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가 명령한다
시원한 책 2. 내가 왜 이렇게 말하고 있을까?
레프 마노비치(Lev Manovich)가 쓰고 이재현이 옮긴 <<소프트웨어가 명령한다(Software Takes Command)>>
보이지 않는, 가차 없는 명령
대화할 때, 편지 쓸 때, 전화할 때, 이메일할 때, 트위터할 때, 페이스북할 때, 카톡할 때 우리는 모두 다른 말을 쓴다. 나를 움직이는 소프트웨어가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2000년 이후 새로운 소프트웨어, 플러그인, 프로그래밍 라이브러리 등의 도구를 만들어 컴퓨터라는 메타미디엄을 확장시키는 일이 새로운 첨단의 문화적 활동이 되었는바, 이것은 “미디엄이 메시지다”라는 매클루언의 유명한 명제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다.
‘1장 앨런 케이의 보편적 미디어 기계’, <<소프트웨어가 명령한다>> 108쪽.
‘소프트웨어가 명령한다’가 무슨 말인가?
인간 커뮤니케이션과 상호작용이 그런 것처럼 모든 사회, 문화 행위가 소프트웨어에 의해 매개된다는 의미다.
매개의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
사회, 문화 행위가 소프트웨어를 통해 이루어지는 수준을 넘어 소프트웨어의 논리에 따라 사회, 문화 행위가 규정된다.
소프트웨어가 규정하는 사회와 문화 행위의 현실은 무엇인가?
지금의 대인 관계를 보라. 편지나 전화와 같은 물리, 전기 미디어가 아니라 페이스북과 같은 에스엔에스나 카카오톡과 같은 인스턴트 메신저가 대인 관계를 규정한다. 소셜 소프트웨어가 우리의 삶을 지배하지 않는가?
이 책, <<소프트웨어가 명령한다>>는 무엇을 말하는 책인가?
1970년대 이후 컴퓨터가 기존의 모든 물리, 전기, 전자 미디어를 시뮬레이션하면서 메타미디어로 진화하는 과정을 분석한다. 그 핵심에 소프트웨어화가 있다고 주장한다.
메타미디어로의 진화는 어디서 시작되었는가?
앨런 케이가 이끈 제록스PARC 학습연구실이다. 케이 연구팀은 컴퓨터를 ‘메타미디엄’으로 정의하고 이를 기술로 구현하려 했다.
메타미디엄이란 무엇을 말하는가?
케이는 메타미디엄을 “기존의 미디어에 대한 시뮬레이션과 아직 발명되지 않은 미디어를 포괄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아직 쓰여지지 않은 소프트웨어의 역사를 기술하고 현대 뉴미디어의 언어를 이해하려면 이 비전을 던진 케이로부터 시작하는 것이 옳다.
제록스PARC 학습연구실은 무엇을 했는가?
그래픽 인터페이스를 지원하는 미디어 조작 및 제작용 응용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개발한 곳이 바로 여기다. 워드 프로세서, 파일 시스템, 그리기 및 페인팅 프로그램, 애니메이션 프로그램, 음악 편집 프로그램처럼 현재의 문화 소프트웨어들의 바탕이 되는 프로그램들을 개발했다.
문화 소프트웨어가 확장되면서 어떤 일이 벌어졌는가?
기존 미디어를 시뮬레이션하는 데 그치지 않고 다양한 미디어가 리믹스되는 혼종화 현상을 불러일으켰다. 역사상 전례가 없는 혼종적 언어와 미학이 여기서 시작된다.
미디어 혼종화란 어떤 현상을 가리키는가?
각기 다른 미디어에 속해 있던 기술이나 도구가 소프트웨어로 전환된 이후의 단계를 말한다. 개별적 속성들이 서로 결합되는 ‘심층적 리믹스’ 과정이다.
심층적 리믹스 소프트웨어의 사례로 무엇을 들 수 있는가?
애크로뱃 리더가 대표 사례다. 종이 매체, 회화 도구, 비디오 재생기 인터페이스처럼 기존 미디어 기능들을 시뮬레이션한 도구들을 그 자체로 혼종화하고 있다.
심층 리믹스가 조성하는 혼종 미학의 세계는 어떤 것인가?
마노비치는 애프터 이펙츠와 같은 저작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만들어지는 모션 그래픽을 예로 든다. 영화 타이틀 시퀀스, 광고, 뮤직 비디오, 예술작품 등에서 볼 수 있는 모션 그래픽은 타이포그래피, 비디오, 사진, 그림, 2D나 3D 그래픽 애니메이션 등 기존의 모든 시각 요소들을 포괄하여 새로운 미학을 보여 준다.
소프트웨어 진화가 인간의 시각 문화에 미칠 영향은 무엇인가?
언어의 기원이 더 이상 중요하지 않은 상황이다. 전례 없는 혼종적 언어가 더욱 번창할 것이다. 소프트웨어 진화와 심층 리믹스 과정에 주목해야 현대 시각 문화의 변화 양상을 이해할 수 있다.
현재 전 세계의 소프트웨어 연구 사정은 어떤가?
신생 분야지만 다양한 관점의 연구가 진행된다. 소프트웨어의 사회문화적 의미 탐색, 소프트웨어 생산에 대한 정치경제학적 접근, 소프트웨어를 구성하는 코드에 대한 인문학적 접근, 소프트웨어와 플랫폼 사이의 관련성, 소프트웨어 코드에 대한 비판적 분석이 연구 내용이다.
소프트웨어 연구의 다음 과제는 무엇인가?
사회과학적인 관점에서 소프트웨어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비판적 코드 분석이 중요하다. 이를 통해서 소프트웨어화의 두 번째 측면, 곧 사회적 과정의 소프트웨어화가 갖는 의미를 이해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 책은 누구에게 필요한가?
소프트웨어 개발자와 이용자가 일차 독자다. 소프트웨어 개발에서 인문학적 상상력이 요구되는 이때 이 책은 그 요구에 부합한다. 더 중요한 독자는 인문학자와 사회과학자다. 지금의 새로운 문화 현상은 소프트웨어에 대한 이해 없이 설명될 수 없기 때문이다.
당신은 누구인가?
이재현이다. 서울대학교 언론정보학과 교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