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광고는 28개 단어 안에 있다
28개면 충분하다
70억 명 가운데 같은 사람은 하나도 없지만 사는 방법은 의식주 세 가지뿐이다. 열 길 물속보다 복잡한 인간의 감정이지만 희로애락 네 가지를 넘어서는 인간은 없다. 셀 수 없이 많은 상품과 브랜드와 매체와 소비자가 있지만 28단어만 있으면 몽땅 손안에 넣을 수 있다.
28개 단어란 무슨 뜻인가?
광고 콘셉트는 대부분 추상적인 개념에서 출발한다. 기쁨, 신선, 실패처럼 말이다. 이런 추상적인 개념들이 바로 이 책의 주제가 되는 28개 키워드다.
키워드로 광고를 분석하면 무엇을 얻을 수 있나?
광고 아이디어 발상에 도움이 된다. 핵심 콘셉트라 할 수 있는 키워드가 특정 사물과 카피로 어떻게 구체화되는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마스터카드의 ‘돈으로 살 수 없는 감동의 순간’ 시리즈는 키워드가 뭔가?
추억이다. 키워드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활용되는지 잘 나타나는 사례다. 경제활동의 필수품인 신용카드를 인간적 가치와 훌륭하게 연결한 대표적인 사례다.
28개 단어는 어떻게 선정했나?
실제 광고에 활용되는 빈도가 기준이다. 사용 빈도가 높다는 건 그만큼 중요한 키워드라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키워드 접근 방법을 어떻게 발상하게 되었나?
원래는 광고에 등장하는 각각의 상징물을 분석했다. 그러다 보니 역으로 그 상징물이 의미하는 추상적 개념들을 뽑아낼 수 있었다. 일종의 역상징사전인 셈이다.
정직이라는 키워드를 사용한 걸작 광고를 추천한다면?
줄리어스베어은행의 2003년 신년 광고다. 이렇게 말한다. “2002년은 어려운 해였습니다. 1998년도, 1987년도 마찬가지였습니다. 1979년과 1929년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어떤가?
들뜬 신년 분위기와 맞지 않는 카피 아닌가?
그래서 인상적이다. 정직을 말로만 떠들지 않고 실천에 옮기겠다는 의지를 간접적으로 표현한다. 단순한 타이포그래피와 넓은 여백을 활용하여 솔직함이라는 정서를 더욱 강조했다.
신선이라는 키워드는 어떤가?
여행 포털 사이트 익스피디아닷컴 광고를 꼽고 싶다. 인터넷 검색을 떠오르게 하는 ‘Search for:’라는 카피만 있고 뒤에 이어지는 문장은 없다. 그 자리를 호텔 발코니에서 보이는 청량한 바다 이미지가 채운다. 비주얼과 카피의 조화가 완벽하다.
디스커버리 채널 광고가 자극하는 소비자 욕망은 무엇인가?
지적 욕망이다. 이렇게 묻는다. “폐는 산소를, 위는 음식을, 발은 양말은, 머리카락은 빗을 원한다. 그럼 뇌는?”
뇌가 원하는 것은 뭔가?
디스커버리 채널이다. 뇌를 충족시키라는 메시지를 압축적으로 전달한다. 작은 비주얼의 나열과 여백을 통해 인간 욕망의 끝은 결국 지적 욕망임을 브랜드와 잘 연결시켰다.
보호라는 키워드는 어떻게 발전될 수 있는가?
올스테이트 보험 광고를 보라. 아이에게 코트를 입혀 주는 엄마 손과 “이 손이 조금은 과잉보호를 하려 듭니다”라는 카피를 “우리의 손길은 당신의 그런 과잉보호까지도 보상해 드립니다”라고 받는다. 어린이 교통사고를 염려하는 부모들에게 해당 보험료를 깎아 주겠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실패와 같은 부정적 키워드도 광고에 활용되나?
물론이다. 정종 브랜드 겟케이칸 광고는 회사 상사가 그림자처럼 등 뒤에 붙어 퇴근길에 함께하는 모습을 우스꽝스럽게 보여 준다. “이번 일은 전적으로 자네에게 맡길게. 단, 실패는 용납 못해”라는 말을 계속 반복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겟케이칸 한 캔을 따자마자 상사는 연기처럼 사라진다. 실패를 두려워하는 가장들의 긴장과 그것을 풀어 주는 제품의 역할이 돋보인다.
뉴욕유대인연합의 9·11테러 추모 광고가 기쁨을 키워드로 잡은 것은 모순이 아닌가?
사라진 세계무역센터 빌딩을 희미하게 보여 주면서 고통과 슬픔 속에서 역설적으로 새롭게 싹트는 기쁨을 이야기한다. “슬픔과 기쁨 속에 우리는 새로운 것을 건설하고 있습니다”라는 카피로 슬픔 속에서 다시금 꿈을 꾸라고 제안한다.
크리넥스는 실수와 배려라는 두 키워드를 어떻게 연결했나?
“하나의 슬픈 미소에 하나의 거대한 빨간 코를 더하면 하나의 순수한 실수”라고 말한다. 아이들 파티에 초대된 피에로가 무슨 실수라도 했는지 낙담한 채 소파에 앉아 있다. 이때 여자아이가 다가와 웃으며 티슈를 내민다. 실수를 감싸 주는 작은 배려를 제품과 잘 연결시키고 있다.
당신은 누구인가?
양웅이다. 금강기획 카피라이터로 광고 일을 시작해 20년 넘게 광고를 제작했다. 한양사이버대학교 광고홍보학과 교수를 지냈다.
<<모든 광고는 28개 단어 안에 있다>>
광고가 파는 건 뭔가? 시대의 감성이다. 왜 키워드를 읽어야 하나? 우리의 정서를 알기 위해서다. 크리에이티브의 바탕은? 시, 영화, 가요다. 카피라이터 출신 양웅이 28개 키워드로 광고의 속살을 드러냈다. 국내외 광고 사례에서 창의적인 광고 기획 노하우를 배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