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통령 선거 포스터, 1828~2008
이상훈이 옮긴 ≪미국 대통령 선거 포스터, 1828~2008(Presidential Campaign Posters 1828~2008)≫
무엇이 대통령을 만드는가?
윌리엄 태프트는 산타클로스를, 지미 카터는 예수 이미지를 이용해 성공한다. 진짜 남자 이미지로 군인을 정치가로 만들고 돌대가리 수탉으로 상대를 몰락시킨다. 레이건은 미국을 돌려주겠다고 약속해 재선에 성공했고 클린턴은 부시를 멍청이라고 공격해 그의 재선을 막았다. 돌이켜보면 정치는 말이다.
이 책에 무엇이 있는가?
미국의 정치·사회·경제 상황과 대통령 후보의 인간적 고뇌, 정의와 권모와 술수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포스터는 무엇을 이야기할 수 있나?
대통령 후보 개인의 퍼스낼리티를 유권자들에게 어떻게 어필했는지, 민주당과 공화당 양당의 정강과 정책이 주어진 시대 상황에서 미국 국민들에게 어떻게 수용되고 지지를 얻었는지 말한다. 1970년대 이후 등장한 군소 후보들의 포스터를 통해서는 그 당시 다양하게 분출되었던 미국인의 정치 욕구를 읽어낼 수 있다.
미국 선거 포스터는 우리 선거 포스터와 무엇이 다른가?
철저히 유권자 중심이다. 후보자가 유권자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보다 유권자가 정치인으로부터 듣고 싶은 메시지가 먼저다. 마케팅의 시원은 ‘정치 마케팅’이라고 할 수 있다.
1840년 휘그당 후보였던 윌리엄 해리슨은 왜 ‘통나무집’과 ‘사과술’ 을 포스터에 담았나?
그때 미국은 경제 불황을 겪고 있었다. 그래서 휘그당은 허름한 통나무집, 당시 노동자들의 음료인 사과술로 해리슨과 유권자들과의 동질성을 확보하려 했다. 상대 후보이자 현직 대통령인 마틴 뷰런은 국가 예산을 낭비하고 와인을 마시는 귀족으로 묘사됐다. 대비 효과를 노린 것이다.
사실인가?
윌리엄 해리슨은 버지니아의 명망 있고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나 오하이오의 쾌적한 농장에서 살았다.
1908년 공화당 후보 윌리엄 태프트와 산타클로스의 관계는?
선거 당시 공화당은 인지도가 높지 않던 태프트를 알려야 했다. 상대 후보가 너무나 유명한 ‘위대한 서민’ 윌리엄 제닝스 브라이언이어서 그 부담은 더 컸다. 그래서 당시 인기 높았던 산타클로스를 활용했다. 태프트가 매우 닮았기 때문이다. 둥글둥글하고 인정 많아 보이는 할아버지 이미지에 미국인들은 열광했고, 당선으로 이어졌다.
1976년 지미 카터의 <J.C.가 미국을 구원할 수 있습니다> 포스터 전략은?
닉슨 실각 이후 민주당은 도덕성을 앞세운 선거 캠페인 전략을 짰다. 지미 카터가 독실한 기독교인이자 ‘Jesus Christ’와 이니셜이 같다는 점을 슬로건에 적극 반영했다. 예수가 세상을 구원하러 왔던 것처럼 지미 카터가 미국을 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기독교 정서에 소구했다.
캠페인 송은 어떤가, 성공 사례는?
1848년 휘그당 대선 캠페인 송, “늙은 잭 테일러는 진짜 남자다!”를 꼽고 싶다. 40년 군 경력에 비해 정치 경험이 부족하다는 약점을 불식시켰다. 멕시코 전쟁 영웅으로서 강인한 리더십을 갖추고 있다는 강점을 십분 활용했다.
전쟁 영웅 이미지는 전가의 보도인가?
아니다. 1880년 전쟁 영웅이자 민주당 대선 후보인 윈필드 핸콕 장군은 그 당시 민감한 이슈였던 관세에 대해 “소득에 대해서만 법제화되어야 한다”는 다소 무지한 발언 때문에 ‘무식한 수탉(cock)’으로 조롱됐다. 행콕의 얼굴에 수탉 몸을 붙인 희화적 이미지가 여러 매체에서 사용됐다.
상대 후보를 직접 비방한 사례는?
1828년 선거에서 민주당 앤드류 잭슨을 비방하기 위해 발행된 ‘코핀 핸드빌(coffin handbill)’은 흑색선전의 전형을 보여 준다. 여기에는 여섯 개의 관(coffin)이 그려져 있다. 그가 1812년 전쟁과 크릭전쟁에서 탈영병을 무참히 처형했다는 내용이다. 살인자로 몰아세운 것이다. 하지만 사건의 객관적 실체를 이성적으로 전달한 잭슨의 적절한 대처로 큰 효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대통령 선거 운동, 1864> 포스터의 특징은?
1864년은 남북전쟁이 3년차에 접어든 때다. 건국 이래 최대 위기 시기였다. 이 포스터에는 당시 대선 후보인 에이브러햄 링컨과 조지 매클렐런 외에 미국 지도가 그려져 있다. 북부는 파란색, 남부는 빨간색, 북부군이 빼앗은 지역은 노란색으로 표시하여 당시의 급박한 정세를 또렷하게 제시하고 있다.
윌리엄 매킨리의 선거 포스터는 당시 경제 상황을 어떻게 반영했나?
1896년은 20%가 넘는 실업률과 250만에 이른 홈리스 문제로 어려웠던 시기다. 통화정책이 대선 이슈 중 하나였고, 금본위제를 택할 것이냐 은본위제를 택할 것이냐가 큰 쟁점이었다. 매킨리는 달러의 가치를 높이자는 입장이어서 금본위제를 옹호하였다. “내부에는 번영을, 외부에선 존경을”이라는 슬로건 옆에 ‘금화’를 밟고 서 있는 매킨리를 그린 포스터에서 당시 정황을 확인할 수 있다.
재선 도전 후보의 캠페인 성공 사례는?
1984년 로널드 레이건의 <미국을 돌려드립니다> 캠페인 포스터는 지난 4년의 치적을 바탕으로 유권자들에게 낙관적인 미래를 제시해 큰 호응을 끌어 냈다. “미국에 다시 아침이 찾아왔습니다, 레이건 대통령의 리더십하에 우리의 미국은 더 자랑스러워지고 강해졌으며 좋아졌습니다. 불과 4년 전의 어둠으로 돌아가야 할 이유가 있나요?”라는 텔레비전 광고 메시지는그 연장선상에 있다.
아버지 부시는 왜 재임에 실패했나?
부시 정부 1기의 경제정책 실패 문제가 도마에 올랐음에도, 공화당은 상대 후보 빌 클린턴의 병역을 문제 삼는 등 유권자들의 관심사와는 동떨어진 선거 전략을 구사했다. 너무나도 유명한 클린턴의 슬로건, “문제는 경제야. 멍청하기는” 앞에서 부시의 대선 포스터 <준비된 대통령, 1992>는 공허해 보일 수밖에 없었다.
우리 정치인들이 이 책을 볼까?
국민을 어떻게 섬기고 다가갈 것인지에 대해 좋은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정치 지망생과 정치 마케팅 관계자, 미국을 이해해야 할 필요가 있는 기업인, 미국 전공자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다. 미국을 움직이는 힘과 그 힘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당신은 누구인가?
이상훈이다. 영산대학교 광고홍보학과 교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