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똥별
김규진이 옮긴 카렐 차페크(Karel Čapek)의 ≪별똥별(Povětroň)≫
그는 어디서 왔을까?
바람이 심하게 부는 날 비행기 한 대가 떨어진다. 생존자는 한 명, 온몸을 붕대로 싸맨 환자다. 그는 누구일까? 수녀와 초능력자와 시인이 추론에 들어간다. 그는 어디서 왔을까?
환자 X는 아시다시피 얼굴도 이름도 없는, 신분도 모르는 미지의 사람입니다. 만일 우리가 그에게 고향을 준다면 우리는 그가 누구인지 알게 될 것입니다. 그는 더 이상 미지의 사람이 아닐 것이고 지금 가지고 있는 자신의 가장 강력하고 독특한 특성을 잃을 것입니다. 만일 그 자체로 머문다면 그는 자신의 익명을 유지할 것입니다. 그를 뿌리와 신분증이 없는 사람으로 놔둡시다. 사실에 충실하고 주어진 것에서 시작합시다. 그는 하늘에서 추락했으며 그것이 바로 그의 특징 중 하나입니다. 우리들 이야기에서도 그는 어떻게든 하늘에서 추락해야 했습니다. 그는 갑자기 사고에 의해서 생겨났고 완전히 끝장나 버렸으며 철저히 알려지지 않은 어떤 곳에서 나타납니다.
≪별똥별≫, 카렐 차페크 지음, 김규진 옮김, 159쪽
이 황당한 이야기의 전모는 무엇인가?
아마도 체코를 상정했을 텐데, 굉장한 강풍이 몰아치는 날 유럽의 어떤 곳에 비행기가 추락한다. 조종사는 즉사하고 중상으로 온몸이 붕대로 감긴 채 의식불명인 남자 승객은 병원에 옮겨진다. 그는 환자 X로 등록된다. 육체 외에는 아무것도 없으므로 외과의와 내과의는 육체만을 대상으로 진단을 내린다. 수녀 간호사, 천리안을 가진 초능력자, 시인이 그의 인생을 추론한다.
수녀 간호사의 추론은 무엇인가?
그녀는 꿈속에서 환자 X의 고백을 듣는다. 그는 사이가 좋지 않았던 아버지와의 관계를 이야기한다. 한 소녀와 사랑에 빠졌지만 그녀를 남기고 모험을 떠난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그녀는 무엇을 말하고 있는 것인가?
자신이 꿈꾸기만 하고 실제로는 해 보지 못한 사랑 이야기다.
초능력자의 추론 방법은 무엇인가?
텔레파시를 통해서 접근한다. 그는 환자 X와 동일한 증후, 동일한 생활 기억을 불러낸다.
무엇을 알아내는가?
환자 X의 로맨틱한 방랑의 원동력이 반항과 고독이었다고 말한다.
지구로의 귀환은 어떻게 설명되는가?
별똥별처럼 자신의 뒤에 불꽃을 한 줄기 남겨 놓고 고향으로 귀환하는 운명이었다고 주장한다.
시인은 무엇을 보는가?
순수한 상상과 직감을 통해서 환자 X의 모험담을 구성한다. 이야기를 만드는 것은 건축보다 수렵에 가까운 행위라고 주장하면서 환자의 육체와 우연성·필연성을 데이터로 삼아 편지를 작성해 의사에게 전달한다.
셋의 추론을 종합하면 환자 X는 누구인가?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났다. 일찍이 어머니를 여의었다. 아버지에게 반항하고 불행한 소년 시절을 보냈다. 유럽을 떠나서 각지를 방랑했다. 카리브 해의 여러 섬들, 서인도제도에서 생활했다. 미친 듯이 귀국을 서두르고 있었는데 그 이유는 알 수 없다.
정체는 밝혀지는가?
그는 죽는다. 따라서 진실은 규명되지 못하고 떠돌 수밖에 없다.
차페크는 이 소설로 무엇을 말하는가?
어떤 진리도 절대적일 수 없다고 말한다. 진실은 하나일지라도 보는 관점에 따라 달라진다.
그는 상대주의자인가?
그렇다. 사실 환자 X에 대한 세 사람의 이야기는 모순되지 않는다. 이야기 방식과 듣는 방식에 따라서 그것은 일사불란하고 조화롭게 그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카렐 차페크는 누구인가?
야로슬라프 하셰크, 밀란 쿤데라와 더불어 국내외에 가장 많이 알려진 체코 작가다. 소설, 드라마, 비평, 저널리즘 등 다방면에 걸쳐 왕성하게 활동해 현대 체코 문학에 큰 발자취를 남겼다.
어느 시기의 작가인가?
화가이며 작가인 형 요세프와 공저로 1916년 ≪눈부신 심연≫을, 단독으로 1917년 ≪길가 십자가≫를 출간하면서 작가로 데뷔했다.
≪별똥별≫은 어떻게 창작되었나?
차페크의 대표작으로 간주되는 3부작 ≪호르두발≫, ≪별똥별≫, ≪평범한 인생≫ 가운데 한 편이다. 가장 뛰어나다고 평가받는다.
그의 3부작은 각 작품이 어떤 연관성을 갖는가?
각각 독립적인 이야기인데도 모두 진실 규명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 3부작 소설에는 작가 특유의 진실에 대한 상대주의 철학이 나타나 있다.
언제 출간되었나?
1934년 1월이다. 한 해 전인 1933년 1월에 ≪호르두발≫이 출판되었다.
차페크의 작품의 독창성은 무엇인가?
전통적인 사실주의에 서면서도 공상 과학적이고 유토피아적인 요소, 탐정소설과 대중소설 기법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상대주의 철학과 휴머니즘에 바탕을 둔 작품들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그가 정말 로봇이라는 말을 처음 사용한 작가인가?
그렇다. 희곡 ≪로숨의 유니버살 로봇(Rossum’s Universal Robots, R. U. R.)≫에서 처음 썼다. 그는 20세기 초 공상 과학, 유토피아 소설과 희곡을 개척한 사람이다.
당신은 누구인가?
김규진이다. 한국외국어대학 체코·슬로바키아어과 교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