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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 / 한국동화 100년 / 송재찬 동화선집

송재찬 동화선집

z20130927-1

송재찬이 짓고 전명희가 해설한 ≪송재찬 동화선집≫

가끔 제정신이 돌아올 때
떠돌이 거지 다바코에게도 가끔 제정신이 돌아올 때가 있다. 공짜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그가 충고한다. 그러다가 거지 된다고. 송재찬의 동화도 어른에게 충고한다. 동심을 잃으면 인생도 잃는다고.

“얘들아, 내일 예배당에서도 배급을 준다 하더라. 우리도 한번 가 보자.”
춘희가 문득 생각난 것처럼 말했다.
“정말? 뭐 주는데?”
우리 셋은 집으로 향하던 걸음을 멈추고 동시에 입을 열었다. 우린 뭐든지 필요했다. 먹을 것이든 입을 것이든. 우리 집에선 양식을 줄이기 위해 벌써부터 해초밥을 해 먹고 있었다. 해초밥은 먹을 수 있는 바닷말을 곡식과 함께 넣고 밥을 짓는 것인데 처음엔 향긋한 내음까지 느껴졌지만 요즘은 냄새 맡기조차 싫었다. 거기에 비하면 우리 작은아버지네가 해 먹는 무밥은 얼마나 맛있는지 지금도 그 생각을 하면 군침이 돈다.
“나도 그것까지는 모르겠어. 예배당에서 뭘 주는지.”
춘희가 거드름을 피우며 말했다. 춘희 오빠는 예배당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이었다. 그것을 모를 리가 없었다.
“가르쳐 줘. 우유 한 줌 줄게.”
순자가 참지 못하고 간절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 나도 한 줌 줄게.”
“나도.”
정분이와 나도 우유 가루 한 줌씩을 주기로 했다.
“좋아. 절대로 다른 데 가서 이야기하면 안 돼. 알았지? 약속.”
우리는 새끼손가락을 걸고, 침을 뱉기까지 했다. 하늘을 향해 눈썹 하나씩을 날렸다. 사람끼리, 땅에다, 그리고 하늘에 두고의 맹세였다.
“미국 사람들이 보내 준 옷하고 밀가루를 내일 예배당에서 나누어 준대. 늦으면 국물도 없대. 다른 동네에 사는 우리 친척들도 연락해서 다 모였어. 너무 많으면 다 못 준대. 꼭 너희들 셋만 와. 알았지?”

≪송재찬 동화선집≫, <애국자 다바코>, 송재찬 지음, 전명희 해설, 52~55쪽

‘애국자 다바코’는 누구인가?
이야기의 주인공인 떠돌이 거지다. 일본 순사에게 너무 두들겨 맞아 정신병자가 되었다. 별명은 ‘시간 돌아 짱’이다. 가끔씩 정신이 돌아올 때면 서구 문물에 대한 사대주의를 경고한다.

당신 작품이 역사의 오류를 경험한 세대의 ‘의무로서의 글쓰기라는 전명희의 주장에 동의하는가?
“일제강점기, 전쟁, 폐허 속의 어수선한 사회와 가난. 그로 인한 상처는 그 누구보다 아이들에게 잔혹한 고통을 주었다. 당대에 상처 입은 동심과 성장의 아픔들을 기록해 우리의 지난한 역사를 증언하고자 했다”는 그의 관찰은 옳다.

동심이란 무엇인가?
하늘이 내린 순수다. 어른이 되어도 보석처럼 지니길 바라는 마음이다.

당신의 우화가 은유하는 것은 시대 의식인가?
우화는 시공을 초월한 지혜의 서사다. <철조망을 허무는 아이들>은 동족상잔의 전쟁에 대한 메타포다. 통일에 대한 염원이다. 빨간 머리 ‘동국’과 파란 머리 ‘서국’이 대치한다. 대를 이어 고착된다. 세월이 흐르고 어른들은 모두 죽는다. 아이들만 남아 거지가 된다. 서국 아이들은 동국 아이들에게 산열매를 함께 먹자며 철조망을 헌다.

<금섬>의 우화는 목표 지점이 다르지 않나?
욕망의 허상성에 대한 우의다. 사람들은 황금으로 덮인 금섬을 찾아 나선다. 모두 죽고 한 사나이만 난파선 조각을 붙들고 섬에 닿는다. 금섬에서 그가 발견한 것은 햇살에 반사되어 황금처럼 보이는 모래언덕이었다.

유년의 판타지는 아동, 또는 그 이상의 사람들에게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전명희는 이렇게 말했다. “송재찬의 동화에는 어릴 때 경험했던 상상의 세계가 보이지 않는 우주와의 교감이나 신비로운 영적 체험으로 나타난다. 등장인물들은 마음으로 사물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상상력의 세계를 지니고 있어 사물과 교감을 이루기도 한다. 현실적 의식 세계라는 기반 위에 환상성을 지닌 작품들은 유년의 판타지에서 벗어난 고학년의 아동들에게 깊이 있는 사유 세계를 제공한다.” 동의한다.

간결한 문체가 눈에 띈다. 무엇을 위해 그리하는가?
<1923년 9월 1일>에서는 잦은 명사형 서술 종지법이나 짧은 문장으로 긴장을 높이고 리듬을 탔다. ≪노래하며 우는 새≫와 <도채비 돌>에서는 제주 방언을 사용했다.

제주 토박이라는 정체성은 작품에서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는가?
제주의 역사와 설화에 바탕한 이야기를 남기려 했다. 장편동화 ≪노래하며 우는 새≫는 제주 4·3사건과 연관된 나의 어린 시절 이야기다. 제주의 풍광과 풍습, 정서 속에서 그리움과 외로움, 두려움을 극복하고 내면의 성장을 이루는 주인공을 묘사한다. 제주 설화를 담은 장편으로 ≪제주도 할머니를 찾습니다≫, ≪하얀 야생마≫, ≪큰불 장군과 작은불 왕자≫가 있다.

조실부모하고 외가에서 자란 어린 시절은 어떤 기억인가?
눈치가 없어서인지 무탈하게 잘 지냈다. 먹고 죽는 것만 빼고 다 덤비던 때라 시건 쓰건 다 잘 먹었다. ‘참남밭’이란 넓은 밭을 가진 외할머니 덕에 세 끼를 다 챙겨 먹었지만 빈집일 때는 집 안 구석구석을 뒤지며 먹을 것을 찾았다. 제사가 많은 외가에서는 늘 쌀을 보관했다. 그걸 찾기 위해 고팡(광) 구석 항아리에 얼굴을 대고 손을 디밀어 뒤지곤 했다.

고사리 팔아 만든 학급 문고가 당신을 작가로 키워 낸 것인가?
초등학교 때는 동화책이란 걸 구경도 못 했다. 중학교 때 담임 홍성휴 선생님이 고사리를 꺾어 말려 오게 했는데 어느 날 교실에 학급문고가 들어왔다. “고사리 팔아서 산 책이다”라고 말씀하셨다. ≪소공자≫, ≪소공녀≫, ≪서유기≫ 같은 세계 명작과 이원수 선생의 ≪민들레의 노래≫ 같은 책이었다. 그때부터 작가의 싹이 텄던 것 같다.

그때는 고사리 팔아 학급문고를 만들 수 있었는가?
얼마 전까지 순전히 우리 고사리가 학급 문고가 된 줄 알고 있었다. 동화작가 임정진 선생이 ‘그 당시 고사리 값’이 얼마나 했겠냐고, 담임이 사비로 책을 사 왔을 것이라고 했다. 선생님의 고마움을 절실하게 느꼈다.

이오덕, 권정생과는 어떻게 인연이 닿았나?
1974년 경북 봉화로 임지를 옮겼다. 이원수 선생 추천으로 ≪새교실≫ 동화 3회 추천을 끝냈다. 속옷만 갈아입고 겉옷은 일주일씩 입는 식으로 빨래할 시간까지 아껴 동화에 전념하던 시기였다. 이웃 학교에 계시는 이오덕 선생께 편지를 보내 권정생 선생을 소개받았다. 안동으로 그분을 만나러 다니기 시작했다. 1975년 동화 공부를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에 벽지로 자원했다. <강아지똥>을 당선시켰던 ≪기독교 교육≫에 <종을 치는 마음>이 당선되고 창주문학상에 <화가와 비둘기>가 당선됐다. 1976년에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동화 <찬란한 믿음>이 당선됐다. 이오덕 선생과 함께 중앙선 열차를 타고 시상식에 갔다.

작가로서 당신의 초심을 기억하나?
당선 소감으로 한 편의 동화를 위해 다른 모든 것들을 포기하겠다고 떠들던 시절이었다. 미하엘 엔데의 장편 ≪짐 크노프≫와 ≪뮈렌 왕자≫가 국내에 소개되었는데 앞으로 어떤 작품을 써야 할지 짐작케 하는 만남이었다. 성인을 위한 동화였지만 어린이와 어른이 함께 읽는 동화, 그런 작품을 쓰는 작가가 되고 싶었다.

지금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할 작정인가?
2012년 8월에 정년퇴임했다. 41년간 몸담았던 학교를 그만두었다. 한낮에도 창밖에 흔들리는 모과나무를 보며 음악을 듣는다. 읽고 싶던 책도 읽고 생각해 두었던 작품을 구상한다. 제주도 옛이야기를 바탕에 깐 장편을 오랫동안 생각해 왔지만 아직 스토리도 만들지 못했다. 연재만 하고 손질하지 못했던 작품도 정리해야 한다. 이제 남아 있는 동화혼이 훨훨 타올라 등단할 때의 열정으로 작품을 쓰고 싶다. 원로라는 이름으로 불릴 때 더 빛나는 것들을 보여 줄 수 있는, 부끄럽지 않은 동화작가로 남고 싶다.

당신은 누구인가?
송재찬이다. 동화작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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