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새워 읽는 책
북레터 [주간 인텔리겐치아]입니다.
안녕하세요. 북레터 인텔리겐치아입니다.
올해는 유난히 빠르게 지나가는 것 같습니다. 이러다 문득 겨울이 오겠죠? 깊은 밤 동무로 삼을 것이 맥주와 넷플릭스만은 아닐 겁니다. 이번에는 ‘재미’로 우리와 이웃 나라 선조들의 밤을 밝힌 이야기들을 소개합니다.
《전등신화》의 ‘전등(剪燈)’은 등잔의 심지를 자른다는 말입니다. 타버린 심지를 잘라내면서 밤을 새워 읽을 정도로 재미있다는 뜻이죠. 이 책은 남녀 간의 만남과 이별을 다룬 애정소설이자, 인간의 욕망을 구현하는 환상소설집입니다. 또한 조선 전기의 서적들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주석서이자 미려한 문체를 익힐 수 있는 실용서이기도 하지요. 글공부하는 데 이만한 책이 없었습니다. 김시습은 이 책을 읽고 ≪금오신화≫를 내놓았어요. 중국 명대 소설이지만 조선 초에 이미 유입되었고 왕조가 끝날 때까지 최고의 애독서이자 베스트셀러였습니다. 동양문화권에 커다란 영향을 끼친 이야기의 고전입니다.
주인공 요노스케는 엄청난 재산을 상속받고 환락적 소비와 향락이 허용되는 유곽을 드나들며 수많은 여성 또는 미소년을 편력합니다. 7세에 이성에 눈을 떠 60세가 되기까지 사랑을 나누었던 여자가 3742명, 남색 상대가 725명이었어요. 그의 엽색담을 통해 일본 에도 시대의 화려한 성 문화와 그 뒤에 가려진 상인들의 세계와 가치관을 엿볼 수 있습니다. 일본 근대 풍속 소설의 효시기도 합니다. 국내 최초 출간된 완역본이고 세종우수교양도서(2017)로 선정된 수작입니다.
일본 설화 문학의 전성기라 할 수 있는 중세 시대를 대표하는 설화집입니다. 13세기 초반으로 예상해요. 고대 율령제가 붕괴되고 중세적 봉건 체제로 이행해 가는 격동과 혼란의 시대가 배경입니다. 몰락해 가면서도 왕조 문화에 대한 자부심을 지켜 가려 하는 귀족들, 정치와 문화의 주역으로 부상한 신흥 무사 계급, 재해와 전란의 와중에도 서서히 자신들의 목소리를 드러내기 시작한 서민 등 각계각층 인간 군상의 모습을 현실적이면서도 해학적으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특히 <참새가 은혜 갚은 이야기>와 <도깨비에게 혹을 떼인 이야기>는 우리나라의 흥부 놀부 이야기, 혹부리 영감과 유사해 흥미롭습니다. 이야기에 대한 호기심은 시공을 초월한 인간의 보편 욕구임을 확인할 수 있지요. 전체 15권 197화 중 가장 대표적이고 재미있는 60화를 정선해 옮긴 책입니다.
방주는 늦둥이로 태어나 극진한 사랑을 받으며 버릇없어집니다. 분개한 염라대왕이 불효자로 자란 그를 무시무시한 형벌로 다스려요. 방주를 동물로 변신시켜 고통과 굴욕을 안겨 주는 등 끔찍한 형벌을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당대 독자들에겐 불효를 경계하고 ‘징악’을 강조하는 데에 한몫했을 거예요. 개과천선한 방주는 다른 사람들의 귀감이 되는 큰 인물이 됩니다. 고전소설의 주제인 ‘권선징악’을 충실하게 따르며 효(孝), 절개(節槪), 보은(報恩) 세 가지 윤리를 특히 강조하는 윤리소설입니다. 동시에, 여성이 전장에 나가 공을 세우는 여성영웅소설의 면모도 엿보여 읽는 재미를 더합니다. 국내 최초로 현대어로 소개된 우리 고전 소설입니다.
중국 현대 문학의 창시자로 일컬어지는 루쉰이 ‘옛이야기(故事)’인 신화와 전설, 역사 등의 소재에 현대적인 색채를 입혀 ‘새로 엮은’ 작품들입니다. 중국 문화에서 성인과 영웅으로 떠받들어져 온 인물들이 구체적인 현실 문제 앞에서 곤란을 겪으며 고뇌하는 인간적인 모습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여와, 우, 백이와 숙제, 노자와 장자 등 작가는 친숙한 신화, 전설 속 주인공들을 출현시켜 현실을 변혁하는 주체이자 중국 문명 기원의 정신상으로 제시합니다. 하지만 이들은 온갖 자질구레한 일상 속에서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심지어 민중에게 이용당하고 외면당해요. 루쉰의 세 번째 소설집으로 여덟 편의 이야기가 엮여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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