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심의
6월의 새 책. 방송 토론이 재미없는 이유
김영호가 쓴 <<방송심의>>
방송이 정치인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방송을 감시한다. 여당 추천 6명, 야당 추천 3명이 프로그램을 규제한다. 방송이 정치를 해결하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기술은 최고 수준인데 운영은 지리멸렬이다.
모든 사람들을 납득시킬 수 있는 심의 결정이란 어쩌면 애초에 기대할 수 없는 것인지도 모른다.
‘2장. 방송심의 기준’ 중에서, <<방송심의>> 14쪽.
방송심의란 무엇을 하는 것인가?
방송이 프로그램을 통해 공익성을 실현하고 공적 책임을 다하는지를 감시하는 제도다.
어떤 방식으로 감시하는가?
누가 주체가 되느냐에 따라 자율 심의와 타율 심의로 나눌 수 있다. 규제가 이루어지는 시점이 방송 전인지 후인지에 따라 사전 심의와 사후 심의로 나눌 수 있다.
뭘 기준으로 감시하는가?
텔레비전은 가족 매체다. 가족이 함께 시청하기에 거북하거나 부담되지 않는지, 특히 어린이나 청소년이 봐도 괜찮은 내용인지, 지나치게 충격적이거나 자극적이지는 않은지, 누군가를 비하하고 차별하거나 편견을 심어 주고 있지는 않은지, 권력이든 광고주든 누군가의 이익이나 사사로운 목적을 위해 내용이 변질되거나 편파적인 것은 아닌지를 따진다.
누구의 눈으로 판단하는가?
전문가가 아닌 평범한 시청자의 눈높이에 맞춘 판단이 심의의 보편적 기준이 되어야 한다. 명문화된 심의 규정은 이를 상황에 따라 적용할 수 있는 최소한의 척도다.
표현 자유를 침해하는 제도 아닌가?
규제 성격의 방송심의와 표현의 자유가 추구하는 가치는 원칙상 충돌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프로그램의 품질 제고를 위해 방송사 내에서 이루어지는 자율 규제인 사전 심의를 제외하면 타율 규제는 모두 사후 심의로 이루어진다. 표현의 자유에 대한 보장과 방송의 공익성이라는 가치 모두를 훼손하지 않기 위해 고심하는 흔적을 엿볼 수 있다.
신문은 놔두고 방송만 감시하는 이유는 뭔가?
방송은 신문이나 통신 등 다른 매체와 달리 공익성이라는 개념이 그 존재의 근거이기 때문이다.
방송의 공익성이란 뭘 말하는 것인가?
방송 자원인 전파의 공공성, 곧 소유 근거와 희소성, 그로부터 비롯되는 수탁 개념과 방송의 사회적 영향력과 책임을 말한다.
한국 방송 심의 제도는 표현 자유와 공익성의 타협에 성공했는가?
프로그램을 제작해 방송 채널을 통해 내보내는 것은 예술·창작의 자유와는 구별되어야 한다. 시청자를 의식하지 않고 제작하는 프로그램은 없다. 타협과 이해의 접점은 시청자 곧 국민이다.
우리나라 방송 심의는 기술 발전 수준을 반영하고 있는가?
우리 방송 기술은 세계 최정상이다. 그러나 프로그램에는 변화가 없거나 수준이 떨어지고 있다. 무엇을 위한 기술 진보인지 회의마저 드는 게 우리 방송의 현실이다. 방송심의 역시 지상파 방송 시대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심의가 기술을 따라가려면 무엇이 필요한가?
매체별 특성과 수용 형태의 다양성을 반영하는 심의 방식이 요구된다.
실패한 심의 사례는 무엇인가?
2008년 MBC 광우병 방송에 대한 심의 제재 결정이다. 일반 국민 정서와는 동떨어진 결정으로 프로그램의 공정성이 아니라 심의의 공정성이 제기된 사건이다. ‘심의 무용론’이 제기된 사례다. 2009년 MBC <무릎팍 도사> 안철수 편도 마찬가지다. 출연자의 발언이 거짓말이므로 프로그램을 징계해야 한다는 민원이 방송이 나가고 4년이 지난 2013년에 제기되어 행정지도 처분을 받았다. 누가 봐도 다른 목적으로 방송심의 제도가 이용된 것이라 의심되는 사례다.
광우병이나 안철수 문제가 일어나는 원인은 뭔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정치권에서 추천한 여 6명, 야 3명의 9명 위원으로 구성된다. 이러니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들에 대한 결정은 공정성 시비나 정치적 해석에 휘말린다. 최종 유권해석이 권위나 신뢰를 갖지 못하고 또 다른 논란거리를 제공하는 악순환이 거듭된다.
심의 규정에 문제는 없는가?
숲이 아닌 나무를 보게 되는 심의 규정이다. 프로그램 전반의 맥락보다는 개별 표현에 치중할 수밖에 없다.
뭘 바꿔야 하는가?
시사, 보도 프로그램의 공정성이나 객관성 등에 대해서는 명백한 실수나 오보의 경우 외에는 언론중재제도 및 명예훼손 관련 법 등 사법적인 판단과 시청자들의 평가에 맡기는 것이 낫다.
이 책 <<방송심의>>는 무엇을 이야기하는가?
현재 우리나라 방송이 처해 있는 문제들을 방송심의라는 잣대를 통해 사례 중심으로 진단했다. 심의의 주요 관심 분야인 공정성, 윤리성, 선정성, 소재와 표현, 방송의 품위 등을 시사, 보도, 드라마, 코미디, 예능 등 프로그램 장르와 연계해 살펴보고, 어린이 및 청소년 보호와 간접 광고의 현황과 문제점 등 방송심의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에 대해 다루었다.
당신은 누구인가?
김영호다. 우석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