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어문학이란 무엇인가
한국어문학은 국어학, 고전문학, 현대문학으로 세분화됐고, 각 분야는 여기서 더 나아가 더 작은 세부 전공으로 나뉘었다. 이러한 전공 세분화는 전문성의 강화라는 현대 학문의 큰 흐름에 부응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그 부작용은 작지 않았다. 세부 전공이 구분됨으로써 학문 간 소통에 제약이 생겨 넓은 시야에서 전체를 보는 안목을 기를 수 없게 됐다. 세부 전공 간에 서로 담을 쌓아 소통이 이루어지지 않았고, 인문학이 지향하는 거대 담론을 생성해 낼 수 없었으며, 세부 전공 연구에 함몰되면서 기능주의적인 학문으로 전락해 버리고 말았다.
“문화어문학: 어문학에 대한 문화론적 혁신”, ≪문화어문학이란 무엇인가≫, 6~7쪽.
어문학이 뭔가?
인간의 언어와 이 언어로 창작된 문학 작품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인문학적 가치를 탐색한다.
인문학은 뭔가?
‘인문(人文)’은 ‘인간의 무늬’다. 사상과 문화를 망라한다. 철학과 역사학, 언어학과 문학이 인문학인 이유가 여기 있다.
어문학은 인문학을 위해 무엇을 하는가?
언어 자체, 그리고 문학 텍스트의 언어, 구조의 특성을 밝혀 왔다. 텍스트 중심주의를 따랐고 그 결과 형식과 구조에 집중했다.
성과는 무엇인가?
우수한 학문 성과를 쌓아 왔다. 그러나 일상과 어문학을 분리하는 결과도 낳았다. 대안으로 나타난 것이 문화어문학이다.
문화어문학은 무엇이라 정의하는가?
한국어문학 자산에 대한 문화론적 접근이다. 한국어문학의 실증주의와 구조주의를 계승하되 방법론을 혁신한다. 연구 결과를 대중과 함께 나눌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한다.
방법론을 어떻게 혁신한다는 말인가?
첫째, 사회문화적 요소를 연구 대상에 포함한다. 둘째, 생활문화 자료를 미시사적으로 접근해 일상과 지역을 아우른다. 셋째, 어문학 내부 경계, 다른 전공과의 경계를 모두 허문 스탠스에서 어문학 텍스트를 해명한다.
혁신이 바라보는 목적지는 어디인가?
다시 현실을 보는 것이다. 문화중층성 개념을 어문학 연구에 적용해 한국어문학 연구의 방향을 전환하려 한다. 텍스트 중심의 정태적 연구에서 벗어나 행위 중심의 동태적 연구를 지향한다.
연구 주제는 뭔가?
동학가사의 문학성에 융합된 언어적 요소의 연구, 하회별신굿탈놀이의 언어적·사상적·연극적 특징에 대한 복합적 연구, 한글 문헌의 문화중층론적 연구 방법론 모색, 조선시대 왕실언간의 문화중층론적 연구가 진행 중이다.
대중은 무엇을 얻을 수 있나?
동학가사, 하회별신굿탈놀이의 대사, 각종 한글 문헌은 당대 상황과 문화에서 생성되었다. 중층성을 통합적으로 해석하고 사회문화적 의미를 폭넓게 해석하면 언중의 현실에 맞닿는 연구가 가능해진다.
향후 연구 방향은 어느 쪽인가?
문화어문학은 한국어와 한국문학이 지닌 독창성과 보편성을 동시에 포착할 것이다. 현재 우리가 발 딛은 지역 어문학 연구로부터 출발한다. 보편성은 특수성으로부터 산출된다. 우리의 지역 어문학 연구는 문화어문학 연구의 특수성과 보편성을 동시에 추구하는 통로다.
이 책, ≪문화어문학이란 무엇인가≫는 무엇을 말하는 책인가?
문화어문학이란 새로운 연구 방향을 제시한다. 경북대학교 국어국문학과가 2013년 하반기부터 BK21플러스 사업을 수행하면서 산출한 논문과 강연 원고를 묶었다. 문화어문학의 개념과 연구 방법을 여러 사람들과 공유하고, 한국어문학 연구의 새로운 길을 함께 고민해 보려 한다.
독자들은 이 책에서 무엇을 보게 되나?
한국어문학 연구의 새 이론과 열정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어문학 자산에 대한 문화론적 접근의 필요성을 이해하고, 그 구체적 방법론을 알게 될 것이다. 한국어문학 연구의 새로운 길을 찾기 위한 노력에 공감하고 연대하려는 뜻을 세우게 된다면 좋겠다.
당신은 누구인가?
백두현이다. 경북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다.
2733호 | 2015년 9월 2일 발행
우리 말과 삶의 거리
정우락·백두현·김하수·천정환·김용규·배준영·김기현·김덕호·남길임·이종묵·이상원·김재석·와다 토모미가 지은 ≪문화어문학이란 무엇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