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운드 디자인
데이비드 소넨샤인(David Sonnenschein)이 쓰고 이석민이 옮긴 <<사운드 디자인(Sound Design: the expressive power of music, voice, and sound effects in cinema)>>
들리는 소리는 빵점
시나리오를 읽는다. 이야기를 이해한다. 전환점을 기억한다. 소리를 디자인한다. 그러고 관객에게 묻는다. 이 영화 사운드는 어때요? 소리가 따로 있었나요? 이러면 만점이다.
가을에 읽을 책으로 <<사운드 디자인>>을 추천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영화를 볼 때 소리에 귀를 기울이기 좋은 계절이 왔다. 여름에는 잘 들리지 않는다. 다른 소리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마음도 분주하고.
보는 영화와 듣는 소리는 어떤 관계인가?
조지 루카스는 소리가 영화 감상의 절반이라고 말했다. 일상 환경과 차단된 극장에서 소리의 역할은 현저히 커진다.
이 책은 소리를 어떻게 설명하나?
영화 사운드 디자인의 의미와 기능, 방법을 설명한다. 사례를 사용해 흥미롭고 알기 쉽다.
어떤 영화가 등장하나?
<매트릭스>, <스타트렉>, <진주만>, <스타워즈>의 사운드 디자이너들의 현장 경험이다. <매트릭스>에서 감독과는 어떻게 협업했는지, <스타워즈>에서 경주 장면에 필요한 소리는 어떻게 만들었는지 알 수 있다.
사운드 디자인은 무엇을 어떻게 하는 디자인인가?
영화에 사용되는 모든 소리, 곧 대사, 음악, 음향을 디자인한다. 영화의 서사 전달의 효과를 높이기 위한 모든 사운드 조절이 사운드 디자인이다.
영화의 서사 구조는 어떤 사운드를 만날 때 전달 효과가 높아지는가?
자신을 드러내지 않은 채 영상과 결합하는 사운드를 만나야 한다. 절묘한 결합이 필요하다. 사운드가 보이면 실패다.
음향을 들리지 않게 연출한다는 말이 바로 그 뜻인가?
그렇다. 소리만 도드라지면 실패다. 모든 사운드는 서사구조를 지지하는 범위 내에서 제작되고 기능해야 한다. 너무 빈약해도 문제지만.
들리지 않게 들리는 사운드 디자인을 위해 이 책은 어떤 방법을 제안하는가?
시나리오 읽기에서 시작할 것을 권한다. 촬영과 편집이 완료된 상태라도 시나리오를 먼저 봐야 한다. 촬영 결과물이 시나리오와 많이 달라졌다고 해도 시작은 시나리오 읽기에서 출발되어야 한다. 시나리오에서 느낀 이야기의 인상은 당신 안의 귀에 더 잘 다가간다. 영상으로는 그런 인상을 얻기 힘들다.
영상보다 시나리오를 먼저 볼 때 얻을 수 있는 독특한 장점은 무엇인가?
상상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 그 느낌을 살려 독특한 음향을 연출할 수 있다. 영상은 너무나 지배적이기 때문에 우리의 상상을 가로막는다. 영상을 보고 나면 영상의 영향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사운드 디자인을 위해서는 시나리오를 어떻게 읽어야 하나?
감정선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 환상 요소도 중요하다. 거리에서 사랑하는 여인의 환영을 보는 장면 같은 것 말이다. 이런 장면은 흔히 이야기 흐름의 전환점이 되기 때문이다.
음향 연출 지도는 어떻게 만드나?
보통 워드프로세서나 엑셀을 이용해 만든다. 표를 만들어 신별로 제목, 내용, 음향효과, 대사, 음악 유무를 적는다. 화살표 같은 다양한 그래픽을 활용해 한눈에 이해할 수 있도록 한다.
이 지도는 무엇을 하는 데 도움이 되는가?
오디오 후반 작업의 청사진 역할을 한다. 사운드의 진행을 서사구조 진행과 더불어 선으로 표현해 전체 이야기 진행과 사운드가 조화를 이루도록 한다. 전체 작업을 조망하도록 하는 장치다.
음악이 관객 감정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인가?
음악 장르에 따라 고유한 이야기가 존재한다. 슬픈 장면에는 공식처럼 최루성 음악이 나온다. 이 도식은 너무나 익숙해 관객은 편안하게 슬픈 장면에 빠져든다.
영화 사운드 디자인에서 침묵의 기능은 무엇인가?
가장 강력한 음향효과다. 관객은 무의식 중에 소리를 예상한다. 자신이 예상한 소리를 귀로 검증하며 영화를 감상한다. 관객이 기대한 것과 다른 소리, 또는 침묵은 두 가지 효과를 만든다. 관객의 감정이입을 방해하거나 오히려 더 집중하게 만든다.
의도적인 무음 처리로 얻을 수 있는 효과는 무엇인가?
결정적인 순간에 모든 소리를 제거하면 관객은 강한 호기심을 느끼고 장면에 더욱 몰입한다. 감독은 특별한 의도를 가지고 이 연출기법을 구사한다.
가장 인상적인 무음 처리 기법의 사례는 무엇인가?
알레한드로 곤살레스 이냐리투 감독 작품 <바벨>의 나이트클럽 장면에서 사용됐다. 일본인 농아 소녀가 나이트클럽에 가는데, 소녀의 시점 숏에서 무음 처리된다. 농아인 등장인물의 입장을 음향으로도 잘 표현했다.
음향으로 시점 변화를 표현하려면 어떤 방법이 있나?
나는 이를 POV(Point of view)에 대응시켜 POH(Point of hearing)라 부른다. 시점의 이동에 따라 소리도 다르게 표현한다. 등장인물이 듣는 소리와 주변인물이 듣는 소리를 구분하면 관객은 자연스럽게 대상 인물의 시점으로 이동한다.
영화의 사운드를 정확하게 파악하려면 어떤 방법이 좋은가?
영화 한두 번 봐서는 알기 힘들다. 작품 전체 이야기를 이해하고 음향을 확인해야 한다. 그러고 나서 나라면 이렇게 하겠다는 생각으로 다시 보는 것이 좋다.
사운드 디자인이 탁월한 영화의 이름을 기억할 수 있는가?
너무 많아 한 편만을 고를 수는 없다. 사운드 디자인이 잘된 영화를 감상하고 싶다면 역대 아카데미음향상 수상 작품을 보면 된다. 85회 아카데미에서 여러 작품이 음향상을 탔는데 <라이프 오브 파이>, <007스카이폴> 두 작품은 음향편집상과 음향효과상을 수상했다.
유능한 사운드 디자이너가 되기 위해 꼭 필요한 능력은 무엇인가?
오디오 지식은 기본이다. 작품을 분석하고 소리로 번역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누구를 위해 이 책을 번역했는가?
사운드 디자이너 지망생뿐만 아니라 감독과 프로듀서가 꼭 봤으면 좋겠다.
당신은 누구인가?
이석민이다. 서울예술대학 영화과 교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