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별력과 감수성
마리앤 대시우드의 운명은 참으로 특이한 것이었다. 자신의 견해가 틀렸음을 알게 되고 자기가 좋아하던 금언을 바로 자신의 행동으로 부정하는 운명을 타고난 것이다. 그녀는 열일곱이라는 성숙한 나이에 느낀 애정을 극복하고, 존경심과 호감보다 더 우월한 감정을 느끼지 않으면서 자발적으로 결혼에 동의하는 운명을 타고난 것이다.
≪분별력과 감수성≫, 제인 오스틴 지음, 이미애 옮김, 217쪽
마리앤이 좋아하던 금언이 뭔가?
사랑은 누구에게나 평생 한 번뿐이라는 것이다. 소설의 주인공인 두 자매, 엘리너와 마리앤은 당대의 아가씨들과 달리 낭만적 사랑을 꿈꾼다.
당대 아가씨들의 사랑은 어떤 것이었나?
여성의 경제적·사회적 자립성이 보장되지 않는 사회였다. 생활 기반을 다른 사람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에 결혼은 무엇보다도 절실한 문제였다.
엘리너의 사랑은 어떻게 시작되었나?
부친이 사망하자 이복 오빠 존 대시우드 부부가 놀런드 파크를 상속받았고, 세 딸뿐인 엘리너 가족은 집에서 쫓겨나게 되었다. 그즈음 대시우드 부인의 동생 에드워드가 방문했다. 엘리너는 탐욕스럽고 천박한 올케와 달리 친절하고 지식이 풍부한 그를 사랑하게 되었다.
에드워드의 마음은?
그도 그녀에게 사랑을 느꼈다. 그러나 루시 스틸과 이미 약혼한 상태였다. 사랑하지 않는 여자와의 결혼이 어리석다는 것을 깨닫게 되지만 약혼을 깨뜨릴 만한 성격은 못 되었다.
루시와 결혼하는가?
가족의 반대에 부딪힌다. 약혼 사실을 알게 된 그의 가족은 화가 나서 그에게 물려주려던 장원을 그의 남동생 로버트에게 주었다. 루시는 부자에게 시집가려는 일념뿐이었으므로 결국 로버트와 결혼한다.
엘리너와 에드워드는 어떻게 되나?
결혼한다. 에드워드의 가족은 루시의 행태를 본 뒤 더 이상 엘리너를 반대하지 않았다.
마리앤은?
첫사랑 월러비에게 버림받은 뒤 낭만적 사랑을 포기하고 현실적 타협점을 찾아간다.
첫사랑은 왜 깨졌나?
월러비는 매력적이고 낭만적이었지만 방탕한 데다 낭비벽이 심했다. 해마다 빚이 늘어나자 재산이 많은 여자와 결혼하기로 마음먹었다. 마리앤은 상속받은 재산이 없고 친척 소유의 코티지에서 살아가는 처지였다. 그는 그녀를 떠났고, 부잣집 아가씨와 결혼했다.
이제 마리앤의 운명은 어디로 가는가?
실연의 고통으로 사경을 헤맨다. 중년의 브랜던 대령이 오랫동안 그녀를 흠모해 왔지만, 그녀는 그가 애정을 일으킬 인물이 아니라며 그의 관심을 무시해 왔다. 하지만 월러비의 정체를 알게 된 뒤 새로운 애정을 받아들이고 새로운 집에 정착한다. 시간이 지나자 브랜던 대령을 더없이 사랑하게 되었다.
≪분별력과 감수성≫은 어떤 작품인가?
1795년 제인 오스틴이 스무 살에 쓴 첫 장편소설이다. 소설의 제목에서 이분법적으로 제시된 ‘분별력(sense)’과 ‘감수성(sensibility)’은 한편으로는 합리적 판단력을, 다른 한편으로는 낭만적 감수성을 추구하던 18세기 말 영국 사회의 분위기를 시사한다.
제인 오스틴은 분별력과 감수성을 어떻게 표현하는가?
자매의 성격이다. 엘리너는 감정 절제가 탁월하고 마리앤은 슬픔이나 기쁨에 열정적이다. 월러비에게 버림받고 사경을 헤매는 마리앤의 모습을 통해 이 소설은 풍부한 감수성이 여성을 취약한 존재로 영락시킬 수 있음을 암시하며 ‘감상소설(the novel of sensibility)’에 그려지는 과도한 감수성을 풍자한다.
오스틴은 분별력의 손을 들어 준 것인가?
꼭 그렇지만은 않다. 오스틴은 마리앤을 풍자하면서도 그녀에 대한 공감과 찬탄을 보여 준다. 시와 음악, 미술, 낙엽, 낭만적 사랑에 대한 마리앤의 열정은 당대의 감상적 취향을 드러내고, 그녀가 윌러비와의 결혼을 기대하면서 세속적 가치를 당연히 받아들이는 등 속물적 면을 보여 주기는 한다. 하지만 그녀의 발랄한 활기와 가족에 대한 넘쳐흐르는 애정, 실연 자체보다도 윌러비에 대한 신뢰를 잃은 것을 더욱 고통스러워하는 섬세한 감수성 덕분에 그녀는 사랑스러운 인물로 남는다.
오스틴의 첫 장편소설은 무엇을 그리는가?
그녀의 작품 세계를 구성하는 경쾌한 세태 풍자와 아이러니, 젊은 남녀들의 로맨스 구도, 여성의 삶의 조건에 대한 관심, 인식과 착오의 문제, 곧 그녀의 소설에서 이후 다양하게 변주될 주제를 예시한다. 무엇보다도 자기 이익(self interest)에 충실한 여러 인물을 실감 나게 그려 낸다.
이 책은 어떻게 뽑아 옮겼나?
핵심 내용을 중심으로 원문의 3분의 1 정도를 뽑아 옮겼다.
당신은 누구인가?
이미애다. 서울대학교에서 현대 영국 소설 연구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2710호 | 2015년 8월 6일 발행
제인 오스틴의 ≪분별력과 감수성≫
이미애가 뽑아 옮긴 제인 오스틴의 ≪분별력과 감수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