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사키시키부 일기
1008년 7월 19일, 쓰치미카도 저택의 가을.
어느덧 완연한 가을빛.
연못가 나무, 도랑가 풀잎 모두 곱게 물들다.
하늘 또한 부드럽고 그윽하기 그지없다.
나지막한 스님의 독경.
어느때보다 청아하게 가슴에 와 닿는다.
정순분이 ≪무라사키시키부 일기(紫式部日記)≫를 국내 처음으로 완역해 냈다. 무라사키시키부는 ≪겐지 이야기≫의 작가이므로 이 책은 창작 노트, 또는 작가 일기 그것도 아니라면 또 한 편의 겐지 이야기다. 본문보다 더 많은 주석이 번역 과정의 노고를 짐작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