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아트, 디지털의 유혹
정동암의 <<미디어 아트, 디지털의 유혹>>
미디어에 대한 미디어의 메타 인식
미디어 아트는 미디어가 무엇인지 묻는 미디어다. 미디어는 무엇인가? 콘텐츠다. 콘텐츠는 무엇인가? 미디어다. 같은 것인가? 다르다. 다른 것인가? 같다.
왜 가을에 미디어나 디지털 관련 책을 읽어야 하는가?
문화의 계절이다. 곳곳에서 문화축제가 열린다. 다채로운 미디어 아트 작품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알면 즐길 수 있지 않겠나?
미디어 아트란 무엇을 말하는가?
미디어는 책이나 잡지, 신문, 영화, 라디오, 텔레비전, 비디오, 컴퓨터의 형태로 우리 주변에 있다. 이것을 예술로 활용하는 것이다. 각각의 미디어는 독특한 특성을 가지고 있는데 이것을 표현하는 것이 미디어 아트다.
표현의 수단 자체를 표현의 내용으로 포착한다는 뜻인가?
모든 예술 작품은 본질적으로 미디어를 통해 이루어진다. 이 사실에 주목하는 것이다. 미디어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동력으로 전통 양식의 조각이나 그림, 음악을 새롭게 표현하려는 예술 경향이 뚜렷하다. 21세기형 예술이다.
<<미디어 아트, 디지털의 유혹>>은 미디어 아트의 어떤 모습을 관찰하는가?
미디어 아트와 디지털 기술의 역사를 체계화했다. 예술과 과학이 융합된 미디어 아트를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하는지 감상 포인트를 짚었다.
예술과 과학은 어떤 방식으로 융합할 수 있는가?
예술이 주관적 상상력을 추구하고 과학이 객관적 지식을 추구하기 때문에 두 분야가 무관하다는 통념이 있다. 틀린 말이다. 예술은 과학과 더불어 발전하고 변천해 왔다. 예컨대 르네상스 예술가들은 과학적 사고를 바탕으로 예술 행위를 했다. 인체를 그리기 위해 해부학을 익혔고, 그림에 쓰이는 안료를 공학적으로 다룰 줄 알았다. 근대 회화의 원근법도 건축 투시도에서 비롯된 것이다.
미디어 아트의 기술 배경은 무엇인가?
미디어 아트의 역사는 전자 미디어의 발전과 궤를 같이한다. 로리 앤더슨, 요셉 보이스, 존 케이지, 머스 커닝햄, 백남준과 같은 아방가르드 예술가들이 새로운 미학적 가능성을 발굴하기 위해 사용한 재료가 비디오테이프와 텔레비전 수상기였다.
디지털 기술은 미디어 아트에 무엇을 주었나?
감각 통합과 상호작용성을 주었다. 시각과 청각처럼 본질이 다른 데이터가 디지털 미디어에선 하나의 형식으로 통합 가능하다. 서로 다른 감각 데이터로의 변환과 출력도 자유롭다. 향상된 디지털 인터페이스는 미디어와 사용자, 사용자와 사용자 간의 상호작용성을 대폭 증대시켰다.
디지털 미디어 아트가 기존 예술과 갈라지는 지점은 어디인가?
감상이다. 기존 예술은 명상적이고 정적인 감상에 초점을 맞춘다. 작품과 관람자 간에 좁힐 수 없는 거리가 있다. 디지털 미디어 아트는 관람자에게 유무형의 체험을 적극 제공한다. 작품과 관람자의 상호 커뮤니케이션이 부각된다.
디지털 미디어 아트의 상호작용성을 확인할 수 있는 예술 장르는 무엇인가?
인터랙티브 아트다. 시각, 청각, 촉각과 같은 관람객의 감각 행위에 해당 작품이 반응하도록 설계된다. 명백히 존재하지만 일상에서 인지하지 못하던 우리 감각의 이면을 구체화한다.
인터랙티브 아트의 대표 작품은 무엇인가?
<텍스트레인(Text Rain)>이다. 관람객이 카메라 앞에 서면 그 모습이 스크린에 영사된다. 스크린에는 작은 영문 알파벳들이 눈송이처럼 떨어진다. 알파벳이 관람객의 형체에 닿으면 통통 튕기거나 흘러내린다. 손을 수평으로 펼치면 그 위로 가지런히 열을 이루고, 오목한 그릇을 만들면 거기에 쌓인다. 의미 없어 보이던 알파벳이 때로 의미 있는 어절을 만들기도 한다. 관람자는 자신의 행동에 변화하는 작품을 보면서 즐거움뿐만 아니라 상상력의 확장을 경험하게 된다.
우리가 주변에서 만날 수 있는 인터랙티브 아트는 무엇인가?
서울 쉐라톤그랜드워커힐호텔 입구의 <우든미러(Wooden Mirror)>가 있다. 작은 나무 조각들로 구성된 작품으로, 사람의 움직임을 인식해 마치 카드섹션과 같은 이미지를 구현한다. 예술과 기술의 조화, 예술과 인간의 상호작용을 체험할 수 있는 대표 작품이다.
디지털 페인팅은 전통 회화와 무엇이 다른가?
회화 미술의 전통을 계승하면서도 컴퓨터 소프트웨어 응용과 능동적 프로그래밍으로 새로운 이미지를 제공한다. 컴퓨터 아스키 코드를 활용하여 쇠라의 점묘화와 유사한 이미지를 구현한 에릭 살바지오의 <더누드(The Nude)>가 대표적이다. 인터넷과 개인용 컴퓨터에 기반을 두는 웹 아트는 인터넷 시대 예술의 개인성과 대중성을 확인시켜 준다.
미디어 아트가 우리에게 선물하는 통찰의 내용은 무엇인가?
매클루언이 말한 대로 미디어가 인간의 확장이라는 사실이다. 미디어 아트는 텔레비전이나 컴퓨터뿐만 아니라 인간조차도 미디어가 될 수 있음을 보여 준다. 미디어 아트가 미술관에 설치된 오브제로 그치지 않고 광장, 거리, 일상 공간, 온라인 가상공간처럼 인간이 소통하는 모든 공간에 퍼지게 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번 가을 우리가 만나야 할 미디어 아트의 이름은 무엇인가?
LED 조명 기술의 도움으로 꾸며진 서울 청담동 갤러리아백화점의 외관은 하나의 작품이다. 강남역과 교보타워사거리 사이를 지날 때 760여 미터 거리 구간에 걸쳐 있는 22개의 미디어폴도 주목해 보라. 미디어 아트의 선구자 백남준의 작품과 족적이 궁금하다면 경기도 용인의 백남준아트센터를 찾아라. 시간이 좀 더 난다면 인천 미디어문화축제(10월 3~6일)나 2013 하이서울페스티벌(10월 2~6일)에서 전시하는 다양한 미디어 예술을 즐겨 보길 바란다.
당신은 누구인가?
정동암이다. 미디어 아트 작가이고 연구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