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레터 [주간 인텔리겐치아]입니다.
17∼18세기, 조선을 지배한 성리학에서 벗어나 실제로 소용되는 학문[實學]으로 세상을 바꾸려는 학자들이 등장합니다. 까마귀가 검다는 상식에서 벗어나 그 날개에서 붉고 푸른 색을 발견하는 것처럼, 실학은 고정 관념을 깨고 사물의 본질을 바라보는 것에서부터 시작합니다. 실학자가 세상을 바라보는 법, 21세기 우리에게는 어떤 통찰을 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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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을 보면 깨달음이 있다 ≪관물편≫
실학의 토대를 닦은 성호 이익이 일상생활에서 보고 느낀 것을 기록한 메모 77편을 모았다. 송나라 철학자 소옹(邵雍)은 자아로써 사물을 바라보지 말고 이치로써 사물을 바라보아야 한다[以理觀物]고 했다. 이익은 지극히 평범한 사물을 남과 다른 관점으로 바라보고 삶의 이치를 도출한다. 간명한 글 너머로 그의 방대한 실학사상의 근본이 드러난다.
이익 지음, 천광윤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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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은장(醬)도 그릇을 바꾸어 담으면 입맛이 새로워진다 ≪연암 산문집≫
실학의 큰 나무이자 조선 최고의 글쟁이 연암 박지원의 산문 52편을 엮었다. 그의 글은 조선 후기의 새로운 문학 정신과 세계에 대한 통찰력으로 가득하다. 연암은 사회의 모순과 고정 관념을 비판하고, 선입견에서 벗어나 공정한 시각으로 사물을 보라고 권한다. 단순 명쾌한 문장 가운데 상식을 뒤집는 싱싱한 생각, 세계에 대한 냉철한 시선이 담겨 있다.
박지원 지음, 박수밀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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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비의 사귐은 만남에 있지 않다 ≪항전척독≫
척독이란 짧은 편지다. 북학파의 선구자 담헌 홍대용이 사신단을 따라 북경에 갔다가 사귄 중국 학자들에게 보낸 편지를 엮었다. 청나라를 오랑캐로 여기던 시절, 담헌은 편견을 거부하고 그들과 사귀는 것을 전혀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그의 편지를 통해 당시 학자들의 관심사, 학문에 대한 자세는 물론, 옛 선비들의 벗에 대한 생각도 살필 수 있다.
홍대용 지음, 박상수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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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를 배우려면 낡은 견문을 씻어 내라 ≪의산문답≫
담헌 홍대용의 사상을 집대성한 철학 소설이다. 중국 동북 지방의 명산 의무려산(毉巫閭山)을 배경으로 벌이는 문답 형식의 글이다. 허자(虛子)와 실옹(實翁)이 만나, 문답 대결을 통해 실학정신을 펴서 우주론과 역사론에 이른다. 실옹은 허자가 지금까지 몰두했던 유학이 허학(虛學)에 지나지 않음을 지적하고 이를 해체하고 지양하는 곳에 실학의 길이 있다고 선언한다.
홍대용 지음, 김태준 · 김효민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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