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스와 돈: 페미니즘과 정치경제학 그리고 미디어
김선남과 정현욱이 옮기고 아일린 미핸(Eileen Meehan)과 엘렌 리오던(Ellen Riordan)이 엮은 <<섹스와 돈: 페미니즘과 정치경제학 그리고 미디어(Sex & Money: Feminism and Political Economy in the Media)>>
2등 시민으로 밀리는 여자들
정보기술은 인력을 대체한다. 커뮤니케이션을 매개하는 많은 직업이 사라진다. 그것은 여자들의 자리였다. 수많은 여자들은 또 한 단계 밀려난다. 젠더 격차가 깊어진다.
만약 커뮤니케이션 학자가 일상의 경험, 자본주의, 가부장제 간의 관계를 설명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무비판적으로 일상의 재생에 참여할 수밖에 없다.
‘교류와 새로운 지향: 페미니즘과 정치경제학’, <<섹스와 돈>>, 6쪽.
젠더 불평등의 사회 주범이 가부장주의와 거대자본인가?
가부장주의는 젠더 불평등을 확대한다. 거대자본은 젠더 불평등을 바탕으로 이윤을 창출한다.
미디어 산업은 공범인가?
바로 그렇다. 여성을 성적 대상이나 무분별한 소비자로 묘사하면서 고정관념을 재생산한다. 거대자본의 한 축으로 성과 돈의 결합을 매개한다.
남자들이 그 짓을 한다는 말인가?
사회·경제·문화가 모두 남성의 것이다. 특권의 젠더 격차가 불평등을 생산한다.
페미니즘은 제대로 비판하고 있는 것인가?
특권 배분의 편향성을 비판했지만 특권 형성과 정당화를 통제하는 자본을 간과했다. 특권 형성, 배분, 정당화로 이어지는 전체 과정에 대한 종합 이해에 실패했다. 사회구조 분석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개인 특성과 같은 미시 분석에 머물렀다.
미디어 비평에서는 성공한 것인가?
젠더 불평등과 관련된 미디어 구조, 제작 과정, 표현 방식, 유통을 설명하지 못했다.
정치경제학이 페미니즘에 등장한 이유가 바로 그것인가?
그렇다. 정치경제학은 자본의 사회 통제를 분석하는 데 유용하다. 페미니즘의 한계, 곧 거시 분석을 보완할 수 있다.
정치경제학의 입장에서는 페미니즘을 어떻게 보는가?
취업 기회의 배분, 일의 유형, 소비 행태, 정책 논쟁에 대한 이해는 자본 구조 분석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특권 배분 문제를 세세하게 파악하려면 페미니즘의 도움이 필요하다.
<<섹스와 돈>>의 목적은 무엇인가?
페미니즘과 정치경제학의 한계를 돌파한다. 미디어 제작, 표현, 유통, 소비의 전 과정을 특권 형성, 배분, 정당화 측면에서 분석한다. 미디어 소비가 여가 활용이나 개인 선택, 취향에 의해서가 아니라 자본주의와 가부장제에 의해 결정된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방송 뉴스에서 여성 관련 의제의 사정은 어떤가?
찾아보기 어렵다. 자본과 의사 결정권이 양성 간에 불평등하게 배분된다. 미디어 자본은 기존 권력을 고착시키고 정당화하기 위해 여성의 목소리나 경험이 관심사로 부각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
텔레비전 뉴스에서 특권 격차는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는가?
여성 진행자의 역할이다. 대부분 남자 진행자의 보조 역할을 맡는다. 장식품으로 처리된다. 선정 기준이 성적 매력이다.
여성 진행자의 상품화 과정은 어떻게 진행되는가?
방송사는 뉴스 전달 능력이 아니라 여성 진행자의 헤어스타일, 화장 톤, 귀고리 크기와 특성, 옷 색깔과 모양새, 양복 깃 길이에 더 민감하다. 여성의 매력이 시청률 경쟁 무기로 사용된다. 여성 진행자는 공적 목소리를 전달하는 대가로 자기 여성성을 지불한다.
성공한 여성 정치인이나 사업가를 소개할 때 여성은 어떻게 상품이 되는가?
교묘한 방식으로 자긍심, 물질적 욕구, 로맨틱한 행복, 소비 패턴을 접목시켜 여성 독자들을 관련 상품의 충실한 소비자로 전환시킨다. 라틴계 여성 잡지 <<라티나>>, <<모더나>>, <<에스티로>>가 단적인 사례다.
그 잡지의 여성 독자들은 어떻게 자본주의의 윤활유가 되었나?
롤모델을 모방한다. 체육관에 드나들며 몸매 관리를 하거나 쇼핑몰에 들러 의상, 헤어스타일, 치장과 관련된 제품을 구매했다. 조사에 따르면 잡지를 읽은 여성이 읽지 않은 여성보다 머리를 염색하는 사례가 더 많았다.
여성의 경제력이 높아진 결과 아닌가?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가부장주의 여성 이미지를 재생산하는 데 기여한다는 것도 확실하다. 이런 소비 행태가 실제로 여성의 지위 향상에 기여하는지도 의문이다.
커뮤니케이션 기술 발전은 젠더 불평등을 심화하는가?
1990년대 대서양 연안 주 텔레커뮤니케이션 회사의 신기술 도입 사례를 보라. 디지털 전환 장비가 개발되고 컴퓨터 융합 기술이 도입되면서 전화 음성 메일, 콜센터, 원격의료 서비스, 교육 프로그램과 같은 서비스가 새로 상품화되었다. 여성 숙련공이 주류를 차지하던 직종, 곧 청각이나 성대 장애자를 위한 서비스, 전화 교환원, 타자수와 같은 사무직종이 감소되었다.
신기술은 정말 여성에게 불리한 현상인가?
그렇다. 커뮤니케이션 신기술이 등장할 때마다 미디어 산업 지형은 날로 새로워진다. 반면 여성에게 개방된 직종 수는 줄거나, 취업 가능한 직종은 저임금 직종으로 재편된다. 여성 근로자는 열등한 직종에서 저임금을 받는 2등 시민의 지위로 떠밀린다.
국내 젠더 연구 현황은 어떤가?
페미니즘이나 정치경제학, 어느 한쪽에 편향된 연구가 많다. 페미니즘 연구는 현상을 기술하는 수준에 머물고, 정치경제학 연구는 사회구조 모순을 지적하는 데 그친다. 사적 영역과 공적 영역을 갈라놓는 벽을 넘어서지 못한다.
이 책에 기대하는 것이 무엇인가?
국내 연구가 안고 있는 한계를 극복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미디어가 여성을 성적 대상자 또는 경제 구조의 2등 시민으로 묘사하는 전략, 이러한 고정관념을 재생산하는 이유를 알고 싶은 사람에게도 권한다.
당신은 누구인가?
김선남이다. 원광대학교 행정·언론학부 교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