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정치 캠페인
64 특집 2. 이미지메이킹의 해상도
권혁남이 쓴 <<미디어 정치 캠페인>>
이미지의 그림자
선거가 시작되면 시장 가서 물건 사고 서민에게 인사하고 노인에게 절을 올린다. 가장 낮은 곳에서 가장 높은 곳을 본다. 텔레비전은 가장 많은 이미지를 전하지만 해상도는 여전히 낮다.
텔레비전 시대 정치인은 하나의 상품이 되었다. 더 잘 팔리기 위해서는 내용보다 겉모양이 매력적으로 포장되어야 하고, 무엇을 말할 것인가보다 어떻게 말할 것인가를 더 많이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된다.
’02 이미지 정치와 선거’, <<미디어 정치 캠페인>>, 57쪽.
이미지 정치는 언제부터 중요해졌는가?
미국은 1960년, 우리나라에선 1997년 15대 대선이다.
왜 그때 그런 변화가 시작되었나?
1960년은 미국 거의 모든 가정에 텔레비전이 보급된 시점이다. 이때 TV토론이 처음 등장했다. 우리나라는 15대 대선에서 TV합동토론이 처음 시행되어 미디어 선거 원년으로 불린다.
인터넷의 시대에도 텔레비전은 유효한가?
2002년 대선에서는 인터넷이 부상했고, 2012년 대선과 총선에서는 SNS가 선거에 영향을 주는 주요 매체가 되었다. 그러나 아직까지 텔레비전이 최고 정보 매체이자 신뢰 매체다.
416 참사는 이번 선거에 어떻게 작동하는가?
세월호 사건으로 인해 이번 지방선거가 현 정권에 대한 중간평가가 될 것이다.
6·4 지방선거에서 이미지메이킹은 성공했는가?
지방선거가 조명을 받지 못해서 후보들의 이미지 전략도 두드러지지 않는다. 사용하는 전략도 구태의연하다.
구태의연한 전략이란 어떤 것인가?
선거철이 되면 시장 가서 물건 사고, 거리에서 시민들과 허물없이 어울린다. 서민적 이미지 메이킹이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매번 똑같다.
정몽준과 박원순의 이미지메이킹은 볼만한가?
정몽준 후보는 귀족 이미지가 강한 반면에 박원순 후보는 서민 이미지가 강하다. 이런 평가를 의식한 듯 정몽준 후보는 환경미화원 복장으로 거리를 청소하고 쪽방촌을 찾는 등 서민 스킨십을 많이 했다.
박원순의 전략은 무엇이었나?
박원순 후보는 배낭을 메고 서울 거리를 걸으며 자신의 정책을 설명하는 등 본인의 최대 장점인 서민적 전략을 폈다.
누가 승자인가?
정몽준, 박원순 두 후보는 귀족과 서민이라는 매우 대조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다. 이미지 싸움에서는 정몽준 후보가 불리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정 후보가 네거티브 전략을 사용해 박 후보의 업적과 정책은 물론이고 부인에 대해서도 공격했다.
정몽준이 성공한 것인가?
크게 성공한 것 같지는 않다.
패션이나 표정도 중요한가?
두 후보의 이미지가 워낙 대조적이어서 어떤 옷차림을 하더라도 본질적인 이미지에서 벗어나지는 못했다. 표정면에서 정 후보는 항시 자신만만한 태도를 보여 주었고, 박 후보는 항시 미소 띤 표정을 보여 주었다.
정치인의 이미지에 가장 큰 영향 요소는 무엇인가?
외모가 가장 중요하다.
어떤 외모가 유리한가?
반드시 잘 생긴 것이 유리한 것은 아니다. 외모에서 풍기는 느낌, 예를 들어 얼굴 표정, 미소 같은 비언어적 메시지가 백 마디 말보다 중요하다.
무엇이 이미지를 만드는가?
이미지는 외모뿐만 아니라 성격, 도덕성, 경력, 출신 지역, 언어 습관, 성장 환경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만들어진다.
정치인의 눈물은 의미가 있는가?
따뜻하고 이타적인 개인 성품 이미지를 제고하지만 지도력 이미지와 호감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특히 정치인의 눈물이 선거 승리와 같은 정치적 상승세일 때는 호감을 높이지만, 정치적 하향세일 때는 급속도로 호감도를 떨어뜨린다.
텔레비전형 정치인이 따로 있나?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레이건이다. 배우 출신인 레이건은 연기 능력이 출중했다. 게다가 잘생겼고 연설 능력도 뛰어났다.
레이건의 이미지 전략은 무엇이었나?
레이건은 전문 연기자로 훈련받은 사람이다. 미디어 전문가들은 레이건의 이런 재능을 백분 활용했다. 매일 밤 암기해야 할 큐카드가 주어졌다. 레이건은 대통령 임기 대부분을 스크립터가 제공한 대본에 따라 연기했다.
그의 스크립트에는 무엇이 담겼는가?
대본이 너무도 잘 짜여 있어 잡담이나 농담, 전화 통화까지 포함되었다. 서 있어야 하는 장소와 위치, 말해야 하는 사람도 지적되어 있었다. 그래서 레이건 재임을 두고 모의 대통령(simulated presidency)이라는 말이 나왔다.
모의 대통령은 어떻게 만들어진 것인가?
레이건의 선거운동 자문가들은 임기 대부분을 이미지 생산에 주력했다. 또 레이건과 그의 보수주의 정책을 제시하는 데 텔레비전을 활용해 레이건을 상징적 정치를 수행하는 모의 대통령으로 만들었다.
처칠과 비교하면 레이건의 이미지 특징은 뭔가?
미국의 한 정치 평론가는 “레이건은 처칠만큼 말이 유창하지 못했다. 대신 그는 친근하고 평이한 연설, 단순한 모습과 열린 감정을 가졌다. 그리고 TV에 비친 그의 말은 분명하고 확실했다”고 평가했다.
이미지 정치의 문제점은 무엇인가?
후보자의 실제 능력과 상관없이 조작된 이미지를 실제 모습으로 믿는다. 또 이성적인 판단이 아니라 순간적 감성 판단으로 투표를 한다.
이미지 정치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가?
토론이 대안이 될 수 있다. 후보들의 정책과 능력을 이성적으로 비교하는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당신은 누구인가?
권혁남이다. 전북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