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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z20121024-1

러시아 희곡, 범심론극 신간 ≪생각≫

미친 척할 수 있나?
미친 척하면 책임을 면할 수 있으므로 주인공은 연적을 살해한다. 잠시 그러다 돌아오면 된다고 계산했지만 그는 돌아오지 못한다. 미친 척은 미친 짓이 되고 미친 짓은 자신을 포함한 모든 것을 바꾸어 버린다. 한 사람이 태어나면 한 우주가 태어나고 죽으면, 언제나 함께 죽었다.

스토리 라인은?
의학박사 케르젠체프는 오랑우탄 연구에 몰두하며 두문불출한다. 친구 사벨로프에게 애인을 빼앗긴 충격 때문이다. 자신의 ‘생각’을 완벽하게 통제할 수 있다고 믿는 그는 연적 살해 계획을 세운다. 죽이고 미친 척해 감옥 대신 정신병원에 가겠다는 계산이다. 그러나 살해 순간 그는 정말로 미쳐 버린다. 생각을 조종하고 있었던 게 아니라 조종당하고 있었다는 진실과 대면한다. 절망한다.

어떤 작품인가?
그다운 작품이다.

레오니트 안드레예프다운 게 어떤 것인가?
누구보다도 열정적으로 인간을 사랑하는 것이다. 인간 심리뿐만 아니라 우주와의 관계까지 집요하게 파고든다. 인간의 존재 이유와 의미를 알아내려 노력했다.

창작 과정은?
1902년에 발표했던 동명의 단편소설을 12년이 지난 뒤 희곡으로 다시 썼다.

하필 이 작품이었을까?
‘생각의 힘’이라는 주제에 집착했다. 우리의 삶을 표현하는 주인공이 허기도, 배고픔도, 야심도 아닌 인간의 생각이라고 작가는 말했다. 동명의 작품을 12년 만에 극화한 것만 봐도 이 주제를 얼마나 중요하게 여겼는지 알 수 있다.

12년 동안 뭘 했을까?
희곡이라는 분야에 빠져들고, 범심론극 이론을 완성하는 데 시간이 필요했다.

범심론극이 뭔가?
범심론 철학을 담은 연극이다.

범심론 철학은?
세계를 살아 있는 하나의 전체로 보고 우주 만물에 정신이 있다고 생각한다. 세상에 존재하는 것은 생물뿐만 아니라 무생물까지도 영혼을 지니고 있으며 태초에 하나의 ‘우주 혼’의 구성 요소라는 것이다. 모든 존재는 궁극적으로는 하나의 영혼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왜 이런 희곡을 쓰게 되었나?
사실주의극과 조건극의 시대를 지나오면서 새 시대에는 새로운 연극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새로운 연극?
당시 유행하던 ‘드러나는 기분’을 표현하는 극이 아니라, ‘숨어 있는, 전체적인 기분’을 나타내는 것이었다.

숨어 있는 기분을 어떻게 표현했는가?
범심론은 ‘전체’와 ‘영혼’을 가리키는 그리스어가 합쳐져 만들어진 철학 용어다. 범심론으로 보자면 인간은 세상 만물과 조화 속에서 안정을 찾아야 한다. 그러나 자신의 생각에 갇혀 스스로를 고립시켜 자멸한다. 작가는 주인공 케르젠체프를 통해 인간의 이런 모습을 보여 준다.

다른 작가도 있나?
없다. 안드레예프가 최초이자 유일한 범심론극 작가다.

혼자서 문예 사상을 완성했단 말인가?
새로운 이론이 받아들여지고 정립되는 것은 논리 근거 때문이 아니라 정신적 공감을 끌어내기 때문이다.

어떤 공감인가?
특유의 날카로운 표현력과 탁월한 심리 묘사로 독자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다.

안드레예프는 누구인가?
웃자고 얘기하면 러시아 문학사에서 가장 잘생긴 작가였다. 객관적으로 말하자면 천부적인 재능에 뜨거운 열정이 더해진, 보기 드물게 매력적인 사상을 가진 작가다.

생활은?
러시아 오룔에서 태어나 지독히 가난한 유년기를 보냈다. 상트페테르부르크국립대학교 법학부에 입학한 후에도 수업료를 내지 못해 제적당할 정도였다. 이후 모스크바국립대학교 법학부로 옮겨 가 어려운 상황에서도 공부를 계속해 결국은 변호사가 되었다.

작품은 어떻게 쓰기 시작했나?
변호사로 일한 덕에 신문과 잡지의 법률 담당 통신원으로 일하면서 단편들을 발표한다. 고리키의 지원으로 문학 그룹에 가입했고 단편과 희곡을 수십 편 남겼다.

말년은 어땠나?
볼셰비키가 집권하자 반발심으로 고국을 떠나 핀란드에 정착했으며, 1919년에 그곳에서 심장마비로 생을 마쳤다.

사후에는?
판금 작가로 분류돼 소련에서 작품이 절판되었지만, 스탈린 사후 1956년에 복권되었다. 핀란드에 묻혔던 유해도 상트페테르부르크로 이장되었다.

생애가 작품에 어떤 영향을 미쳤나?
유년 시절의 가난은 그로 하여금 가장 낮은 곳에 있는 사람들의 삶과 정신세계를 사실적이고도 섬세하게 묘사할 수 있게 했다. 또한 법률 담당 통신원으로 일했던 경험으로 법률적인 지식을 기본으로 한 작품들을 쓸 수 있었다.

판금의 사유는?
작품이 ‘반소비에트’적이며 ‘지나치게 종교적’이었기 때문이다.

당신은 누구인가?
박선진이다.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국립대학교에서 안드레예프의 희곡에 나타난 범심론 연구로 석·박사를 마쳤다. 현재 계명대학교 러시아어문학과 초빙조교수다.

당신은 어떻게 안드레예프와 만났나?
유학의 가장 큰 동기는 도스토옙스키였다. 그러나 석사 첫 학년에 수업을 위해 읽었던 안드레예프의 작품들이 머릿속에서 도스토옙스키를 밀쳐내 버렸다. 이후로 내 마음속 안방은 항상 그의 차지다.

매력은?
작품에서 느껴지는 뜨거운 정열이다. 또 신랄한 사회 비판과 처절한 인간애에 매료되었다. 냉소주의를 넘어서는 철학적 인간애를 가진 보기 드문 작가다.

어떻게 읽어야 하나?
단 한 글자도 빠뜨리지 말고, 단 한 문장도 대충 넘어가지 말라. 그러면 작품에 숨어 있는 작가의 메시지를 알아챌 수 있을 것이다.

어떤 메시지인가?
가장 피상적으로는 인간의 자만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좀 더 깊게 들어가면 불행한 한 인간의 버둥거림이 보일 것이고, 더 깊이 들여다보면 인간이 존재하는 이유에 대해 생각하게 될 것이다.

독자들이 놓치지 말아야 할 한 장면을 꼽는다면?
주인공 케르젠체프와 크라프트가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다.

이유는?
암시와 복선이 많기도 하고, 케르젠체프를 이해할 수 있는 많은 메시지가 있기 때문이다.

케르젠체프 크라프트!
크라프트 네, 말씀하십시오.
케르젠체프 크라프트! 자넨 진지한 젊은이지. 말해 보게나, 자네는 한두 달간 미친 척할 수 있겠나? 잠깐, 어설프게 흉내 내는 걸 말하는 게 아니네. 알겠나? 주문을 걸어 광기의 혼을 불러들이는 걸세. 저기 자이푸르를 보게. 왕관 대신 뒤집어쓰고 있는 허옇게 세어 버린 털에는 지푸라기가 묻어 있네. 망토는 갈기갈기 찢어져 버렸지. 보이나?
크라프트 네, 보입니다. 아니요, 전 그렇게는 못할 것 같습니다. 박사님, 그게 박사님의 실험입니까?
케르젠체프 어쩌면. 하지만 말일세, 크라프트, 그 얘긴 이제 그만하도록 하지. 자네는 정말로 진지한 젊은이로군. 와인을 더 들겠나?
크라프트 감사합니다만, 사양하겠습니다.
케르젠체프 친애하는 크라프트, 자네는 볼 때마다 더 창백해지는군그래. 어디론가 사라지기도 하고 말이야. 혹시 어디가 아픈가? 도대체 무슨 일인가?
크라프트 그건 제 개인적인 일입니다, 박사님. 저 또한 사적인 일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지 않군요.
케르젠체프 자네 말이 맞네, 미안하네.

≪생각≫, 레오니트 안드레예프 지음, 박선진 옮김, 18∼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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