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과 악의 저편 천줄읽기
2412호 | 2015년 1월 21일 발행
니체의 형이상학 비판
강영계가 옮긴 프리드리히 니체(Friedrich Nietzsche)의 ≪선과 악의 저편: 미래 철학의 서곡(Jenseits von Gut und Böse: Vorspiel einer Philosophie der Zukunft)≫
선명한, 그러나 무용한
형이상학자는 선과 악을 나눈다.
선한 것은 선한 것에서, 악한 것은 악한 것에서 비롯된다.
결과는 원인과 같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럴까? 어떻게 연꽃은 진흙으로부터 피는 것일까?
“최고의 가치를 가진 것들은 또 다른 고유한 원천을 가지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한 것들은 이 덧없고 유혹적이며 기만적이고 하찮은 세계로부터, 광기와 욕망의 이 같은 혼란으로부터는 도출될 수 없다! 오히려 존재의 모태 안에, 불변하는 것 안에, 은폐된 신 안에, ‘물자체(Ding an sich)’ 안에−그곳에 그것들의 근거가 있지 않으면 안 되고, 그 이외의 다른 어느 곳에서도 그것들의 근거가 있어서는 안 된다!”
≪선과 악의 저편: 미래 철학의 서곡≫, 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강영계 옮김, 22∼23쪽
누구의 주장인가?
형이상학자들이다. 니체는 그들의 가치판단을 비판한다.
형이상학자들이 무엇을 잘못 판단한 것인가?
그들은 선과 악을 이분법으로 나누었다. 그것이 그들의 오류다.
선과 악을 나누는 것이 왜 잘못인가?
가치의 이분법에서 본질의 이분법을 도출하기 때문이다. 형이상학자들은 ‘무조건적이고 제약되지 않은 것’과 ‘조건 지어지고 제약된 것’을 구분한다. 전자는 선이고 후자는 악이다. 그런데 선은 악에서 나올 수 없기 때문에 그것 자체의 발생 근원이 있어야 한다. 그 발생 근원은 인간 세계 저편에 있다.
≪선과 악의 저편≫에서 니체는 서양 형이상학을 어떻게 비판하는가?
선과 악의 현실과 역사, 근원을 들춤으로써 기존 윤리학과 형이상학을 비판한다. 니체는 이 책이 현대성을 비판하는 책이라고 말했다.
왜 현대성을 비판하는가?
현대가 서양 형이상학의 가치를 계승했기 때문이다. 니체는 현대 자연과학과 예술, 정치의 영역에서 서양 형이상학의 근본 문제를 발견했다. 자연과학은 형이상학의 테두리에 갇혀서 해석의 가치를 몰랐다. 예술은 고귀한 취미를 잃고 왜소한 모습으로 타락했다. 정치는 민족주의·애국주의·군국주의처럼 인간의 평준화와 평범화를 불러왔다.
니체는 대안이 있었는가?
기존 윤리학과 형이상학을 뛰어넘는 것이다. 반(反)현대적 인간을 제시한다.
반현대적 인간은 무엇인가?
미래의 철학자, 위버멘슈, 자유정신을 가진 자 등 여러 이름으로 불렀다. 선과 악의 저편에서 모든 존재를 긍정하고 새로운 역사와 문화, 가치를 창조한다.
니체는 누구인가?
프로이트, 마르크스와 함께 20세기를 뒤흔든 3대 사상가다. 소크라테스 이래 서양 철학의 중심 가치를 전복하고 미래를 위한 철학을 세우려 했다. 죽은 뒤 나치가 그의 사상을 반유대주의에 악용해 오해를 받기도 했다.
반유대주의자가 아닌가?
아니다. 기독교의 근원으로서 유대인을 비난하기도 했지만 전체적으로 유대인의 업적과 지성을 인정한다. 그들을 공정하게 평가하려 했다. 여동생이 반유대주의자와 결혼했을 때 관계를 끊기도 했다.
≪선과 악의 저편≫은 니체 철학에서 어디에 있나?
말기 사상을 대표한다. 초기부터 말기까지 내놓은 여러 책의 문제의식을 종합한 책이다.
어떤 문제의식인가?
현대성을 비판하는 ≪반시대적 고찰≫, 자유정신을 찾는 ≪인간적인 것, 너무나 인간적인 것≫, 진리와 지식의 문제를 다루는 ≪즐거운 학문≫과 영원회귀, 운명애, 허무주의의 극복, 대지의 의미, 힘에의 의지, 위버멘슈를 다루는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등이다.
이 책은 원전에서 얼마나 뽑아 옮겼나?
주요 내용을 중심으로 전체 장에서 30% 정도를 발췌해 번역했다.
당신은 누구인가?
강영계다. 건국대학교 철학과 명예 교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