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레터 [주간 인텔리겐치아]입니다.
안녕하세요. 북레터 인텔리겐치아입니다.
세상은 바쁘고 일은 많은데 무더운 날씨에 어쩐지 의욕이 생기지 않습니다. 시원한 곳으로 휴가를 떠나는 것도 방법이지만, 그럴 형편이 아니라면 몸 대신 마음이라도 시원한 곳으로 떠나 보는 건 어떨까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선승(禪僧)들의 선시(禪詩)를 소개합니다. 집착과 굴레를 벗어 버리고 자연 속에서 오로지 깨달음을 추구한 스님들의 청허한 시들을 읽노라면 어느새 답답한 세속은 멀어지고, 산사 처마 끝 맑은 바람이 코끝을 맴도는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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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우 하나 낡은 납의 하나로 천산 만산을 새처럼 날아 넘네 ≪무의자 문집≫
진각국사 혜심은 국문학사상 최초의 본격적인 선시인(禪詩人)입니다. 그의 시는 깊은 깨달음의 선 사상을 뛰어난 문학적 자질로 승화해 표현했습니다. 물질적인 풍요보다는 청빈한 삶 속에서 존재의 의의를 찾고자 하는 선시들을 읽다 보면 일상생활 속의 즐거움을 새삼 깨닫게 됩니다.
혜심(慧諶) 지음, 배규범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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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빡 졸다 꿈 깨자 구름 밖으로 돌아왔네 ≪허응당 시선≫
조선 전기의 선승 허응 보우의 선시 97편을 선별했습니다. 당시 불교계를 양어깨에 짊어진 채 무수한 화살을 피해 가던 속에서도 섬세한 감정의 결을 시문 속에 담아냈습니다. 보우 스님은 논리적인 교리 문답이나 유가 선비들과의 논쟁은 물론 시를 통해서 자신의 감성을 표현하거나 제자들을 위한 권계에 능란했던 탁월한 시승이었습니다.
보우(普雨) 지음, 배규범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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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원래 말이 없고 하늘은 본래 파랗고 물은 절로 맑고 달은 절로 밝은 법 ≪정관집≫
산을 보니 그저 산이고, 물을 보니 그저 물입니다. 정관 일선 대사는 청허 휴정의 4대 제자 중 한 사람이자 16세기 청정수도의 대표자입니다. 그의 시 속에는 자연과 함께하는 즐거움과 풀뿌리 속에서 느껴지는 향긋한 정취가 들어 있습니다. 꾸밈없는 정갈한 시를 통해 아무것에도 얽매이지 않는 참다운 진리를 맛볼 수 있습니다.
일선(一禪) 지음, 배규범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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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선(鐵船) 타고 바다 유람하며 구멍 없는 피리 불어 사람을 놀라게 하네 ≪중관대사 시선≫
역시 청허 휴정의 제자였던 중관 해안 스님은 교화의 도구에 불과했던 불교시를 문학의 지위로 끌어올렸습니다. 척박했던 조선 초기 불가 문학을 개척해 유가 문학에 못지않은 완성도를 보인 그의 시 85수를 골라 소개합니다. 깨달음을 전하는 교화시부터 유가 문인들과 나눈 수창시, 산사의 생활을 담은 일상시를 고루 맛볼 수 있습니다.
해안(海眼) 지음, 배규범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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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 버리길 낡은 신처럼 세상 피하길 빈집처럼 ≪허정 문집≫
빼어난 시승(詩僧)으로도 이름이 높았던 허정 법종의 문집입니다. 그의 시는 다른 선시에 비해 읽기 쉽습니다. 담박하면서도 적절한 시어를 배치했기 때문입니다. 이 책에는 ≪허정집≫에서 그의 정신세계를 가장 잘 드러내는 109편의 시문을 골라 실었습니다. 바쁜 일상에 매몰되어 자신을 잃어 가는 현대인의 마음을 맑은 죽비 소리처럼 일깨웁니다.
법종(法宗) 지음, 배규범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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냇가에서 차 마시다 돌아갈 생각 아득히 잊었네 ≪초의시고≫
다성 초의 선사의 청담한 한 잔 차 같은 선시들을 담은 책입니다. 초의 선사는 초의차를 완성하고 ≪동다송≫을 지어 우리나라 다도를 정립해 한국의 다성, 또는 다승으로 불립니다. 다산 정약용, 추사 김정희 등이 극찬한 그의 시 56편 76수를 가려 뽑았습니다.
의순(意恂) 지음, 배규범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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