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철 교수의 안식년 365일
5월의 신간. 더는 어릴 수 없는 나이의 기록
박기철이 쓴 <<박기철 교수의 안식년 365일>>
내 생각의 현주소
이것은 생각 일기다. 오늘 무엇을 했는가를 적지 않고 무엇을 생각했는가를 적었다. 생각을 찾다 보니 생각이 자랐다. 머리도 따라서 좋아진 듯하다.
이 글쓰기는 내게 아주 유효한 자습의 기회였다. 누구에게 배우는 것이 아니라 내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키우는 일이었다.
‘마치며: 생각의 화수분을 지니는 자습 시간’, <<박기철 교수의 안식년 365일>>, 732~733쪽.
이 글쓰기는 무엇인가?
평범한 일상의 성찰을 통한 인트라 커뮤니케이션이다. 2012년 9월 1일부터 2013년 8월 31일까지, 안식년 365일을 빠짐없이 기록한 일기다.
하루도 빠짐없이 썼는가?
그렇다. 안식년은 재충전의 소중한 시간이다. 그 귀한 시간 동안에 가진 내 생각을 생생하게, 온전히 기록하고 싶었다.
당신에게 일기란 무엇인가?
어릴 적에 되지도 않는 어려운 단어를 써 가며, 스스로도 무슨 말인지도 모르고 쓴 일기가 여섯 권이나 된다. 이제 반백이 지난 나이에 그보다는 더 성숙한 일기를 쓰고 싶었다. 그런 점에서 이 일기는 이제 어릴 수 없는 성숙한 중년으로 자란 내 생각의 기록, 생각 일기다.
일기와 생각 일기의 차이는 뭔가?
원래 일기는 자신이 자신에게 고백하듯 쓰는 글이다. 하지만 이 일기는 이 글을 읽을 독자를 눈앞에 두고 쓴 글이다. 예상 독자에게 내가 가진 생각을 흘러넘치며 이야기하듯 쓴 생각기다.
생각 일기를 쓰면 생각이 좋아지는가?
어디서 무엇을 했는지 쓰는 일기가 아니라 어디서 무슨 생각을 했는지 쓴 일기다. 생각이 자란 듯하다. 나이 들면 머리가 나빠진다는데 오히려 머리가 좋아졌다.
머리가 좋아진 이유는 뭔가?
매일 글을 써 가면서 글의 소재를 발견하는 관점과 능력이 커졌고, 사진을 찍는 안목과 실력도 늘었다. 사소한 것에서 특별한 이야기를 끄집어내는 감각도 한층 향상된 느낌이다.
당신에게 특별한 이야기를 끄집어내는 능력이 있는가?
이 책은 글만이 아니라 그날 찍은 사진과 글이 하나로 된 사진 일기다. 사진을 찍을 때 특별한 광경이 아니라 평범한 일상에 주목했다. 가령 어느 유명 관광지를 가더라도 멋진 경치나 희한한 장면을 애써 찾아 작품처럼 찍는 게 아니라 그냥 자연스럽게 접하게 된 주변의 평범함에 생각의 초점을 맞추었다.
365일의 생각 가운데 제일의 생각은 뭔가?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365개의 글을 쭉 훑어보았다. 딱 하나를 꼽기 힘들었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 일기 중 마광수 교수를 인터뷰한 글이 있는데 그것처럼 사진가 최민식 선생을 인터뷰하지 못한 것이다. 이 생각기를 쓰는 동안에 찾아가 생전에 뵐 수 있었는데 돌아가셨다. 그래서 이 생각기의 365번째 마지막은 아쉬움을 달래며 존경하는 선생의 생가에 가서 쓴 글이 되었다.
이 책, <<박기철 교수의 안식년 365일>>에 담긴 생각은 뭔가?
인간중심, 인간우선, 인간위주, 사람이 먼저인 인간주의와 좌우로 갈린 경제주의에서 벗어난 생태주의다. 인간주의와 경제주의에서 벗어난 생태주의라는 것이 좀 애매모호하게 들리지만 이 책에 생태주의의 면면들이 여기저기 담겨 있다.
추천하는 독법이 있는가?
365개의 글을 하나하나 차례로 읽으면 재미없을 수 있다. 다만 눈길이 가는 사진이 있으면 글을 읽게 될 것이고 글에 담긴 생각이 맘에 들면 자연스럽게 365개 글들을 어느새 다 읽게 될 것이다.
독자가 책을 읽고 나서 뭐라고 할 것 같은가?
특별한 일, 특별한 곳이 아니라 사소한 일, 평범한 곳에서도 얼마든지 의미 있고 흥미 있는 이야기를 찾을 수 있다는 경험을 공감하기 바란다.
이 책을 한 단어로 말할 수 있겠나?
생각의 교감이다. 지식이나 정보가 아니라 생각이 모든 것을 좌우한다. 인생도 기업도 다 생각에 의해 결정된다. 이 책에서 교감하고픈 생각은 성공하기 위한, 출세하기 위한 생각이 아니라 행복하기 위한, 건강하기 위한 생각이다.
생각 일기는 이번으로 끝인가?
앞으로 한 번 더 안식년을 가질 기회가 있다. 그때 되면 쓰겠지만 그 전에라도 시간의 여유보다 생각의 여유가 있으면 다시 쓰고 싶다.
당신은 누구인가?
박기철이다. 경성대학교 광고홍보학과 교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