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철학 강요 천줄읽기
제헌절 특집 법과 인간 3. 어쩌다 이 나라가 내 나라가 되었을까?
서정혁이 옮긴 게오르크 헤겔(Georg W. F. Hegel)의 ≪법철학 강요(Grundlinien der Philosophie des Rechts oder Naturrecht und Staatswissenschaft im Grundrisse) 천줄읽기≫
자유의지는 어떻게 국가를 만드는가?
자유의지는 도덕을 부르고 둘이 합쳐 인륜이 태어난다. 인륜은 관습이 되고 관습은 가족에서 성장한다. 가족은 시민사회로 발전되고 시민사회는 국가를 세운다. 국가는 자유의지의 소산이다.
철학이 온통 회색 칠만을 하고 있을 때, 이미 생의 모습은 늙어 버린 후이며, 회색으로 덧칠한다고 생의 모습이 다시 젊어지는 것은 아니고 단지 인식될 수 있을 뿐이다. 미네르바의 부엉이는 황혼이 깃들 무렵에야 비로소 날갯짓을 시작한다.
≪법철학 강요≫, 게오르크 헤겔 지음, 서정혁 옮김, 29쪽
미네르바의 부엉이가 뭔가?
로마 신화에 나오는 법과 정의, 지혜의 여신 미네르바의 상징이다. 여기서는 철학을 뜻한다.
황혼이 깃들 무렵에야 날갯짓을 시작한다는 것은 무슨 뜻인가?
철학은 시대가 저물어 갈 때에야 그 시대가 어떠했는지 파악할 수 있다는 뜻이다. 사람들은 이 구절이 철학이 현실을 해석할 뿐 바꾸지는 못한다는 말이라고 해석했다. 곧 철학의 무기력을 의미한다고 생각해 헤겔을 비판했다.
철학의 무기력을 표현했다는 사람들의 해석이 맞는 것인가?
오해다. 철학이 바라보는 오늘의 생은 이미 늙었지만 끝나지 않았음을 지적하는 구절이다. 철학은 현실을 개념적으로 파악함으로써 오늘을 완결하고 부정하는 동시에 내일을 준비한다. 헤겔의 철학은 이론과 실천, 앎과 삶을 추상적으로 분리하지 않았다.
법철학은 무엇인가?
흔히 법으로 번역하는 독일어 Recht에는 정의·권리·정당성이라는 의미가 있다. 사회의 질서 체계에서 옳은 것, 바른 것, 당연한 것이란 무엇이며 그것들은 어떻게 정당성을 얻고 실현되는가를 밝히는 철학이다.
≪법철학 강요≫는 법을 어떻게 설명하는가?
법은 인간 정신에 기초한다. 인간 정신의 본질은 자유의지다. 따라서 법은 자유의지가 구현된 모습이다. 자유의지의 변증법적 발전 양상을 따라 추상법, 도덕, 인륜으로 나아간다.
추상법이란 무엇을 뜻하는가?
자유의지의 첫째 형태다. 자유의지의 주체는 인격이며, 인격은 자신을 생명·신체·재산 등 외적인 것과 동일시함으로써 존재한다. 여기서 자유의 개념은 외적인 것과 동떨어져 성립할 수 없으며 주체의 특수성은 도외시되므로 추상적이다.
추상법은 어떻게 도덕이 되는가?
추상법은 인격을 회복하고 존중하는 방향으로 나아간다. 인격이 외적 자유를 부정하고 내적 자유를 대상으로 삼게 되면 추상법을 능가하는 주관적인 의지 곧 도덕이 등장한다.
추상법과 도덕의 종합이 인륜인가?
그렇다. 추상법의 외면성과 도덕의 내면성의 종합이 인륜이다. 실체로서 자유는 주관적 의지일 뿐만 아니라 현실적이며 필연적으로 실존한다. 이러한 인륜성은 다시 가족·시민사회·국가라는 공동체의 세 가지 형식으로 발전하며 전개된다.
인륜성의 세 단계는 어떻게 전개되는가?
인륜은 관습에서 시작된다. 관습은 인륜이 무의식적으로 객관화한, 공동체를 지배하는 원리다. 가장 기본적인 형태는 가족이다. 가족의 구성원으로서 성장한 개인들의 자유의지는 시민사회를 이룬다. 시민사회에서 발생한 노동 분업과 계급, 사법과 직업단체가 통일되어 국가로 나아간다.
≪법철학 강요≫는 헤겔의 철학 체계에서 어디에 위치하는가?
헤겔의 전체 철학은 논리학·자연철학·정신철학으로 하나의 체계를 이룬다. 정신철학은 다시 주관 정신, 객관 정신, 절대정신으로 구분되는데, 법철학은 둘째 단계인 객관 정신에 포함된다.
이 책이 쓰인 동기가 무엇인가?
나폴레옹이 몰락한 뒤 독일이 취할 정치적 태도에 관해 보수적 입장과 진보적 입장이 대립했다. 그들은 헌법의 성격과 법률을 성문화하는 방법에 대해 논쟁했다. 헤겔은 갈등 상황을 고찰하고 사고를 정교하게 다듬었다.
어떠한 서술 체계로 이루어지는가?
고대의 실체적 세계관과 근대의 주체적 세계관을 변증법적으로 매개한다. 고대와 근대의 정치철학·도덕철학과 지속적으로 대결하면서도 그것을 아우르고 뛰어넘는 관점을 보여 준다.
강의록인가?
1817∼1818년 겨울 학기에 하이델베르크 대학에서 ‘자연법과 국가학’이라는 과목을 강의했다. 1818∼1819년 겨울학기부터 1825년까지 베를린 대학에서도 유사한 강의를 개설했다. 1820년 헤겔은 강의 원고를 체계적 형태의 저서로 출판했다. 이후 수강생들의 강의 노트를 발굴·정리해 헤겔 사후에 출간한 여러 판본이 있다.
이 책은 원전에서 얼마나 뽑아 옮겼나?
총 360개 절 가운데 서문과 서론을 포함해 159개 절을 뽑아 옮겼다. 전체 구성과 내용을 일목요연하게 이해하는 데 주안점을 두었고, 현재 우리에게 유의미한 내용을 우선 선별했다.
현재 우리에게 유의미한 내용은 무엇인가?
주체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면서 이를 어떻게 공동체의 안녕과 조화를 이룰 것인지에 대한 헤겔의 문제의식이다.
당신은 누구인가?
서정혁이다. 숙명여자대학교 리더십교양교육원 교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