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보도의 열 가지 편향
2485호 | 2015년 3월 11일 발행
우리 언론의 정치 편향 열 가지
박주현이 쓴 ≪선거보도의 열 가지 편향≫
언론이 망친 선거
우리 언론은 너무 지나쳤다.
후보를 경마장 말처럼 다루질 않나,
보도는 제쳐두고 자신이 선수로 뛰질 않나,
여론조사를 만들어 편파성까지 드러낸다.
결과는?
투표율 저하다.
“우리가 선거 기간에 접하는 뉴스는 현실을 그대로 반영한 것일까, 그렇지 않은 것일까? 이 물음에 대한 많은 연구자들의 공통적인 대답은 ‘그렇지 않다’다. 뉴스를 생산해 유통시키는 언론사 내부와 외부의 여러 요인에 의한 프레임이 작동하기 때문이다.”
‘틀 짓기 저널리즘’, <<선거보도의 열 가지 편향>>, 2쪽.
무엇이 프레임을 작동시키는가?
이해관계다. 미디어는 이념적 성향, 지연, 광고주와의 관계에 따라 자신만의 틀을 갖고 뉴스를 다룬다. 선거 기간에는 수용자의 흥미를 끌기 위해, 또는 특정 후보를 부각시키기 위해 틀 짓기 보도를 한다.
선거보도에는 어떤 틀을 쓰나?
대결 상황을 강조하는 전략 보도 틀이다. 후보자의 전략, 캠페인의 승패, 정치인의 이기적 동기를 주로 보도한다.
대결 상황은 어떤 모습으로 그려지는가?
선거 여론조사 분석 기사를 보자. 미디어는 선거 여론조사로 후보들의 대결 구도를 강화하고 유권자가 게임을 즐기게 만든다. 대통령 선거철만 되면 등장하는 ‘3자 대결’, ‘7자 대결’을 기억하는가? 가상 대결에 관한 여론조사를 실시해 상황을 대결 구도로 몬다. 그러고 나서 후보들의 지지율 변화를 따라가며 분석한다. 이때 언론은 전략적 대결 스키마에 빠져 있는 것이다.
전략적 대결 스키마는 어떤 뉴스를 만드는가?
전략적 대결 스키마의 언어는 ‘스포츠’와 ‘전쟁’이다. 관심은 오로지 ‘누가 얼마나 이기고 있는가’다. 제목이나 본문 기사에서 ‘사생결단’,‘결사항전’, ‘00작전·전략’ 같은 선정적 전투 용어나 스포츠 용어가 난무한다. 후보들이 승리만을 위해 뛰는 경주마처럼 묘사되기도 한다.
경마식 보도를 말하는가?
그렇다. 후보자의 공약이나 정책에 대해 심층보도하지 않고 득표 상황만을 집중 보도한다. 어느 후보가 앞서 있느냐에 초점을 맞춰 마치 경마 중계를 하듯 보도하는 행태다.
중계 보도의 구성 요소는 뭔가?
후보의 득표 전략이나 득표율 예측, 현재의 우열에 대한 여론조사, 유세장의 군중 수, 정파 간의 갈등과 공방전, 후보자 간의 합종연횡과 같은 흥밋거리를 집중 보도한다. ‘제치다’, ‘누르다’, ‘격차를 벌리다’, ‘재탈환’, ‘돌파’ 등 선정적 표현이 자주 등장한다.
흥미 요소는 뉴스 구성의 기본 아닌가?
흥미가 문제가 아니다. 그것에만 쏠리는 통에 유권자에게 올바른 판단 기준을 제공하지 못한다는 것이 문제다. 경마식 보도는 후보자들의 당락에만 관심을 갖는다. 유권자의 선택 기준이 되는 후보자의 정책이나 자질 등 기본 정보를 보도하는 데는 소홀하다. 게다가 우리나라에서는 선거 기간 중 수많은 여론조사 결과를 보도하면서 은연중에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편파성까지 드러내고 있다.
편파성은 누가 만드나?
언론사 자체의 영향력을 높이려는 음모다. 특히 우리나라 신문은 정파성 저널리즘에서 벗어나질 못한다.
정파성 저널리즘이란 어떻게 정의되는가?
언론이 특정 정파의 이념과 이익을 대변하는 것을 말한다. 신문사별 목표와 신념의 차이가 보도와 논평의 기준 차이로 나타난다. 우리나라 신문은 보수와 진보의 기준 차이가 너무 심하다.
언론이 정파 이념을 갖는 것이 문제인가?
이론에서 문제가 없지만 우리 현실에서는 큰 문제다. 선거보도에서 정파성이 편파 보도로 이어지는 사례가 드물지 않다. 특정 후보를 노골적으로 지지하거나 반대한다. 선거를 중계하고 심판 역할을 해야 하는 언론이 직접 선수로 뛰는 것이다. 유권자들을 혼란에 빠뜨리거나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언론이 직접 선수로 뛴 사례가 있는가?
2002년 12월 19일 16대 대통령 선거일의 ≪조선일보≫ 사설을 보라. 당시 정몽준 후보는 전날 저녁 노무현 후보와의 단일화를 철회했다. 이를 두고 사설은 “노무현 후보의 손을 들어줬던 정몽준 씨마저 ‘노 후보는 곤란하다’고 판단한 상황이다. 이제 최종 선택은 유권자들의 몫이다”라고 해, 노무현 후보에 대한 지지 철회를 노골적으로 주문했다. 선거보도가 지켜야 할 공정성과 객관성을 내던진 최악의 사례로 꼽힌다.
이런 류의 전략적 대결 보도의 결과는 무엇인가?
정치냉소주의를 불러와 투표율을 낮춘다. 선거캠페인의 목표가 오직 ‘승리’로 인식됨으로써 후보자의 정책이나 이슈, 문제 해결 능력은 시야에서 사라진다. 유권자에게 후보들의 일거수일투족은 모두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한 계획적이고 의도적인 행동으로 인식됨으로써 ‘그 밥에 그 나물’ 식의 인식이 팽배하게 된다. 선거보도 본연의 책무를 방기한 결과다.
선거보도 본연의 책무는 뭔가?
적극적인 선거 참여를 이끌어 내는 것이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다. 그 꽃이 제대로 피려면 언로가 트여 있어야 한다. 언로는 곧 미디어다. 미디어는 유권자에게 후보자 및 정당에 대한 최선의 판단 기준이 되는 유용한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선거 투표율을 높여야 한다.
정보의 유용성은 무엇으로 판단하나?
객관성과 공정성이다. 바람직한 미디어의 선거보도를 위해서는 객관성과 공정성을 바탕으로 한 선거보도 원칙이 수립되고, 이를 실천하려는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이 책, ≪선거보도의 열 가지 편향≫에서 다루는 ‘열 가지 편향’은 무엇인가?
정파성, 경마식을 비롯해 틀 짓기, 지역주의, 패거리, 선전, 공격, 가차(gotcha), 해석적, 여론 조작 저널리즘이다. 개념 위주로 정리했다.
당신은 왜 ‘편향’을 다루는가?
우리 미디어의 선거보도가 객관성과 공정성을 벗어나 있기 때문이다. 편향적일 수밖에 없는 구조적 현상을 살펴야 대안을 모색할 수 있지 않은가?
당신은 누구인가?
박주현이다. 전북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겸임교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