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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자하 시선

z20140710-s
여름 한시 4. 1813년, 조선의 페르소나

김갑기가 옮긴 신위(申緯)의 ≪신자하 시선(申紫霞 詩選)≫

소식을 배워 두보에 들다
시로써 도를 구하였으니 엄정하나 흥이 없었다. 옹방강을 만난 뒤 신세계가 열린다. 시에서 페르소나의 영적 감흥이 피어올랐다. 두보의 신운을 터득하였다.

청수부용각에서 계유년(1813)에

청수부용각에서 시원한 바람을 쐬며
홀로 주화모록지란 연못에서 시를 읊었다.
이곳 생각만 해도 더위를 모르겠는데
사람으로 하여금 육조 때의 시를 기억케 하는구나.
새가 나니 한 점 머리만 푸르게 보이고
물고기 헤엄치니 일천 금빛이 흩어지네.
자그만 관청에 맑고 시원한 경지가 열렸으니
바람이 없는데 숲 그림자만 얼쑹덜쑹하구나.

[자주] ‘청수부용각’은 곡산 관아의 원정이다. 이때 옹방강이 청수부용각이란 편액을 써 부쳐와, 공이 이에 새겨 누정에 걸었다.

題淸水芙蓉閣 癸酉

追凉淸水芙蓉閣
獨咏朱華冒綠池
對此不知三伏熱
令人却憶六朝詩
禽飛一點翠光去
魚戱千頭金色披
小署自開明瑟境
無風林影碧參差

[自註] 閣卽谷山官府之園亭 時翁學承寄到淸水芙蓉閣扁 公乃刻而揭亭

≪신자하 시선≫, 신위 지음, 김갑기 옮김, 28∼29쪽

청수부용각이 어디 있는 어떤 곳인가?
맑은 물에 고운 연꽃이 떠 있는 연못 위의 정자라는 뜻이다. 자하가 황해도 곡산의 부사로 나갔을 때 관아에 정원을 조성하고 정자를 지어 ‘청수부용각’이라 불렀다.

주화모록지가 바로 그 연못인가?
그렇다. 조식이 <공자(公子)의 연회>에 “가을 난초가 넓은 들판을 덮고, 붉은 꽃이 푸른 연못을 덮었다(秋蘭被長坂 朱華冒綠池)”라고 읊은 것을 인용한 것이다.

육조 때의 시란 무엇을 말하는가?
육조를 대표하는 시인 사령운(謝靈運)의 시를 말한다. 그가 연꽃을 즐겨 노래했기 때문에 연꽃 못 앞에서 그를 생각하는 것이다.

청수부용각이 눈앞에 있는 듯하다. 이런 작법은 어디서 비롯된 것인가?
시중유화 화중유시(詩中有畫 畫中有詩)를 염두에 둔 것이다. 자하는 시·서·화 삼절로 이름을 떨친 만큼 시의 회화성을 중시했다. 그의 시화일치는 후대에 높이 평가되었다.

어떤 평이 전해지는가?
“천 가지 정과 만 가지 형상을 뜻에 따라 두루 뭉쳐서, 살아 움직이지 않는 것이 없어 당장 눈앞에 있는 것과 같다. …참으로 세상에 드문 기이한 재주를 갖추었고, 한 시대의 지극한 변체를 궁구해서 훨훨 나는 모습이 만년의 대가라 하겠다.”

누가 이렇게 말했는가?
자하의 ≪경수당집(警修堂集)≫을 탐독하고, 선시(選詩)하여 여섯 권의 ≪신자하 시집≫ 으로 엮어 낸 김택영의 말이다.

‘청수부용각’ 편액을 쓴 옹방강은 누군가?
청나라의 대표적 석학이다. 시·서·화는 물론, 금석학과 고증학에 통달했다. 후학과 어울리기를 즐겨 많은 문사가 그를 따랐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추사 김정희가 그를 스승으로 섬겼다.

자하는 옹방강을 어떻게 알게 되었나?
추사의 추천이었다. 1812년 북경으로 가는 자하에게 <송자하입연 십수(送紫霞入燕十首)>를 건네주며, 옹방강을 만날 것을 권했다.

추사는 <송자하입연 십수>에 무엇을 적었는가?
“훌륭한 경치와 구경거리 천만 가지 중에 소재(蘇齋) 노인을 보는 것만 같은 것이 없다고 한다. 옛날 게(偈)를 말하는 자가 이르기를 ‘세계에 있는 것을 내가 모두 보았으나, 부처만 한 것이 없다’고 했으니, 나는 당신의 이번 행차에 역시 그렇게 말한다”고 적었다. 소재 노인은 옹방강을 가리킨다.

자하에게 옹방강은 무엇이 되었는가?
그와의 만남으로 자하에게 신천지가 펼쳐졌다. 그의 학식과 인품을 흠모하게 되었다. 그의 소개로 청나라 문사와 폭넓게 교유했으며 작시의 나아갈 길이 유소입두(由蘇入杜)임을 터득한 것도 옹방강의 영향이다.

‘유소입두’란 무엇인가?
소식의 시를 배워 두보의 경지에 이른다는 뜻이다. 소론 학자였던 자하는 소식의 시를 전형으로 삼고 유·불·도의 경전을 두루 섭렵하여 이문재도(以文載道)의 원칙에 따라 글을 썼다. 그러나 옹방강을 만난 뒤 그때까지 자신이 쓴 작품을 모두 불태우고 신운(神韻)이 서린 두보 시의 경지를 좇았다.

신운은 이문재도와 어떻게 다른가?
이문재도는 시에 도를 실어야 한다는 뜻이다. 시보다 도를 중시하는 논법으로 도학자들의 편협한 문학관이다. 반면 신운설은 시에서 무엇보다 페르소나의 영적 감흥을 중시하는 시학이다.

조선에서 신운설은 어떻게 해석되었는가?
옹방강의 영향을 받은 자하와 추사 같은 신지식인 계층이 이를 추구했다. 전통의 성정론, 실학자와 중인 계층의 천기론과 함께 조선 후기를 대표하는 시론이 되었다.

자하 신위는 어떻게 살다 갔는가?
1769년 한성, 권문세가로 이름난 평산 신씨 가문에서 태어났다. 1799년 알성문과에 을과로 급제했다. 한직과 외직에만 있다가 1811년 내직으로 옮겨 이듬해 청나라에 다녀온 뒤 병조 참의가 되었다. 한 해 뒤에는 곡산 부사로 갔다. 전염병으로 피폐해진 고을을 구하고자 세금과 정역을 탕감해 줄 것을 조정에 탄원하는 등 선정을 베풀었다. 이조 참판, 병조 참판 등을 지낸 뒤 1845년 세상을 떠났다. ≪경수당집≫에 한시 4069수를 남겼다.

이 책에는 어떤 시를 담았는가?
≪신자하 시집≫에서 42제 76수를 가려 뽑았다. 유소입두론, 청나라 문사들과의 교유, 삼절의 위상을 드러내는 작품을 중심으로 선정했다.

당신은 누구인가?
김갑기다. 청주대학교 한문교육과와 동국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를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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