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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우휘 작품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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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1호 | 2015년 3월 20일 발행
선우휘가 묻는 한국인의 정체성
강정구가 엮은 ≪선우휘 작품집≫

한국에서 행동의 가능성
친일하면 살고 독립하면 죽었다.
낮에는 국군, 밤에는 인민군이 되었다.
생각하면 다치고 정직하면 죽었다.
정의는 죽음의 덫이고 인간은 삶의 기회를 찾는다.
이럴 때 어떤 행동이 가능한가?

“한 가지 질문이 있읍니다. 자아 멸각과 대의에 순해야 한다는 뜻은 잘 알았읍니다. 그런데 선생님께서는 소나 돼지가 인간을 위해 달게 그 생명을 밫인다고 하였는데−물론 인간은 그들 고기를 부득이 먹어야겠지요−그런데 저는 어렸을 때 도살장에 가본 일이 있읍니다. 소는 도살장에 끌려 들어갈 때 발을 버티고 들어가기를 주저했읍니다. 특히 돼지 같은 것은 굉장한 소리를 지르며 야단을 하다가 도살당하는 것을 보았는데−그들은 결코 달게 그 생명을 바치는 것같이는 안 보였읍니다. 이 점에 대해서 약간의 설명을−”
교수는 쓴웃음을 짓고 학생들은 소리를 내어 웃었다. 그러나 저도 모르게 웃고 난 학생들도 웃음이 사라지자 석연치 못한 것을 느끼는 것같이 보였다.
현은 자리에 앉으며 벌써 자기의 행동을 후회하고 있었다. 교수가 불쾌히 생각한다는 것은 문제가 아니었다. 공연히 충동을 받고 발끈하고 이러선 자기의 멋이 싫어졌던 것이다. 십 억 아세아 민족의 청탁이나 받은 듯이 스스로 이러서서 항의한 것이 싫어졌다. 그래서 어쩌자는 것이었던가?
<불꽃>, ≪선우휘 작품집≫, 선우휘 지음, 강정구 엮음, 51∼52쪽

일의 발단이 어디인가?
강의실에서 교수가 일본 제국주의 동조론을 펼쳤다. 고현이 반론한다. 하지만 곧 자기 행동을 후회한다.

뭘 잘못했는가?
남에게 괴로움을 받기 싫은 것처럼 나도 남을 괴롭히지 않는다는 것이 현의 신조다.

실제로 그렇게 살 수 있는가?
자신이 행동해야 할 상황에서 갈등하거나 행동을 포기하며 살아 온 것이다. 어릴 때 겪은 일 때문이다.

무엇을 겪었는가?
할아버지 고 노인의 혹을 놀리는 애들과 싸웠다. 그런데 오히려 노인에게 꾸지람만 들었다. 마치 주인을 공격하는 사람에게 덤비다 되려 주인의 몽둥이를 맞고 꼬리를 감추는 개가 된 느낌이었다. 현은 자신의 행동과 세상의 반응에 대해 의혹과 환멸을 맛본다.

노인이 왜 현을 나무란 것인가?
고 노인은 아들, 그러니까 현의 아버지가 3·1 만세 운동에 나섰다가 주검이 되어 돌아온 일을 기억한다. 손자가 아들의 성정을 닮을까 걱정된다.

현에게 뭐라고 설명하는가?
믿을 것은 자기밖에 없으니 남을 위해서는 손가락 하나 까닥거리지 말고 손톱만큼이라도 도움 바라지 말라고 당부한다. 제 몫으로 제 살림을 해야 한다고 가르친다.

현은 할아버지의 가르침을 따르는가?
그렇게 산다. “남이야 어떠하든 나야 얼려들 것이 무엇이랴” 하는 태도다. 중학을 마치고도 진학하지 않고 목적과 포부 없이 고향에 돌아온다. 모친 권유로 결국 일 년만에 대학에 들어간다. 일본에 유학한다.

그곳에서는 어떻게 사는가?
만주사변으로 부친을 잃은 일인 학생 ‘아오야기’와 친해진다. 그러나 고향이 그립다. 진주만 공격 이후 전세가 불리해지자 일군은 젊은 학생들을 징집한다. 아오야기가 입대하고 얼마 되지 않아 현도 끌려간다. 그러다 해방을 맞는다. 고향으로 돌아온다.

고향은 어떤가?
아슬아슬한 고비에서 삼팔선 이남으로 확정된다. 미군의 풍부한 물자가 들어온다. 혼란이 조장되고 대립이 깊어진다. 현이 교원으로 들어간 여학교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현은 남 일에 얼려들지 않고 제 살림을 살 수 있는가?
눈앞에 걸린 자기 직책에 충실하려 했다. 어느 날 학생들의 정치적 소동이 일어나고 사상 문제로 교장과 갈등하던 교원 셋이 책임자로 몰린다. 현은 교장의 처사에 문제를 제기했다 곧 후회한다. 결국 교장을 대하기가 거북해 학교를 그만둔다.

또 한 발 물러서는 것인가?
그렇다. 하지만 한국전쟁 와중에 현이 행동주의자로 변하는 사건이 생긴다.

어떤 사건인가?
인민군이 마을을 지난다. 인민재판이 벌어진다. 지켜보던 현의 입에서 비명이 터져나온다. “살인이다!” 앞에 버티고 섰던 보안서원의 소총을 낚아채 달아난다. 인민군에 쫓기는 신세가 된다.

어디로 가나?
강 건너 동굴이다. 그의 부친이 숨을 거둔 곳이다. 인민군이 고 노인을 앞세워 동굴에 이르고 그곳에서 그를 총살한다. 현은 가지고 있던 소총으로 인민군을 쏘아 죽인다.

행동이 시작된 것인가?
그렇다. 분노, 곧 감정이 논리, 곧 이성을 이긴 것이다. 선택과 참여의 순간에 논리보다 ‘분노’라는 감각이 우선 작용한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행동주의는 역사라고 부르는 이데올로기 담론에 참여하는 것이고 여러 이데올로기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다. 그런데 참여와 선택은 생존 문제와 결부될 때 문제가 생긴다. 생존 앞에서는 추론보다 감각이 행동을 결정하는 경우가 많다.

행동주의자의 감각이란 무엇인가?
이데올로기적 환상 구조와 유사하다. 예수는 자신을 죽이려는 자들을 보고 “그들은 그들이 하는 일을 알지 못하나이다”라고 말했다. 그들은 세상의 미혹으로부터 자신을 구원한다는 자기 이데올로기적 환각에 빠져 장차 세상을 구원할 예수를 알아보지 못한 것이다.

지금 현의 행동을 비판하는 것인가?
그렇다. 고현은 자기가 하는 일이 무엇인지 알지 못한 채 행동한다. 그의 행동은 민족주의 이데올로기에 가깝다. 그는 그것을 반복, 재생산하는 회로에 갇혀 있다. 이런 인물들은 <깃발 없는 기수>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이 책에 함께 실려 있다.

선우휘는 누구인가?
1950년대 행동주의, 휴머니즘, 실존주의를 대표하는 작가다.

어떻게 살다 갔나?
1922년 평안북도에서 태어났다. 공산주의를 등지고 월남했다. 1955년 단편 <귀신>을 발표하며 등단했다. 한국일보사, 조선일보사에서 편집국장을 지냈다. 이북 출신이라는 점과 사회 부조리를 현장에서 바라본 기자라는 점이 현장적이고 이념적인 작품 세계를 형성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 1986년 취재 중에 부산에서 뇌일혈로 별세했다.

당신은 누구인가?
강정구다. 제2회 ≪문학수첩≫ 신인문학상에 평론으로 등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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