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완성 고전들
미완성 고전들
미완성 고전들
슈베르트의 교향곡 8번은 2악장까지만 완성되었다. 그럼에도 ‘미완성교향곡’이라는 별명과 함께 지금까지 사랑받는 불후의 명작으로 남았다. 다른 작품에 밀려, 어떻게 끝내야 할지 몰라, 계속 고치고 다듬다가 생명이 다했기에 미완성으로 남겨진 고전들이 있다. 카프카와 미롱처럼 작품을 미완성 상태로 완성한 경우도 있다. 미완성이라고 너무 아쉬워 말자. 남겨진 그것만으로도 소중하다.
바이런 시선 바이런의 시는 낭만적 특성들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신고전주의 스타일을 띤다. 결코 감정의 세찬 동요에 휘둘리지 않으며 그 속에 현대 문명에 대한 풍자와 날카로운 이지적 냉소가 깃들어 있다. 이런 특징이 고스란히 담긴 서사 풍자시 <돈 주안>을 1819년부터 발표했다. 1824년까지 16편을 썼지만 36세의 젊은 나이로 사망하며 더 이상 작품을 쓰지 못했다. 조지 바이런 지음, 윤명옥 옮김 |
빵집 브레히트의 미완성 희곡 10편 가운데 하나다. 1929년 베를린에 몰아닥친 경기 침체와 경제 위기, 수많은 실업자들의 문제를 다루기 위해 의욕적으로 집필하기 시작했지만, 다른 작품 활동에 밀려 집필을 차일피일 미루었다. 원래는 ‘일곱 아이를 키우는 과부 니오베 크베크 이야기’로 구상했지만, 자본가에게 수탈당하는 과정만 묘사한 채 결국 죽을 때까지 완성하지 못했다. 베르톨트 브레히트 지음, 김창화 옮김 |
리곱스카야 공작부인 미하일 레르몬토프는 러시아인들이 푸시킨 다음으로 사랑하는 시인이다. 22세 때인 1836년에 연애소설 ≪리곱스카야 공작부인≫을 집필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직 미숙했기에 그가 습득하고 실험한 다양한 수법들을 어떻게 일관되게 끌고 나가야 할지 몰랐다. 자연파, 낭만주의, 리얼리즘 수법을 오가다 결국 1837년 1월경에 집필을 중단했고, 그 후로 이어 쓰지 않았다. 미하일 레르몬토프 지음, 홍대화 옮김 |
실종자 카프카 최초의 장편소설이다. 주인공 카를 로스만은 하녀를 유혹해 아이를 임신시켰다는 이유로 가난한 부모에 의해 미국으로 쫓겨나지만, 또 다른 가부장적인 권력과 권위에 의해 보호를 받는다. 그러나 여기서도 공동체의 질서를 지키지 못하고 거듭 추방당한다. 카프카는 의도적으로 이 작품을 미완성으로 남겨 놓음으로써 이러한 인간 존재의 불안과 고독을 이야기했다. 프란츠 카프카 지음, 편영수 옮김 |
데메트리우스 1801년 여름 상트페테르부르크, 바이마르의 왕자 카를 프리드리히와 러시아의 영주 마리아 파블로브나의 결혼식이 있었다. 이 일을 계기로 실러는 러시아 역사에 관심을 가졌다. 이에 러시아인들의 노예 정신을 경멸한 인물인 데메트리우스를 주인공으로 한 5막 비극을 구상했다. 4개월간 집필에 매달렸지만 완성하지 못한 채 창작기의 절정인 46세의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프리드리히 실러 지음, 최석희 옮김 |
꿰맨 인간 퀘벡 지식인들의 정신적 지주였던 가스통 미롱의 시집이다. 몇 차례 개작하기는 했지만 그는 이 시집을 끝까지 미완성으로 간주했다. 새로운 시를 추가해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그 항거와 슬픔의 시가 퀘벡의 치유되지 않는 상처처럼 아직도 생생한 언어의 고통을 담고 있다는 의미다. 퀘벡 문단은 그의 시적 서정을 바탕으로 퀘벡의 정체성 확립을 지속하고 있다. 가스통 미롱 지음, 한대균 옮김 |
부바르와 페퀴셰 천줄읽기 책을 통해 세상을 배우는 두 인물의 이야기다. 플로베르는 이 소설에 ‘인간의 어리석음에 관한 백과사전’이라는 부제를 붙였다. 소설을 언어의 문제로 간주한 그는 끊임없이 문장을 고치고 다듬고 다시 쓰면서 내용과 형식이 분리되지 않는, 생명체처럼 완결된 작품을 꿈꾸었다. 1872년 집필을 시작했지만, 숨을 거둔 1880년 5월까지도 이 작품을 끝맺지 못했다. 귀스타브 플로베르 지음, 김계선 옮김 |
2992호 | 2019년 1월 22일 발행
미완성 고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