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통령 선거 포스터, 1828~2008
64 특집 4. 포스터와 슬로건의 경쟁
미국의회도서관(the Library of Congress)이 만들고 이상훈이 옮긴 <<미국 대통령 선거 포스터, 1828~2008(Presidential Campaign Posters)>>
정치의 바다를 헤엄치는 작은 배
못살겠다, 갈아보자고 외치자 이승만 정권이 무너졌다. 문제는 경제에 있다는 한마디가 전쟁 영웅 부시를 무너뜨렸다. 유권자의 심장에 닿는 한마디는 나라를 바꾼다.
후보는 파도를 잡고 그것을 잘 타야 펜실베이니아 애비뉴 1600번지, 곧 백악관으로 갈 수 있다. 포스터와 캐치프레이즈는 미국 정치라는 격랑을 헤쳐 나가는 작은 배다.
서문, <<미국 대통령 선거 포스터, 1828~2008>>, viii.
선거에서 슬로건과 포스터는 얼마나 중요한가?
절대적이다. 호의는 더욱 강화시키고 지지에 절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슬로건은 유권자의 스위트 스폿(sweet spot)을 자극한다. 그렇게 해서 부동층을 지지자로 만들 수 있다.
어떤 포스터가 지지를 높이는가?
선거야말로 2등은 아무도 기억하지도 않고 아무 소용도 없다. 주목받고(attention), 편익을 주며(benefit), 눈에 띄어야(creative) 한다.
6·4 지방선거에서 유권자의 스위트 스폿을 건드린 슬로건은 무엇인가?
유감스럽다. 발견하지 못했다. 현대 정치 슬로건은 유권자가 공감하여 ‘내 이야기를 하고 있구나’라고 느껴야 한다. 현대는 마케팅 3.0의 시대다. 그러나 이번 지방선거 슬로건은 1.0 일색이다. 모든 후보가 자기 주장만 한다. 유권자와의 공감은커녕 타 후보와의 차별도 기하지 못했다.
우리 정치사에서 찾는다면 무엇인가?
1960년 3·15 선거에서 민주당이 내건 ‘못살겠다. 갈아보자’다. 원래 1956년 선거에서 등장한 슬로건이었다. 이승만 독재를 종식시키는 단초가 된 4·19를 촉발했다.
슬로건이 어떻게 4·19를 촉발했나?
유권자의 스위트 스폿을 건드린 것이다. 구한말과 일제강점기, 해방기의 혼란과 6·25를 거치면서 민중의 가슴속에 맺힌 응어리를 풀어준 것이다.
나라 밖에서 찾는다면 무엇인가?
1992년,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세 차례나 연거푸 패했던 민주당은 빌 클린턴의 불륜 스캔들 악재에도 불구하고 국내 문제, 특히 경제 문제를 포착함으로써 승리할 수 있었다. 클린턴의 슬로건 ‘문제는 경제야, 멍청하기는’은 승리의 원동력이었다.
포스터가 선거를 승리로 이끈 사례도 있는가?
2008년 오바마 대선 포스터 모두는 미국 최초 흑인 대통령을 탄생하게 한 걸작들이다. 모두 자원 봉사자의 재능 기부로 만들어졌다. ‘엄마에게 가서 말해, 나는 오바마를 지지한다고’, ‘진보’, ‘희망’ 등 모두 한결같이 오바마의 참신한 이미지와 부합되었다. 이에 반해 2004년 선거에서 민주당의 존 케리는 유권자들의 관심을 얻지 못해 실패했다.
같은 민주당인데 존 케리가 실패한 이유는 무엇인가?
2004년 존 케리의 슬로건 ‘미국을 미국답게’는 1930년대 할렘 르네상스 시대 시에서 차용한 것이다. 시대의 공감을 얻지 못했다.
선거 포스터와 광고 포스터의 차이는 뭔가?
게시 기간을 비롯해 제약 조건이 많다. 선거 포스터는 시대정신을 함축하여 유권자들의 시선과 관심을 사로잡아야 한다.
6·4 지방선거에서 눈에 띄는 포스터는 무엇인가?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의 포스터와 오거돈 부산시장 후보의 포스터가 돋보인다.
박원순의 포스터는 비판의 소리도 높지 않은가?
상대 후보 측에서는 유권자를 정면으로 응시하지 못하는 후보라고 비난하지만, 이미지가 슬로건과 함께 시너지 효과를 낸다. 고도의 전략이 돋보이는 포스터다.
오거돈 포스터의 강점은 뭔가?
공직자의 자세와 ‘작은거인’이라는 자신의 별칭 이미지에 맞는 캘리그래피를 사용한 수작이다.
박원순과 오거돈이 포스터로 무엇을 얻은 것인가?
최소한 주목효과는 누릴 수 있을 것이다. 후속 전략과 함께 시너지를 일으킬 수 있어야 한다.
이번 선거에서 슬로건과 포스터는 무엇을 말하는가?
세월호가 모든 것을 삼켜 버렸다.
6·4 지방선거의 커뮤니케이션 특징은 무엇인가?
선거와 관련이 없어야 할 사건이 선거 전체를 집어 삼키고 있다. 선거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 곧 유권자들이 후보자를 알아야 할 시기에 여론과 언론은 온통 세월호에 집중했다. 정책에 대한 공론화가 이루어지지 못했다.
세월호는 이번 사건에서 무엇을 한 것인가?
여야를 불문하고 공약이 똑같다. 안전을 공약하지 않은 후보를 찾기 힘들 정도다.
슬로건과 포스터에서 세월호는 어떻게 나타나는가?
노란 리본의 등장이다. 미국에서는 전쟁터에 나간 연인이나 아들을 기다리는 여인의 마음을 표현한 것이다. 세월호와는 사건의 기원이 다르다. 무조건 모방한 듯하여 개운치가 않다.
당신은 누구인가?
이상훈이다. 영산대학교 광고홍보학과 교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