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은교 육필시집 봄 무사
봄 무사
도시가 풀잎 속으로 걸어간다.
잠든 도시의 아이들이
풀잎의 엘리베이터를 타고
빨리빨리
지구로 내려간다.
가장 넓은 길은 뿌리 속
자네 뿌리 속에 있다.
이 시는 강은교의 육필시집 <<봄 무사>>의 타이틀 작품이다. 봄이 되면 아지랑이가 아니더라도, 풀잎이 올라가고 나뭇잎이 올라가고 꽃잎이 올라가고 눈이, 마음이, 영혼이 올라간다. 그리고 아이들이 내려간다. 잎을 타고 줄기를 타고 뿌리를 타고 아래로 아래로 내려간다. 사람의 가장 낮은 곳, 우리의 출발점으로 내려간다. 올라 가고 내려 가서 봄에는 아무 일도 없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