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레터 [주간 인텔리겐치아]입니다.
한때 예술은 지배층의 권력을 과시하기 위한 수단이었습니다. 그러다 근대에 이르러 자율성을 띠기 시작했고, 미술관 등이 생겨나면서 일상과 분리된 영역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최근 몇십 년간 예술은 또 한 차례의 변화를 경험하고 있습니다. 삶과 예술을 가르던 경계가 무너지고 상품화의 물결이 넘실거립니다. 예술에 대체 무슨 쓸모가 있느냐는 의문이 제기되지만, 예술가들과 미술 비평가들은 각자 나름의 방식대로 이 위기에 슬기롭게 답변합니다. 우리 삶에 직결된 문제에 적실한 해답을 제시하는 새로운 예술을 만나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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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에 잠식당한 삶을 되찾을 방법 《히토 슈타이얼》
우리 시대의 이미지는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습니다. 기계가 다른 기계를 위해 만들어 내는, 인간이 그 과정을 알지 못하는 알고리듬으로 형성되는 데이터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이미지가 구축한 현실에서 인간 삶의 매 순간은 모든 것을 상품화하는 자본주의의 생산 대상이자 기계 학습을 위한 데이터 세트가 됩니다. 미디어아티스트 히토 슈타이얼은 이렇게 고도 기술이 잠식한 일상 곳곳의 풍경을 그려 내기 위해 그 기술을 직접 사용합니다. 행동주의적이고 탐구적인 작품으로 ‘객체 되기’ 혹은 ‘사물 되기’라는 새로운 연대와 접합의 실마리를 제시합니다. 슈타이얼과 함께 기술이 점령한 일상에 균열을 내고 우리의 삶을 되찾을 방법을 찾아봅시다.
최소영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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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미술의 본질을 파헤치다 《로절린드 크라우스》
현대미술의 난해함에 난색을 표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포스트모던에 이르러 예술이 원칙·관습을 무분별하게 거부하고 정치적 구호를 남발하면서 자신의 본질을 망각했기 때문입니다. ‘철학적 미술 비평가’ 로절린드 크라우스는 이러한 상황에 “성전”을 선포하고 예술의 활로를 모색합니다. 관객의 경험에 초점을 맞추고 매체 개념을 새롭게 정리하며 현대미술을 전례 없이 흥미로운 비평의 대상으로 만들어 갑니다. 오귀스트 로댕, 잭슨 폴록, 마르셀 뒤샹, 피트 몬드리안 등 이름은 친숙하지만 작품은 난해한 작가들을 새로운 시각으로 만날 수 있습니다.
최종철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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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인간과 함께하는 환경 개선 프로젝트 《내털리 제러미젠코》
*6월 출간 예정
현대인은 중독, 비만, 불면 등 여러 건강 문제에 시달립니다. 눈부시게 발전한 의료기술도 증상을 완화하는 데 그칠 뿐 근본적인 해결책을 내놓지 못합니다. 우리를 둘러싼 도시환경에서 인간·동식물·기계가 맺는 복잡한 관계를 간과하기 때문입니다. 이에 과학자이자 생태미술가인 내털리 제러미젠코는 도시를 인간만의 서식지로 간주하는 기존 시각을 비틀고 ‘환경건강’을 개선하기 위한 여러 프로젝트를 전개합니다. 다양한 공적 실험과 이벤트로 대중의 관심과 참여를 유도하고, 직접 제작한 기계나 프로그램으로 비인간 존재들과 소통할 기회를 제공하며 그들에게 환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주체적 역할을 부여합니다. 기후위기로 환경에 대한 인식 전환이 절실한 오늘날, 과학과 예술이 힘을 합쳐 나아가야 할 길을 밝게 비춥니다.
박윤조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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