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연구를 위한 질적 방법론
세계여성의날 특집 2. 컴퓨터의 성을 구별할 줄 아는가?
나미수가 쓴 <<미디어 연구를 위한 질적 방법론>>
테크놀로지의 젠더 분별법
기술은 성이 없지만 사용자는 성이 있다. 남성용 컴퓨터와 여성용 컴퓨터는 다르다. 모양이 다르고 소프트웨어가 다르고 앱이 다르다. 기술이 아니라 사람이다.
뉴테크놀로지, 특히 사회 변화의 열쇠로 간주되는 컴퓨터조차 기존의 권력 구조, 젠더 관계, 문화적 가치에 맞게 통합된다. 이것은 모순되게도 뉴테크놀로지가 얼마나 보수적인가 하는 것을 여실히 드러낸다.
“가족의 컴퓨터 소비를 통해 본 젠더와 테크놀로지”, <<미디어 연구를 위한 질적 방법론>>, 167~168쪽.
테크놀로지와 젠더는 무슨 관계가 있는가?
테크놀로지는 사회적, 문화적으로 젠더 중립적이지 않다. 특정 젠더의 가치를 담고 있다. 이런 점에서 테크놀로지는 ‘젠더화’되었다고 할 수 있다.
테크놀로지는 어떤 젠더를 가지고 있나?
우리 사회에서 테크놀로지에 익숙하고 관련 능력을 갖춘다는 것은 이상적인(ideal) 남성성을 상징한다. 여성적 가치에는 이런 능력이 별로 요구되지 않는다.
왜 테크놀로지는 남성을 지향하는가?
기술과 지식이 부(富)나 권력을 지향하기 때문이다. 부나 권력이 남성에게 지배되기 때문이다. 남성 중심 사회에서 테크놀로지와 남성성은 불가분의 관계다.
컴퓨터 기술은 얼마나 남성적인가?
현대 자본주의사회에서 컴퓨터 기술은 사회적 지위나 경제적 성공을 위해 중요한 능력이다. 남성 중심 사회에서 사회적 성공이나 경제력은 남성에게 중시되는 가치이기 때문에 컴퓨터 기술 역시 남성적인 것으로 규정되어 왔다.
컴퓨터 기술이 어떻게 남성적인 기술이 된 것인가?
가정이나 학교, 직업교육에서 여성보다 남성이 컴퓨터 기술에 대해 더 긍정적인 태도를 갖고 더 많은 경험을 축적하게 된다. 이런 현상은 노동시장에서 여성과 남성의 직업 선택, 업무 수행, 지위나 급여의 차별로 이어질 수 있다.
인식과 기회 그리고 성과가 젠더 시스템을 구성하는 것인가?
바로 그렇다. 컴퓨터 테크놀로지에 대한 성별화된 인식과 태도는 교육, 노동시장, 미디어 등을 통해 뒷받침되고 이는 다시 우리 사회의 성별 권력관계나 성별 불평등을 구축하는 데 기여한다.
가정은 어떤 젠더인가?
가부장적 사회에서 가정은, 여성에게 ‘노동의 공간’으로, 남성에게 ‘여가의 공간’으로 규정된다.
세상이 많이 달라지지 않았나?
사회 변화와 여성의 사회적 지위 향상으로 많은 변화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공적 활동을 지원하는 재생산 공간으로서 가정은 여성의 가사와 양육 책임이 강조된다.
가정의 테크놀로지 소비에서도 그런가?
성 역할 구분은 남녀의 테크놀로지의 소비에도 영향을 미친다. 냉장고, 세탁기, 전자레인지는 주로 여성들에 의해 이용되는데 이는 가정에서의 성별 분업에 의한 테크놀로지 이용의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다.
컴퓨터 사용도 남녀 차이가 심한가?
남성은 직업적 필요 혹은 여가를 위해 컴퓨터로 작업하거나 컴퓨터게임을 한다. 여성은 자녀 교육이나 가사 노동을 위한 용도로 컴퓨터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한국 사회에서 어머니의 컴퓨터 사용은 어떤 특징을 보이는가?
어머니의 자녀에 대한 교육적 투자와 헌신은 이상적인 모성으로 간주된다. 이러한 한국사회의 특수한 모성 이데올로기는 여성의 컴퓨터 소비 방식에도 영향을 미친다.
한국의 어머니는 집에서 컴퓨터로 무엇을 하는가?
자녀의 숙제를 돕거나 자녀의 컴퓨터 이용을 통제한다. 자녀 교육을 위해 컴퓨터라는 더 정교하고 복잡한 지식과 기술을 요청하는 것이다.
자녀 교육의 내용과 방법이 발전한 것인가?
새로운 테크놀로지를 이용한 현대적 버전으로 진화하고 있는 것이라 하겠다. 새로운 테크놀로지의 발전은 기존의 젠더 관계나 성별 분업을 변화시키기보다는 이를 지속, 강화하는 데 활용된다.
당신이 테크놀로지를 젠더와 연관시키는 이유는 무엇인가?
테크놀로지 이용에 남녀 소비 패턴이 다른 이유는 고유한 남성적, 여성적 속성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다. 남성과 여성의 역할 차이와 권력관계에 의해 소비 패턴이 결정된다. 나는 이 점을 밝히려 했다.
질적 방법론을 이 연구에서 어떻게 활용하였나?
가정에서 컴퓨터가 어떻게 이용되는지를 살펴보는 것은 컴퓨터 이용을 가족의 일상생활이라는 사회적 맥락 안에서 살펴보는 것이다. 이런 문제에 대해 데이터를 얻기 위해서는 실제 가정에서 벌어지고 있는 다양한 경험을 가족 구성원들의 생생한 목소리로 듣는 질적 방법론이 매우 유용하다.
<<미디어 연구를 위한 질적 방법론>>은 질적 방법론을 어떻게 설명하는가?
미디어 현상을 이해하기 위한 방법론으로서 질적인 접근의 유용성과 한계를 알아보고, 미디어학계 내에서 질적 방법론이 어떻게 발전되어 왔는지 살펴보았다. 미디어 연구를 수행하는 데 적용할 방법론으로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구체적인 연구 방법, 특히 심층 인터뷰와 참여 관찰에 초점을 맞추어 연구 절차, 연구 전략, 자료 분석 방법 등에 대해 소개하였다. 마지막으로 몇 개의 연구 사례를 통해 질적 방법론이 실제 미디어 현상 연구에 어떻게 활용되는지 제시하였다.
당신은 누구인가?
나미수다. 전북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