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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원 중편집 초판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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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회가 엮은 ≪초판본 박태원 중편집≫

식민지 룸펜의 빚은 얼마인가?
박태원은 집을 짓기 위해 일본인에게 빚을 낸다. 이자만 한 달에 팔십이 원 남짓하니 밤낮으로 붓을 달려 청산하지 않을 수 없었다. 원금은 갚았을까? 집은 다 지었을까?

당시에 나의 수중에 준비되어 있던 돈은, 全 工事費의 三分 一에 해당하는 금액이었으므로, 우선, 청부업자는 두말하지 않고 일을 시작하여 주었다.
上樑 時에 건네어 주기로 한 다시 삼분 일의 공사비는 八方으로 주선한 끝에, 두 푼 오 리나 주기로 하고, 사사변을 얻어다 어김없이 갖다가 받혔다.
이제 남은 문제는 竣工과 동시에 그에게 내어 줄 마지막 삼분 일의 공사비인데, 그것은 나의 본래부터 예산이, 집이 거의 다 될 임시하여, 그 거의 다 된 집을 그대로 은행이나 조합에다가 집어넣고서, 더도 말고 전 공사비의 삼분 이 정도의 돈을 끌어내어, 절반은 이를 청부업자에게 주고, 다시 절반은 이를 먼저 얻어 쓴 사사변 淸算에 充當할 작정이었다.
공사는 별 지장 없이 순조로웁게 진행되었다. 나는 거의 매일같이 東小門 고개를 넘어 다니며, 처음에는 멀쑥하니 빈 기둥만 우뚝우뚝 서 있던 것이, 차차 기와를 잇고 벽을 치고 하자, 하루하루, 제법 집 모양을 갖후어 가는 꼴이, 보기에 하도 신통하고 또 재미스러워, 그만, 나의 觀相論 속에, 大事를 莫管하라 隨魔−不少니라 하는 글꾸가 있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설혹 나의 本意는 아니라 하더라도, 그 觀相쟁이를, 정녕, 靈하다고 할 밖에 없는 것이, 오죽하여야 죽을 數에다가 견주기까지 하는, 그러한 크나큰 일을 輕妄되이도 시작한 까닭으로 하여 나는 가진 곡경을 다 치르게 되고야 말았다.
<채가>, ≪초판본 박태원 중편집≫, 박태원 지음, 김종회 엮음, 208~209쪽

빚을 내 집 짓는 얘긴가?
주인공은 내 집 마련에 애착이 강하다. 어쩌다 동소문에 땅을 샀고 그 땅에 무리를 해 가며 집을 짓기에 이른다. 박태원이 지금 이 소설을 썼다면 ‘하우스 푸어’라는 제목을 붙였을지도 모른다.

돈은 누구에게 빌리나?
신당정 사는 일본인 부호의 돈 5500원을 6개월 기한으로 빌린다. 월 이자는 82원 50전이다. 참고로 1940년 신문에 따르면 운전수 월급이 75원이라 한다.

이 작품 끝에 ‘<자화상> 제3화’라고 썼는데 박태원 본인 이야기인가?
당시 박태원의 일상생활이 어땠는가를 짐작하는 자료가 되기도 한다. 작품 가운데서 확인되는 바 ‘밤낮으로 붓을 달린’ 결과로 소설을 생산하는데, 거기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것은 집을 짓느라 무리하게 빌어다 쓴 돈의 이자를 갚기 위해서다.

빚 갚기 위해 밤낮으로 붓을 달려서 좋은 소설을 쓸 수 있는가?
통속성 속에서 기묘하게도 당대 일상의 자연스러운 표출이라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1941년 시점에서 박태원의 창작 성향은 이렇게 세태 풍광을 뒤쫓는 형국으로 일관한다.

당대의 세태 소설은 무엇을 말할 수 있었는가?
한 연구자는 일본인에게 빚을 진 주인공의 상태를 ‘마치 무거운 빚을 짊어진 사람처럼 일본인, 일본 자본, 일본어, 일본적인 가족제도에 저당 잡힌 조선인의 삶을 보여 주었던 것’이라고 해석한다.

≪초판본 박태원 중편집≫에 실린 작품은 무엇인가?
<채가> 외에 <낙조>, <소설가 구보 씨의 일일>, 이렇게 세 편을 실었다. 모두 전문(全文)을 수록했다.

<낙조>는 그가 구인회에 가입하던 1933년 작품인가?
1920년대의 문학은 단순한 정서적 표현이 주류를 이루었으나 1930년대부터는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라는 문제가 대두됐다. 구인회의 활동은 이러한 문학적 조류와 관련돼 있다. 카프가 보여 주던 문학의 목적주의가 퇴조하고 작품 그 자체에 중점을 두는, 도회적 감각이나 실험적 기교 등이 문학 양식으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주인공 ‘최 주사’가 공무원 생활 후 시작한 약장수의 삶은 어떤 것인가?
서울 시내 큰 약국에서 약을 도매로 떼어다가 변두리의 작은 약국에 판다. 한겨울에도 무악재, 마포, 양화, 영등포 등지의 약국을 찾아 걷는다. 최 주사는 일본 유학 얘기와 순사, 간수, 역무원을 지낸 왕년 얘기를 털어놓으며 여러 가지 생각에 빠진다.

이 작품을 특별히 ‘심경소설’이라고 부른 이유는 무엇인가?
<낙조>는 객관 세계의 묘사보다는 주관적 진실에 치중한다. 최 주사의 심경에 비친 당대 현실을 통해 삶의 총체성보다는 개별성의 구현에 주력한다. 최 주사의 개인사에 몰입하는 것이다.

<소설가 구보 씨의 일일>이 걸작으로 지목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현대의 경향·풍속 등을 탐구하는 고현학(考現學), 작가의 분신에 해당하는 주인공을 내세운 자기반영성, 현재와 과거의 교차에 의한 의식의 흐름, 영화의 이중노출(overlap) 수법 등 전통적 소설에서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소설 기법으로 유명하다.

플롯이 보이지 않는데 뭘 보고 읽어야 하나?
작품에 나오는 두 가지 고민을 주목하면 된다. 구보의 어머니는 아들을 보며 ‘유학까지 갔다 온 26세의 아들이 결혼도 안 하고, 취직도 못하는 이유가 뭔지? 밤낮 책이나 읽고 글이나 쓰며 밤중까지 거리를 쏘다니니 답답하다’고 느낀다. 구보는 ‘고독과 행복은 무엇인가? 식민지 도시의 속물적이고 부르주아적인 일상이 싫다. 소설을 쓰며 자유롭게 살고 싶지만 그러한 소망이 이루어질 길은 막막하다’는 고민을 안고 있다.

고민에 휩싸인 구보가 하는 일은 거리 배회인가?
<소설가 구보 씨의 일일>은 제목 그대로 소설가 구보의 하루를 그린 작품이다. 주인공 구보는 오전 늦게 집을 나와 경성 여기저기를 배회하며 도시를 관찰하고 친구를 만나다 밤늦게 귀가한다. 특별한 목적 없이 쏘다니고 카페에서 문학 하는 벗을 만나는 것이 유일한 즐거움이다. 생활과 직업을 가지지 못한 채 방황하는 식민지 룸펜 지식인의 현실을 반영했다.

저문 날 귀갓길에 식민지 룸펜이 경성을 따뜻한 시선으로 연민하는 계기는 무엇인가?
거리에서 일자리를 찾아 나선 아낙네를 보고 난 뒤 연민이 생긴다. 이어 집에 오면서 어머니와 같은 한 아낙네를 바라보며 딱한 마음을 감추지 못한다. 근대적 삶을 꿈꾸던 모더니스트 구보가 자신에 대한 반성적인 인식을 거쳐 식민지 도시의 삶을 연민과 동정의 윤리로 포용하게 된 것이다.

그는 어디서 나서 자랐나?
지금의 서울 종로구 수송동에서 태어났다. 작품에서 경성에 대한 묘사가 두드러짐은 그가 서울내기라는 점과 무관치 않다.

춘원과는 어떤 관계인가?
학창 시절, 의사였던 숙부 박용남과 교사였던 고모 박용일의 주선으로 춘원 이광수에게 개인적으로 문학 지도를 받았다. 구인회에서는 이태준, 정지용, 김기림, 이상 등과 함께 활동했다.

북에서의 삶은 어떠했는가?
한국전쟁 때 서울에 온 이태준, 안회남, 오장환, 정인택, 이용악 등을 따라 가족을 남기고 단신 월북했다. 북한에서는 권영희와 재혼했다. 권영희는 정인택의 아내였는데 정인택이 사망한 후 두 사람은 새 인연을 맺었다. 권영희는 박태원의 ≪갑오농민전쟁≫ 창작에 크게 도움을 주었다.

당신은 누군가?
김종회다. 경희대 국어국문과 교수이고 한국문학평론가협회 회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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