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영 육필시집 무엇을 보려고
따뜻한 봄날
어머니, 꽃구경 가요.
제 등에 업히어 꽃구경 가요.
세상이 온통 꽃 핀 봄날
어머니 좋아라고/ 아들 등에 업혔네.
마을을 지나고
들을 지나고
산자락에 휘감겨
숲길이 짙어지자
아이구머니나
어머니는 그만 말을 잃었네.
봄구경 꽃구경 눈 감아 버리더니
한 웅큼 한 웅큼 솔잎을 따서
가는 길바닥에 뿌리며 가네.
어머니, 지금 뭐하시나요.
꽃구경은 안 하시고 뭐하시나요.
솔잎은 뿌려서 뭐하시나요.
아들아, 아들아, 내 아들아
너 혼자 돌아갈 길 걱정이구나.
산길 잃고 헤맬까 걱정이구나.
김형영 육필시집 ≪무엇을 보려고≫, 50~53쪽
고려장 이야기 아니냐구요? 잘 모르겠습니다. 그럴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고. 다만 이것 하나는 분명합니다. 아들아, 아들아, 내 아들아, 걱정하시는 어머니의 마음은 예나 지금이나 한결 같으리라는 것. 그래서 어머니와 함께하는 날은 언제나 따뜻한 봄날입니다. 장사익 씨의 소리로도 한 번 감상해보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