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마토그래피, 촬영의 모든 것
영화를 바꾼 영화 11/13 촬영의 혁신 <시민 케인(Citizen Kane)>
감독의 영화, 촬영감독의 영화
영화는 영상 언어와 문법으로 빚어내는 예술이다.
연출 못지않게 촬영이 중요하다.
감독과 촬영감독이 최상의 협업을 이룰 때
영화는 고전이 되고, 두 감독은 거장의 영예를 얻는다.
따라서 모든 영화는 감독의 영화이자 촬영감독의 영화이다.
<시민 케인(Citizen Kane)>, 1941년, 오선 웰스(George Orson Welles) 연출, 그레그 톨런드(Gregg Toland) 촬영, 눈놀이 신(3분 55초). 영화사에서 디프포커스 기법을 이야기할 때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장면이다.
<시민 케인>의 또 다른 주역 그레그 톨런드
당대에는 평가를 제대로 받지 못했지만, 50년이 지난 후 전 세계 모든 영화 비평가들의 베스트10 목록에서 빠지지 않는 영화 <시민 케인>. 플롯, 편집, 촬영에서 현대 영화의 문법을 형성하는 데 크게 기여한 작품이다. 특히 촬영 기술의 혁신을 이룬 영화로, 디프포커스 기법을 처음 본격적으로 도입했다. 감독은 불가피한 내러티브 편집을 피하기 위해서 화면의 깊이를 세심하게 구성하기 바랐고, 촬영감독은 전례 없이 깊은 피사계 심도를 구현하는 디프포커스 기술을 만들어냄으로써 감독의 바람을 실현했다.
오선 웰스 감독은 처음 뉴욕 브로드웨이의 연기자로 인기를 얻었다. 이후 서부 할리우드로 넘어오면서 영화감독으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한다. 젊고 재능 있으며 외모까지 출중한 스타였지만, 할리우드 제작사는 25세의 나이로 감독 경력이 전무한 그에게 큰 작품을 맡기는 것이 내심 조심스러웠다. 그래서 마련한 대안이 당대 최고의 촬영감독이었던 그레그 톨런드와 함께 일하게 하는 것이었다.
그레그 톨런드 촬영감독은 15세에 폭스영화(지금의 20세기폭스)에 입사해 무성영화와 유성영화 시대를 걸쳐 뛰어난 작품을 많이 촬영했다. 대표적인 작품으로 <시민 케인>을 비롯해 <폭풍의 언덕(Wuthering Heights)>(1939), <데드 엔드(Dead End)>(1937), <서부의 사나이(The Westerner)>(1939), <분노의 포도(The Grapes of Wrath)>(1940) 등이 있다. 영화 <폭풍의 언덕>으로 1939년 아카데미 촬영상을 수상했다. 그는 영화 <시민 케인>에서 카메라로부터 동일선상에 있는 2개의 원근 대상에 똑같이 초점을 맞춤으로써 극적인 효과를 성공적으로 만들어냈다. ‘디프포커스’라 불린 이 새로운 촬영 기법은 이후 영화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오선 웰스의 작품으로 알려진 <시민 케인>. 이 영화는 또한 그레그 톨런드의 작품이었던 것이다.
_ 구재모 공주영상대학교 영상촬영조명과 교수, ≪시네마토그래피, 촬영의 모든 것≫ 옮긴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