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심조룡
2386호 | 2015년 1월 5일 발행
문심조룡 문질빈빈
겨울밤에 좋은 책 1. 성기옥이 옮긴 유협(劉勰)의 ≪문심조룡(文心雕龍)≫
文質彬彬
사람의 마음은 말을 낳고 말은 세상에 무늬를 만든다.
말의 무늬가 문장이 되고 문장은 마음을 실어 나른다.
문장이 마음과 다르지 않으면 그 무늬가 아름답다.
“숲을 지나는 바람의 소리가 맺는 울림은 생황이나 슬 같은 악기 소리처럼 조화롭고, 샘물이 돌에 부딪치는 울림은 옥경이라는 악기 소리같이 조화롭다. 그러므로 형태가 생기면 무늬가 생기고, 소리가 울려도 무늬가 생긴다. 이와 같이 마음이 없는 사물조차 무성함으로 색채가 있으니, 마음을 담는 그릇에 어찌 무늬가 없겠는가?”
≪문심조룡≫, 유협 지음, 성기옥 옮김, 5~6쪽
마음을 담는 그릇이 무엇인가?
문장이다. 문장 또는 문학이란 실로 ‘말의 무늬’다.
문장이 왜 무늬인가?
천지에 사람이 참가할 때, 사람의 활동은 인간의 문화를 낳는다. 이것은 사람의 무늬, 즉 ‘인문’이라고 불린다. 사람의 마음 활동은 말을 낳고, 말은 온갖 성질을 가지고 있어 이로부터 말의 무늬가 생긴다.
문장의 무늬는 어떤 모습인가?
유협에 따르면, 아름답게 존재하는 것이 문장의 가장 중요한 조건이다. ‘말의 무늬’는 ‘도의 무늬’가 그러하듯 그 자체가 아름다워야 한다.
말의 무늬는 누가 만드는가?
일월산천, 노을, 구름, 초목이 도의 무늬다. 이에 필적할 언어의 무늬는 성인만 만들 수 있다. 그는 문장을 매체로 천지 이법을 인간의 이법에까지 닿게 하는 위대한 존재다.
이런 이야기가 ≪문심조룡≫에 있는가?
그렇다. 책의 이야기 50편 가운데 제일 첫 편인 <원도(原道)>에서 이런 주제를 논한다. ≪문심조룡≫ 전체의 일관된 사상이다.
‘원도’란 무엇인가?
‘도에 바탕을 두다’는 뜻이다. 문학도 본질에서 도에 바탕을 둔 미의 언어 표현이라는 점을 명백히 한다.
문장에서 중요한 것은 또 무엇인가?
내용이 중요하다. ‘문(표현)’은 ‘질(내용)’에 부합해야 한다. 이것을 ‘문질빈빈(文質彬彬)’이라 한다.
‘문’이란 ‘무늬’이며 ‘모양’이라 하지 않았나?
그랬다. 이 책의 저자 유협의 문학 창작 방법에서는 ‘미’가 중요한 요소다.
정작 유협은 이 책에서 문장의 ‘미’를 어떻게 보여주는가?
문체를 보라. 위·진 시대 이래로 언어의 화려함을 강조하는 변려체 문학이 성행했는데 유협도 그랬다. 대우, 전고 등 수사 요소를 중시했다. 그래서 이 책도 정밀한 변려체로 작성했다.
변려체란 무엇인가?
‘변문’, ‘사륙변려문’이라고도 한다. 네 자와 여섯 자를 기본으로 대구를 이루어 언어의 형식미를 중시하는 문학 창작 형식이다. 대구 중에서도 평, 측과 운율을 안배하고 전고를 많이 활용한다.
변려문은 결점이 없는가?
있다. 전하려는 뜻을 다 표현하지 못하는 점이 아쉽다. 언어의 형식미, 화려한 표현에만 치우쳐 내용이 진실하지 못한 경향이 농후해졌다.
이 책은 이 결점을 알고 있는가?
알고 있었다. 그래서 아정한 오경의 문장에 바탕을 두어 올바른 글쓰기 지침으로 삼아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원도>편과 함께 총론 격인 <징성(徵聖)>, <종경(宗經)>에서 이런 주장을 볼 수 있다.
≪문심조룡≫은 한마디로 어떤 책인가?
위진남북조 시대까지의 문학에 대한 제반 문제를 총괄해, 올바른 글쓰기에 대한 지침을 서술한 ‘문학 창작 지침서’다.
이 책이 지금까지 사라지지 않은 이유는 뭔가?
위진남북조 시기까지 문학 흐름이 변한 원인과 시대 상황을 진단했다. 문학 창작의 경험과 창작 활동에 영향을 끼치는 여러 요소를 거의 빠짐없이 논술했기 때문이다.
당신은 이 책을 옮기면서 지금의 독자를 위해 무엇을 했는가?
내용의 난해함과 독특한 문체로 생기는 장벽을 해소하기 위해 ≪문심조룡≫ 연구의 모든 분야를 망라한 주석서인 ≪문심조룡의증≫을 저본으로 삼았다. 일반인도 독서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도록 번역문에서 내용을 앞뒤로 보충하기도 했다.
당신은 누구인가?
성기옥이다. 한국방송통신대학교 학술연구교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