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유경
조기영이 옮긴 가사나(伽斯那)의 ≪백유경(百喩經)≫
부처의 우스개
싱거운 음식에 소금을 치면 맛이 난다. 소금을 더 치면 짜다. 더 치면 쓰다. 더 치면 병이 난다. 음식이 아니라 소금을 먹기 때문이다. 삶과 도가 그런 것이다.
이 이야기는 내가 만든 것이니 즐겁고 우스운 말들을 서로 합쳤도다.
바르고 여실한 말을 많이 덜었으나 옳고 옳지 못한 의리를 볼 것이다.
마치 쓰고도 독한 약과 같으니 달콤한 석밀(石蜜)과 섞어서 합친다면
이 약은 온갖 병을 깨부수게 되고, 이 이야기 또한 이와 같을 것이다.
바른 교법 가운데 장난스러운 웃음은 비유하면 저 미친 약과 같도다.
부처님의 바른 교법은 고요하고 차분하여 이 세상을 밝게 비춰주나니
만일 토하고 쓸어내리는 약을 먹는다면 우유처럼 몸속을 적셔주리라.
나는 지금 이러한 의미로써 고요하고 차분한 내용을 밝게 드러냈으니
이것은 마치 아가타약과 같아서 나뭇잎을 가져다가 약을 싼 것이다.
약을 얻어 해독이 있는 곳에 바르면 나뭇잎은 다시 버려야 할 것이니
장난스러운 웃음거리는 잎으로 싸고, 진실한 의미는 그 속에 들었도다.
지혜로운 이는 바른 의미를 취하고, 장난스러운 웃음거리는 곧 버릴지어다.
<게송>, ≪백유경≫, 가사나 지음, 조기영 옮김, 220~221쪽
게송이란 무엇인가?
불교의 시가다. 여기서는 이 책을 쓴 의도와 방법을 밝히고 있다.
이 책을 쓴 의도가 무엇인가?
사람들의 어리석음을 일깨워 올바른 삶과 믿음의 경지에 이르게 하는 것이다.
어떤 방법으로 썼다는 것인가?
“장난스러운 웃음거리는 잎으로 싸고, 진실한 의미는 그 속에 들었도다(戲笑如葉裹 實義在其中)”라는 말에서 ‘장난스러운 웃음거리’와 ‘진실한 의미’라는 이중의 이야기 구조를 사용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중의 이야기 구조를 어떻게 사용했는가?
전반부에는 고사·우화·사실을 소개해 문학적 흥미를 돋우고, 후반부에는 실의·잠언·이치를 밝혀 철학적 깊이를 제공한다.
전반부 고사는 모두 가사나의 창작인가?
고대 인도의 우화와 구비설화를 수집해 엮었다. 여러 불교 경전에 실린 소재를 참고했다. 고대 인도인의 생활에서 일어난 여러 가지 일을 생생하게 표현했다. 동방의 이솝우화라는 말을 듣는다.
예를 들면 어떤 이야기인가?
어리석은 사람이 남의 집에서 주인과 밥을 먹는데 음식이 싱거웠다. 주인이 소금을 쳐 주자 맛이 좋아졌다. 소금을 더 많이 넣으면 음식이 더 맛있어질 거라고 그는 생각했다. 그렇게 했고 결국 입맛을 잃고 병이 나고 말았다.
숨은 뜻은 무엇인가?
음식을 절제하면 도를 얻을 수 있다는 말을 듣고 바로 음식을 끊어 버리는 외도(外道)들의 행동을 비판한다. 단식을 하면 굶주려 괴로워질 뿐이지 도를 터득하는 데에는 아무런 보탬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당신은 이 이야기에서 무엇을 보았는가?
“雖多誦經 不解何益 解一法句 行可得道.” ≪법구경≫의 한 구절이다. 책에는 ‘췌언’으로 소개했다.
뭐라고 새기는가?
비록 경전을 많이 외운다 하더라도
뜻을 알지 못하면 무슨 이익이리오?
하나의 불법의 구절이라도 이해하여
수행한다면 도를 얻을 수 있으리라.
‘췌언’은 무엇인가?
원전에는 없는 내용이다.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이야기마다 내 소견이나 촌평을 덧붙인 것이다. ≪법구경≫, ≪화엄경≫을 비롯한 여러 경전에서 뽑았다.
이 책에는 이런 이야기가 몇 편이나 실려 있는가?
98편이다. 첫머리에 있는 인언(引言)과 마지막에 있는 게송까지 합하면 총 100편이 된다. 백유경(百喩經)이라는 제목이 어울린다.
인언은 무엇인가?
머리말에 해당한다. ≪고려대장경≫에는 없지만 1914년 루쉰이 판각한 2권본에는 있다.
내용은 무엇인가?
바라문들이 부처에게 와 깨달음을 구한다. 부처가 바라문들을 위해 여러 비유를 말하겠다고 한다.
지은이 가사나는 누구인가?
5세기, 고대 인도의 승려다. 경전 번역에 참가했다고 하나 자세한 행적은 알려지지 않았다.
≪백유경≫이 전하는 판본은 어떤 것이 있나?
≪고려대장경≫을 근간으로 한 4권본과, 1914년 중국 금릉(金陵) 각경처(刻經處)에서 루쉰(魯迅)이 출자해 각인한 2권본이 유명하다.
당신은 어떤 판본을 옮겼나?
1993년 중화서국에서 출간한 ≪백유경금역(百喩經今譯)≫의 원문을 중심으로 다른 판본을 참고했다. 이 책은 루쉰본을 저본으로 삼았다.
당신은 누구인가?
조기영이다. 한국고전교육원 교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