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海歌)
국화(菊花)
평생을 마친 다음/ 그 손바닥 위에/ 몇 줄의 시(詩)가 남는다면/ 그것으로 족하다는 시인(詩人)이 있다.// 오늘,/ 서리 내린 들에는 가을이 지고/ 겨울은 분합을 열어/ 소복(素服)으로 내리는데,// 잠 못 이룬 한밤 낼 나는/ 피가 식어 티끌 진 뒤 남을/ 몇 줄의 시(詩)를 생각는다.// 혼란히 꽃 진 빈 뜨락을/ 형형(熒熒) 불 밝힌/ 순금의 등(燈)!
≪민영 육필시집 海歌≫, 14~17쪽
올해로 팔순을 맞았다. 쓴다는 것은 삶만큼 고단한 과정. 평생 멈추지도 포기하지도 않았다. 민영은 말한다. “그것만이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노동, 유일한 기쁨이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