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없이 저녁은 오고
설날 아침
연중 그래도 쓸 만한 날은/ 설날 아침// 일어나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세상 떠난 자들을 위하는 일// 그리고 낙엽처럼 흩어져 살던/ 살붙이들 새순 나듯/ 한 가지에서 다시 피어나/ 뿌리에서 길어 올리는/ 먹을 것을 나누는 일// 지난 허물/ 탕감하듯이/ 눈이라도 내리면/ 아하, 눈이라도 내리면// 네 집 찾아/ 첫발 놓으리/ 생애 첫발을// 직립보행 그 첫걸음으로/ 너에게 가리
≪백무산 육필시집 그대 없이 저녁은 오고≫, 78~81쪽
설날은 다시 첫날이다. 눈이 내리지 않으면 어떠랴. 누구이든, 무엇이든 그곳으로 생애 첫발, 첫걸음을 내딛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