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야 미안하다
시인의 말
북해도 여행 중에 오타루란 항구도시에서
유리로 만든 푸른 펜과 북해를 닮은
블루블랙(blueblack) 색 잉크를 그 사람에게 선물받았다.
그 펜에 그 잉크를 찍어 시인 스무 해 동안 쓴
8권의 시집 속에서 59편의 시(詩)를 골라 적었다.
유리 펜도 닳고 잉크도 줄어들고
손끝을 타고 내 정신이 뭉텅뭉텅 빠져나가
버린 것 같다. 눈이 나리고 잉크병이 어는
어느 추운 겨울날 아무래도 그 사람과 함께
북해를 다녀와야겠다.
은현리, 은현詩社에서
정일근
유리 펜에 푸른 잉크를 찍어 육필시집 <<사과야 미안하다>>를 썼다. 손끝을 타고 뭉텅뭉텅 빠져나간 시인의 정신이 쉰아홉 편의 시가 되어 자신을 바라본다. 날이 더 추워지면 북해가 더 그리워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