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 성격|군사학 논고|여정의 두루마리|풍자화전 외
지만지 스타일
지식을만드는지식에서 펴낸 번역서 중 약 30%가 국내 초역입니다.
세계적인 고전임에도 한국 독자의 관심 분야가 아니라서
한국 독자에게 인지도가 떨어지는 작가라서
제대로 번역할 마땅한 연구자를 찾지 못해서
그래서 힘들여 책을 만들어도 팔기 어렵다는 판단에서
외면당했던 책을 지만지는 외려 찾아 펴내왔습니다.
‘늦었지만 고맙다’란 주제로 소개하고 있는 책들이 그렇습니다.
늦었어도 내야 할 책은 꼭 내고야 마는, 그것이 바로 ‘지만지 스타일’입니다.
나는 어느 정도 남자이고 어느 정도 여자인가?
23살에 요절한 오토 바이닝거의 유일한 저서로 ‘빈 모더니즘(Wiener Moderne)’의 고전이다. 1903년 그가 던진 질문은 100년이 지났지만 가장 현대적인 질문이다. 이미 당대에 프로이트를 완벽하게 압도했던 바이닝거의 책이 왜 지금까지 한국에는 소개되지 않았던 것일까
≪성과 성격≫, 오토 바이닝거 지음, 임우영 옮김, 893쪽, 38000원
서양 군사학의 고전 중의 고전
로마 이후 유럽의 군사지도자들에게 바이블이었다. 샤를마뉴는 휘하 사령관들에게도 반드시 이 책을 휴대하라고 지시했다. 영국의 사자왕 리처드 1세도 전장에 나갈 때마다 이 책과 함께했다. “평화를 원하거든 전쟁에 대비하라!”는 군사 명언도 이 책에서 비롯했다.
≪군사학 논고≫, 플라비우스 베게티우스 레나투스 지음, 정토웅 옮김, 184쪽, 12000원
처음 듣는 아메리카의 진실
1530년에서 1541년 사이에 아스떼까 왕가 또는 귀족의 후예로 추정되는 인물이 쓴 고문서다. 아스떼까 그림문자의 진수를 보여 줄 뿐 아니라 그들의 사고방식과 문화를 이해하는 데 필수 자료다. 정혜주의 원문 번역으로 비로소 그들 자신이 말하는 그들의 역사를 듣게 됐다.
≪여정의 두루마리≫, 저자 미상, 정혜주 옮김, 176쪽, 12000원
예능의 길을 가리키다
서양인에게 동양의 연극은 곧 ‘노(能)’다. 그럼에도 한국에는 노가 소개되지 않았다. 너무 일본적이기도 하지만 이 유서 깊은 함축과 절제의 예술을 제대로 소개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풍자화전≫은 서양의 ≪시학≫과 다름없는 책이다. 노의 구체적인 연기 지침을 통해 그것의 정신을 터득할 수 있다.
≪풍자화전≫, 제아미 지음, 김충영 옮김, 176쪽, 12000원
어떻게 생겼을까, 일본의 마음?
905년, 다이고 천황의 명으로 만들어진 일본 최초의 칙찬(勅撰) 와카집(和歌集)이다. 지만지의 ≪고금와카집≫은 전체 작품 1100수 중에서 작품 배열 순서를 그대로 지키며 142수를 옮기고 해설했다. 옮긴이 최충희는 “일본 문화의 특징과 일본인 고유의 의식구조를 파악하고자 할 때, 와카만큼 유용한 자료는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고금와카집≫, 기노 쓰라유키 외 지음, 최충희 옮김, 185쪽, 12000원
낯설다, 콜리지
새뮤얼 테일러 콜리지, 시인일까, 비평가일까, 철학자일까? 헷갈린다. <노수부의 노래>, 이건 낯익다. 영국 낭만주의의 문을 연 담시 아닌가? 그렇다. 제러미 벤담과 더불어 “영국이 낳은 두 맹아적(萌芽的) 정신의 하나”로 꼽히는 그가 없었다면 워즈워스도, 바이런도, 낭만주의도 없었다.
≪콜리지 시선≫, 새뮤얼 콜리지 지음, 윤준 옮김, 186쪽, 18000원
진짜 지식인
에밀 졸라가 드레퓌스 사건에 대한 글 <나는 고발한다>에서 보여준 참 지식인의 정신은 미술 비평에서도 다르지 않았다. 당대의 문화 권력인 살롱 미술을 처단하고 미래가 불투명한 인상파를 지지하는 그의 시각은 한 인간의 명료하고 절실한 비판 의식이 인류 문화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가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예술에 대한 글쓰기≫, 에밀 졸라 지음, 조병준 옮김, 166쪽, 12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