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득
2432호 | 2015년 2월 3일 발행
제인 오스틴의 설득
이미애가 옮긴 제인 오스틴(Jane Austen)의 ≪설득(Persuasion)≫
오스틴의 가을
오만과 편견이 봄날의 하루였다면 설득은 가을의 애상이다.
쉽게 단정하지 않고 거침없이 비판하지 않게 되었다.
젊음을 내준 자리에 자기 성찰의 거울이 서 있었다.
“그녀는 감정을 억누르려고 스스로를 설득하기 시작했다. 모든 것을 포기한 지 8년, 거의 8년의 세월이 흐른 것이다. 그 세월의 간극이 아스라한 곳으로 멀리 밀어내 버렸던 감정의 동요를 이제 다시 느끼기 시작한다면 얼마나 어처구니없는 일인가!”
≪설득≫, 제인 오스틴 지음, 이미애 옮김, 91쪽
그녀는 누군가?
주인공 앤 엘리엇이다. 고귀한 혈통, 아름다운 외모, 따뜻한 마음씨를 모두 가졌다.
8년 전에 무슨 일이 있었나?
앤의 나이 19세, 결혼을 약속했던 프레더릭 웬트워스 대령과 헤어졌다.
헤어진 이유는?
허영에 가득 찬 아버지 월터 엘리엇 경은 웬트워스의 신분이 낮고 가난하다고 결혼을 반대했다. 앤이 믿고 따랐던 대모 레이디 러셀 또한 둘의 결혼이 서로를 불행하게 만들 것이라며 앤을 설득했다. 결혼을 포기했다.
감정의 동요가 다시 일어난 이유는?
그를 다시 만났기 때문이다. 엘리엇 경은 빚더미에 앉게 되자 살던 켈린치 홀을 세놓고 바스로 이사한다. 임차인이 웬트워스 대령의 누나 소피아와 매형 크로프트 제독이었다.
만남은 어떻게 찾아왔나?
엘리엇 경과 첫째 딸 엘리자베스는 바스로 떠났지만 앤은 동생 메리 머스그로브의 간청으로 어퍼크로스에 머물게 되었다. 어퍼크로스는 켈린치에서 3마일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이었다. 크로프트 부부가 켈린치 홀에 들어오는 날 머스그로브 식구들은 그들을 방문했고 두 집안은 친해지기 시작했다. 그때쯤 웬트워스 대령이 켈린치로 왔다. 둘은 서로를 피하려 했지만 결국 보게 되었다.
대령의 심정은?
그는 이별의 이유를 몰랐다. 여전히 마음의 상처를 안고 있었다. 앤만 아니라면 적당한 여자를 만나 바로 결혼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그의 마음속에서는 그녀가 떠나지 않았다.
재회는 축복이 되는가?
둘은 어퍼크로스, 라임, 바스에서 때로 어울리며 서로에 대한 감정을 확인한다. 앤은 재산과 신분만 좇는 당대 결혼 관습의 공허함을 깨닫는다. 진정한 사랑의 길을 걷는다. 둘은 믿음직한 친구들의 축복을 받으며 결혼한다.
엘리엇 경과 레이디 러셀은 어떤 태도를 취하는가?
엘리엇 경은 대령의 잘생긴 외모, 대령이라는 계급에 만족해 더 이상 반대하지 않았다. 레이디 러셀은 과거에 대령을 객관적으로 바라보지 못했음을 반성하고 둘의 행복을 빌어 주었다.
이 작품은 오스틴 문학에서 어디쯤 있는가?
그녀가 죽기 2년 전 집필한 마지막 소설이다. 비평가 해럴드 블룸은 “오스틴의 소설 가운데 가장 완벽한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무엇 때문에 “가장 완벽한 작품”인가?
≪오만과 편견≫ 같은 초기 작품이 봄날의 싱그러움을 간직했다면 ≪설득≫은 가을의 애상을 담았다. 작가의 경험이 쌓이면서 여주인공을 바라보는 시각이 원숙해졌고 작품의 분위기가 차분해졌다. 여주인공을 제시하는 서술 기법도 바뀌었다.
서술 기법이 어떻게 바뀌었나?
≪오만과 편견≫의 엘리자베스 베넷은 쉽게 단정하고 거침없이 비판하며 젊음의 생기발랄함을 간직한 반면 앤은 젊음의 좌절을 경험하고 ‘이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누이처럼 자기 성찰적인 인물이다. 앤은 심리적·경제적·사회적으로 삶의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여러 곳을 전전했지만 여러 집단을 두루 경험하면서 비판적인 시각을 갖추게 된다.
오스틴은 어떤 작가인가?
프랭크 리비스는 ≪위대한 전통≫에서 영국 소설의 전통이 제인 오스틴에서 시작한다고 썼다. 당대에 유행하던 고딕 소설과 감상 소설, 로맨스 등 대중 문학 장르의 기법을 다양하게 실험하며 리얼리즘에 입각해 정교한 작품 세계를 창조했다.
어떻게 살다 갔나?
1775년 영국 남부 햄프셔에서 태어났다. 8세부터 11세까지 학교교육을 받은 뒤 줄곧 집에서 책을 읽으며 독학했다. 20세에 장편소설을 쓰기 시작해 1799년까지 ≪오만과 편견≫, ≪분별력과 감수성≫, ≪노생거 사원≫을 완성했다. 1805년 부친이 사망한 뒤 셋집과 친척집을 전전하다가 1809년 초턴에 있던 오빠의 집에 정착했다. 초턴에서 생애 마지막 8년을 보내며 ≪맨스필드 파크≫, ≪에마≫, ≪설득≫을 썼다. 평생 독신으로 지내다 1816년 42세의 나이에 호지킨 림프종으로 사망했다.
당신은 누구인가?
이미애다. 서울대학교에서 현대 영국 소설 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제인 오스틴의 장편소설을 모두 번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