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예술, 어떻게 조화롭게?

가장 오래된 벽화 연대를 추정하면 약 4만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혹독한 빙하기, 인류는 먹고사는 데 별 도움도 안 되는 예술에 열과 성을 다했습니다. ‘정신 승리’로 현실을 극복하려던 바로 그 방식 덕분에 결국 인류는 살아남습니다. 이후로 많은 예술가가 묻고 답했습니다. “삶과 예술, 어떻게 조화시킬까?” 예술의 기원을 돌아보면 질문은 이렇게도 읽힙니다. “어떻게 살까?”

한쪽 발은 무대, 한쪽 발은 무덤에
웃음과 풍자로 무장한 ＜무정부주의자의 사고사＞의 진가는 언제 어디서나 현재적인 의미로 해석되어 부정한 권력을 고발하고 비판하는 무기가 될 수 있다는 데 있습니다. 다리오 포는 권력에 대항해 약자의 목소리를 대변해 온 노력을 인정받아 노벨문학상을 수상했습니다. ＜무정부주의자의 사고사＞는 예술과 삶을 분리시키지 않고 ‘한쪽 발은 무대에 한쪽 발은 무덤에 걸쳐 놓고 산다’던 다리오 포의 진정성이 발휘된 걸작입니다.

연극이 그랬듯 삶도 계속될 것이므로
주인공이 유랑 극단 단원이라는 설정은 이 극이 스스로 연극임을 드러내는 기제이자 인생의 희로애락, 예술과 연극에 대한 사유를 가능하게 하는 장치입니다. 일제 강점기와 유랑이라는 힘든 여건 속에서도 연극이 끊임없이 무대에 올라가듯, 인생 또한 계속될 것이라는 메시지가 담겨 있습니다.

연극이 현실에 침묵하지 않도록
〈야행성 동물〉은 스페인 내 외국인법이 시민사회에 초래할 부작용을 지적합니다. 후안 마요르가는 연극에 침묵을 요구하는 권력을 향해 말합니다. “연극은 기억의 예술입니다. 고대로부터 매번 희생자가 반복해 생깁니다. 과거 희생자들에게 정의를 돌려주는 유일한 방법은 오늘 희생자가 생기지 않도록 침묵하지 않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