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나르다 알바의 집
안영옥이 옮긴 페데리코 가르시아 로르카(Federico García Lorca)의 ≪베르나르다 알바의 집(La Casa de Bernarda Alba)≫
청결한 곰
어머니의 집은 강고하다. 지배하고 도전하며 고집불통에 야비하다. 세 딸과 한 남자는 자유와 소란의 한가운데 있다. 어머니가 남자를 죽인다. 딸은 스스로 죽는다. 인간의 자연도 사라진다.
마르티리오: 그를 빼앗아 가는 걸 내가 용납 못 해. 그 사람은 앙구스티아스 언니랑 결혼할 거야.
아델라: 그 남자가 앙구스티아스 언니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걸 나보다 언니가 더 잘 알잖아.
마르티리오: 알아.
아델라: 그가 나를 사랑한다는 걸 언니는 알고 있어. 봤으니까.
마르티리오: (절망하며) 그래.
아델라: (가까이 다가가면서) 나를 사랑해. 나를, 나를 사랑한다고.
마르티리오: 제발 그 말만은, 차라리 내 가슴에 비수를 꽂아라.
아델라: 그래서 언니는 내가 그 사람한테 못 가게 하는구나. 그가 사랑하지 않는 여자를 안는다는 게 언니한테는 중요하지 않겠지. 나도 마찬가지야. 그 사람은 이제 백 년이고 이백 년이고 앙구스티아스 언니랑 있을 수 있어. 하지만 언니는 그 사람이 나를 안는 게 죽기보다도 싫은 거야. 그건 언니도 그 사람을 사랑하기 때문이야. 언니가 그를 사랑하다니!
마르티리오: (극적으로) 그래! 숨김없이 낱낱이 털어놓지. 그래, 사랑해! 내 가슴이 비통으로 터지게 내버려 둬. 그를 사랑해!
≪베르나르다 알바의 집≫, 페데리코 가르시아 로르케 지음, 안영옥 옮김, 160∼161쪽
둘은 자매인가?
그렇다. 베르나르다 알바의 넷째 딸과 다섯째 딸이다.
‘그 사람’은 누구인가?
맏언니 앙구스티아스의 약혼자 페페 엘 로마노다.
그럼 세 자매 모두가 한 남자를 사랑한다는 말인가?
큰딸 앙구스티아스는 젊고 매력 있는 페페 엘 로마노의 청혼을 받고 결혼을 준비한다. 그는 그녀가 물려받은 재산 때문이었다. 그런데 두 여동생도 그를 사랑하게 된다.
사각 관계의 결말은 뭔가?
막내인 아델라가 페페의 관심을 끌어 정열적 밀회를 갖는다. 질투심에 불탄 마르티리오가 그 사실을 어머니에게 알린다. 어머니는 달려가 그를 향해 총을 쏜다. 절망한 아델라는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베르나르다 알바의 집’이라는 타이틀은 무엇을 뜻하는가?
‘베르나르다 알바’가 지배하는 집에서 일어나는 일이라는 사실을 암시한다. 그 집에 속한 모든 것이 한 사람, 곧 베르나르다에 예속되어 있다.
집, 그러니까 무대는 어떤 공간인가?
무대의 기본 색은 ‘흰색’이다. ‘검은’ 상복과 대비되어 풀리지 않을 힘의 대결을 암시한다. 집의 ‘두꺼운 벽’은 집 안의 일이 바깥으로 새나가지 못하게 막는다. 내부 세계와 외부 세계 간의 절대적인 단절을 의미한다. 거친 ‘황포’로 된 주름 커튼, 딱딱한 ‘부들로 된 의자’는 따스함을 느낄 수 없는, 엄한 분위기를 강조하는 장식물이다.
바깥은 어떤 공간인가?
거리에는 사내들과 이웃 여자들이 있다. 자유와 사랑과 소란함, 곧 삶이 있다.
베르나르다 알바는 무엇을 대표하는가?
관습적이고 엄하며 권위적인 도덕이다. 사회 관례와 전통 도덕이 지배하는 삶을 옹호하는 이데올로기다.
그는 어떤 사람인가?
어머니로서, 주인으로서 권력을 휘두른다. 말의 발정까지 조절한다. 지배욕이 강하고 거만하고 도전적이며 고집불통에 혐오스러울 정도로 야비하고 위선적이며 누구에게나 증오와 공포의 대상이 되는 인물이다. 부농 계급으로 넓은 밭을 소유하고 ‘그 동네에서 가장 좋은 가축들’을 갖고 있다. 마을에서 자기가 제1인자라고 생각한다.
베르나르다 알바라는 이름은 무엇을 뜻하는가?
‘베르나르다’란 이름의 독일어 어원에는 ‘강한, 곰 같은 힘을 가진’이란 뜻이 있고, ‘알바’에는 ‘흰색’이란 의미가 있다. 흰색은 청결에 대한 집착과 남에게 흠 잡히지 않으려 태도를 뜻한다. 그녀는 지팡이를 들고 다닌다. 짚고 다니기 위한 것이 아니라 눈에 보이는 권력의 상징이다.
그녀의 반대편에는 누가 있는가?
베르나르다의 어머니 마리아 호세파와 막내딸 아델라다.
그들은 무엇을 상징하는가?
인간 본능의 자유에 대한 갈망이다.
로르카의 메시지는 무엇인가?
개인의 좌절, 특히 성적 본능의 좌절이다. 이 주제를 스페인 안달루시아의 자연과 연결해 원시적, 신화적인 관점에서 파악하고 힘 있는 은유로써 표현했다.
그의 성 정체성과 관계있는 작품인가?
성적으로 소외된 인간, 자기의 피와 살과 영혼 속에는 다른 사람들에게는 없는 것이 있다는 자각, 그래서 추방당한 존재라는 것이 그의 자아의식이다. 그의 문학은 이 사실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그는 동성애자였다. 작품 속에서 불가항력적인 운명의 위력과 불가능한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었다.
어떻게 살다 갔나?
1898년 스페인 안달루시아 지역에서 태어났다. 시인이며 극작가, 연출가였다. 스페인 내전이 시작된 1936년 38세의 나이로 총살당했다.
총살의 이유는 무엇이었나?
석연치 않다. 처음에는 프랑코 체제가 그들에게 대항하는 반대파를 억제할 무기로 로르카를 ‘빨갱이’로 몰아 그의 죽음을 이용했다고들 했다. 후에 ‘미풍양속을 해치는’ 동성애자라서 희생되었다는 의견도 제기되었다.
당신은 누구인가?
안영옥이다. 고려대학교 스페인어과 교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