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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씨전

z20121119-1

한국 고전소설 신간 <<박씨전>>

아버지 죽은 나라의 어머니
병자호란, 임진왜란, 한일합방은 모두가 나라의 주권이 무너지거나 상실된 사건이다. 가부장제 사회에서 주권의 상실은 아버지, 곧 남자의 죽음이다. 어머니는 집안을 유지하고 자식을 건사하며 미래를 준비한다. 밤마다 영웅이 되어 꿈의 세계를 평정하면서.

“부인의 침소에 여러 날 들어왔으나 언제나 정색하고 마음을 풀지 않는데, 이는 다 나의 잘못이라 누구를 원망하고 탓하리오. 부인을 삼사 년 독수공방케 한 죄는 지금 뭐라 말씀할 길이 없사오나, 마음을 돌이켜 사람을 구하소서. 죽기는 싫지 아니하오나 양친께 불효를 끼치어 어린 나이에 비명횡사하면 그 죄가 막심할 것이며, 지하에 간들 무슨 면목으로 조상의 혼령을 뵈리오. 이렇게 생각하면 심히 힘든지라 부인은 다시 생각하소서.”
그러고는 슬프게 눈물을 흘리더라. 박씨가 이 말을 들으니 불쌍하고 가엾은 마음이 없지 아니하나 꽃 같은 얼굴을 더욱 씩씩하게 하고 책망하기를,
“조선은 예의의 나라라 했는데, 사람이 오륜을 모르면 어찌 예의를 알리오. 그대는 아내가 박색이라 해 삼사 년을 천대했으니 부부유별이 어디 있으리오. 옛사람이 ‘조강지처는 불하당이라’ 했거늘 그대는 미색만 생각하고 부부간 오륜은 생각하지 않으니 어찌 덕을 알며, 처자의 마음속도 모르거늘 어찌 입신양명해 나라를 돕고 백성을 편안하게 하리오. 지식이 저렇게 없을진대 효와 충을 어찌 알며, 백성을 편안히 할 길을 어찌 알리오. 이후는 효도를 다해 수신제가를 명심하소서. 첩은 비록 아녀자나 낭군 같은 남자는 부러워 아니하나이다.”
언어가 정직하고 굳세니, 시백이 자기가 한 일을 생각하고서 입이 있어도 할 말이 없더라. 부끄러운 마음을 억지로 참고 누누이 사죄할 뿐이라. 박씨가 자세히 쳐다보다가 얼마 후에 말하기를,
“첩이 본래 모습을 감추고 추하게 하기는 군자를 미혹당하지 못하게 해 일심(一心)으로 공부하게 하려는 것이요, 그사이에 말하지 않음은 군자를 스스로 잘못을 뉘우치게 하고 책망하려는 것이오. 지금 본래 모습을 가졌으나 한평생 마음을 풀지 아니하고자 했으나, 여자의 연약한 마음으로 장부를 속이지 못해 과거사를 풀어 버리거늘 부디 이후로는 명심하옵소서.”

<<박씨전>>, 작자 미상, 정창권 옮김, 54~56쪽

<<박씨전>>은 어떤 이야기인가?
조선 후기 대표적인 영웅소설이다. 박씨 부인이 이시백과 결혼하지만 추한 외모 때문에 한동안 남편과 시어머니에게 박대를 당한다. 그러다가 허물을 벗고 미인이 된 이후, 부부가 화합하며 신이한 능력으로 병자호란을 당한 나라를 구한다. 여성 주인공이 영웅이 된다.

위의 구절은 어떤 대목인가?
절세 미녀가 된 박씨가 “저는 비록 아녀자이나 낭군 같은 남자는 부럽지 않나이다!”라고 꾸짖으니, 남편 이시백이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어 누누이 사죄하는 대목이다. 정말 통쾌하지 않은가! 당시 억압받았던 규방 여성들도 박씨가 시백을 꾸짖는 이 대목에서 통쾌함과 대리 만족을 느꼈을 것이라 생각한다.

주인공 박씨 부인의 탄생은?
조선 후기 여성들은 가부장제와 내외법 때문에 현실에 불만이 있었다. 여성들의 항거 의식에다가 초인적인 예지와 도술이란 상상적 요소가 가미되어 새로운 여성, 박씨 부인이 만들어진 것이다.

등장인물들은?
역사적인 인물이 많이 등장한다. 이시백, 임경업, 김자점, 인조는 실존 인물이다.

역사소설인가?
병자호란이라는 역사적 사실이 배경이라는 점에서 역사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영웅적인 인물들이 전쟁 이야기를 펼친다는 점에서는 군담소설이라고도 할 수 있다.

역사적 인물들은 어떻게 그려지나?
임경업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무능하고 나약하며 부정적인 인물로 나타난다.

왜 그랬을까?
박씨 부인이 병자호란이라는 씻을 수 없는 치욕을 극복하는 주인공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구성이다.

누가 독자였나?
여성이 열광했다. 조선 후기에 여성들이 소설을 창작하거나 향유하는 과정에 매우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단초를 제공했다.

언제 누가 썼나?
작가는 불상이다. 시기도 명확하지 않다. 다만 창작 시점에 대한 학설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병자호란 직후인 17세기 후반이나 18세기 초라는 견해와 19세기 후반이라는 견해다.

베스트셀러였나?
이본으로 국문 필사본과 활자본을 포함해 100여 종이 현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춘향전>과 <구운몽> 다음으로 많다. 당시 <박씨전>의 인기를 짐작할 수 있다.

한문 이본은?
전혀 없다. 이로써 <박씨전>의 독자층을 추정할 수 있다. 당시 여성들은 대부분 교육 수준이 높지 않아 한문을 읽기 어려웠다는 사실에 근거해 이 작품이 주로 여성을 위한 소설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개화기 여성들도 <박씨전> 같은 소설을 보면서 일종의 여성 해방의식, 평등의식 같은 것을 느꼈다고 한다.

이본들은 어떤가?
박씨의 여성 영웅적 면모가 부각되는 내용에다가 역사소설 <임경업전>의 내용이 첨가·확대되면서 임경업의 활약상이 두드러진다.

여성 영웅소설 가운데 <박씨전>의 특징은?
대부분의 여성 영웅소설에 등장하는 여주인공은 남장을 한다. 과거급제를 통해 출세한 후 시댁 가문의 적이자 악인을 처단하는 등 여성 주도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박씨전>은 여성 영웅소설의 출발선에 선 작품이다. 여성의 활동이 가정적 범주에서 벗어나 사회적·정치적 문제까지 확대됐다는 점에서 대단히 선진적인 여성상을 보인다. 또한 이시백이나 인조, 임경업, 김자점 등 역사적으로 실재한 남성들의 능력에 대비되는 여성의 잠재적 능력을 드러낸다. 심지어 다른 나라의 왕이나 장수와 겨뤄서도 우월성을 보인다.

문학사의 눈에서 어떤 의미가 있나?
여성을 하나의 정물적 존재로 보는 시각이 강하던 당시 풍토에서 박씨의 이 같은 능력은 매우 주목할 만한 일이다. 이 점에서 <박씨전>은 전통적 여성관과 구별된다. <박씨전>은 여성의 역할과 직분을 엄격하게 제한했던 내외법에서 벗어나, 여성의 사회적·정치적 참여 의지가 아주 적극적으로 나타난다. 그러므로 일종의 조선판 페미니즘 소설로 보아도 무방하다.

원전은?
1925년에 발행한 활자본 덕흥서림판 영인본에 수록된 <박씨부인전>을 현대어로 번역했다.

어떻게 번역했나?
직역을 위주로 했다. 다만 어려운 한자어나 고어는 현대어로 쉽게 풀어 썼다. 아무렇게나 현대식 문장으로 각색하지 않고, 원전을 거의 그대로 살리고자 최대한 노력했다. 특히 화설이나 차설, 각설 등 이야기 방식이나 ‘하니라’, ‘하더라’, ‘하나이까’ 등 예스러운 어미들을 그대로 살려 고전소설 특유의 맛을 내고자 했다.

번역하는 데 난점은?
본래 작품이 국문으로 창작되었는데도 여전히 한자어가 많은 편이다. 그것들을 하나하나 한글로 바꾸고 현대적 언어로 다시 쓰는 게 쉽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고전소설 특유의 맛을 살려야 하기에 생각보다 작업이 어려웠다.

어떻게 극복했나?
수정하고 또 수정했다. 그게 고전 번역의 어려움이지만 보람과 뿌듯함을 느끼는 요인이기도 하다. 고생 끝에 오는 낙이라고 할까.

이 책이 현대에서 갖는 의미는?
우리 고전에도 여성 인물이 대범한 활약상을 펼치는 작품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려 준다. 특히 박씨의 넓은 안목, 인내력과 결단력이 있는 행동은 현대 여성들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부활이 가능할까?
단순하게는 어린이 책이나 청소년용 도서로 출판할 수 있겠다. 좀 더 깊이 생각해 보면, 당당한 여주인공이 등장하는 드라마로도 만들 수 있을 듯하다. 또 전통 시대 여성 문화사 관련 전시회를 꾸밀 때도 중요한 자료가 될 듯하다.

당신은 누구인가?
정창권이다. 고려대학교 교양교직부 교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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