락된 까닭이 무엇인가?
숭유(崇儒)의 분위기와 학문적인 우려로 본래 내용과 다르게 판각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명나라에서는 이 책을 어떻게 대했나?
황제들이 사특한 종교를 배척하고 부패한 정치를 바로잡기에 적합한 양서로 인정했다. 상류 지식층에서도 주목했다. 시대의 정치적·사회적 정화와 인간의 도덕성 회복을 추구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오래 읽힌 이유는 뭔가?
보편적인 윤리 도덕과 인간 본연의 착한 심성을 강조하고, 지족(知足)과 겸양의 덕성을 가져야 한다는 교훈과 명언 때문이다. 경세(經世)를 위한 수양서이자 제세(濟世)에 필요한 교훈서가 되기에 충분하다.
당신은 누구인가?
조기영이다. 한국고전교육원 교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