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험영화와 비디오의 역사
아방가르드, 실험영화, 영국 예술영화 신간 <<실험영화와 비디오의 역사: 정통 아방가르드부터 현대 영국 예술의 실천까지 A History of Experimental Film and Video>>
아방가르드 또는 현재
왔다 갔다 하는 이야기, 뭔지 모를 이미지, 막연함, 분명치 않은 피사체, 다 보기도 전에 지나가는 장면, 듣기 괴로운 소리 또는 침묵은 우리가 아방가르드 영화를 볼 때 흔히 경험하는 상황이다. 한때 전위를 가리켰던 이 단어가 이제 실험영화라는 단어로 정착된다. 그리고 실험은 곧 현실이 된다. 우리는 언제나 현재, 곧 그때의 전위에 살기 때문이다.
실험영화는 무엇인가?
역사를 통해 지속적으로 많은 영화작가에게 충격과 영감을 주었던 혁신적인 영화를 말한다. 시각예술과 영화의 요구 조건을 모두 충족시키는 예술적 실천과 표현의 결정체다.
주류 또는 다큐멘터리 영화와 다른 점은?
선형 내러티브 요소가 약하거나 없는 점, 다양한 표현 기법에 의한 추상적 이미지, 인상주의적 막연함, 시적인 접근, 불명확한 피사체, 빠른 편집, 불협화음, 혹은 완전한 무음을 꼽을 수 있다.
뿌리가 어딘가?
1920년대 유럽에서 찾을 수 있다. 영화가 성숙 매체로 자리매김하고, 대중매체에 대한 식자층의 거부반응이 줄고, 예술에서 아방가르드 움직임이 활발해진 시기였다. 하지만 실험 또는 아방가르드 영화가 가진 개척 정신의 기원은 모던과 포스트모던 아트의 콘텍스트에서 찾는 것이 더 낫겠다.
‘아방가르드’, ‘언더그라운드’, ‘추상’, ‘비내러티브’ 는 다른 이름인가?
일반적 영화 문법의 경계를 넘나든다는 점에서 아방가르드이고, 자유로운 예술을 지향한 반문화적 성격, 돌격보다는 잠행, 비밀스런 저항을 반영한다는 점에서 언더그라운드다. 추상과 비내러티브는 대다수 실험영화의 특징이기도 하다.
실험 또는 아방가르드로 용어는 확정된 것인가?
그동안 실험, 절대, 순수, 비내러티브, 언더그라운드, 확장, 추상 등 많은 이름으로 불렸지만 그 어느 용어도 완전히 만족스럽지 못했다. 명칭에 대한 일반적 합의가 이루어지지 못한 것은 각각의 작품이 가진 태생적 차이나 대립성이 있음을 시사한다. 동시에 여러 성질을 아우르는 화합을 시도한 흔적이기도 하다.
저자의 입장은?
정황에 따라 편의대로 사용되었지만, 사실 ‘실험’이란 용어의 정의를 내리고자 했던 진지한 시도는 없었다. 1999년 리스가 최초의 ‘실험’을 보여 준다.
리스가 누구인가?
영국왕립예술대학 수석 연구원이자 교수다. 랭커스터대학교에서 철학과 정치를 전공했고, 영국왕립예술대학에서 문화사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1970년대 초부터 영화이론, 예술가의 영화와 비디오에 대한 강의를 해 왔다.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실험영화와 비디오가 어떻게 모던아트와 그 이론 속에 자리매김하고 또 발전해 나갔는지 탁월한 개관을 제공한다. 특히 영화는 기본적으로 전통과 현대 회화, 조각, 판화를 비롯한 다른 예술과 밀접한 관계를 가진 ‘예술’의 한 형태라는 신념을 가진 예술가들이 만든 영화와 비디오에 주목하고 있다.
예술가의 영화란?
1940년대 초현실주의 색채가 강한 <오후의 올가미>를 만든 전설적 영화작가 마야 데런, 1950년대 극단적인 실험영화를 발표했던 스탠 브래키지가 ‘예술가의 영화’라는 또 하나의 하이브리드를 낳았다. 하나의 매체 즉, 영화만을 사용했던 이들은 자신들의 영화를 전통 예술이 가진 지위와 품위를 겸비한 ‘예술’이라고 주장했다.
리스의 평가는?
영화와 비디오 매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예술가들은 새로운 예술적 언어와 보는 법을 구축해 독특한 그룹을 형성해 왔다고 평가한다. 실험영화를 그 자체의 고유한 역사를 가진 독립된 영역으로 간주하며 그것을 모던아트운동과 대중문화의 큰 맥락 속에 위치시킨다.
모던아트는 어떻게 예술로서의 영화와 만날 수 있었나?
상업영화가 ‘종합예술’이란 인기 장르가 되었을 때 모더니즘은 영화의 비내러티브에 주목했다. 특히 순수영화를 갈구했던 아라공은 극장과 결속된 불순하고 유해한 합성물로 이루어진 영화를 몰아내기 위해 새롭고 기발한 미학 그리고 최신의 아름다움에 대한 감각과 지각을 추구했다.
이것은 미래주의와 초현실주의로 향하는 노정에서 모던아트가 예술로서의 영화와 만나는 순간이었다.
전후의 실험영화는 어떻게 달라졌나?
전후 실험영화의 기조는 대개 블랙 유머와 오이디푸스콤플렉스 분위기다. 이런 퇴행적 유희는 사람들에게 카타르시스와 해방감을 주었다.
리스가 1966년 이후 영국에 주목한 이유는?
예술가들이 만든 영화, 비디오, 디지털미디어 작품들은 1970년대 이후 전 세계적으로 급격히 늘어났지만, 영국에선 1966년 즈음해 서서히 두각을 나타냈기 때문이다.
마노비치는 아방가르드의 비전은 컴퓨터에 의해 실현되었다고 말했다. 동의하는가?
그렇게 볼 수 있다. 전통 아방가르드와 달리 뉴미디어 아방가르드는 더 이상 대상을 새롭게 보는 법 또는 그것의 표현과 재현에 대해 관심이 없다. 대신 뉴 액세스 그리고 정보 조작과 처리 테크닉, 즉 하이퍼미디어, 데이터베이스, 영상정보처리, 검색엔진, 데이터마이닝, 시뮬레이션에 주목한다.
아방가르드와 컴퓨터의 관계는 뭔가?
아방가르드의 콜라주가 오늘날 컴퓨터의 ‘컷 앤드 페이스트cut and paste’ 명령으로 재출현했다. 컴퓨터는 새로운 형식을 위한 촉매제 역할을 하기보다는 축적된 예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예술가에게 창작적 ‘실험’을 보다 수월하게 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실험영화가 더 이상 비주류가 아니라는 이야긴가?
이 책에서 일관되게 주장하듯 실험영화는 주류의 변방을 떠도는 보완적 존재가 아니었다. 모던과 포스트모던의 콘텍스트 내에 엄연히 존재했으며 역사를 통해 증명되었듯이 주류 영화에 크고 작은 영향을 주었다.
이 책의 정체는 뭔가?
일종의 자립형 참고서 기능을 할 것이다. 이 책은 실험영화와 비디오의 핵심 역사와 주제에 정통할 수 있는 귀중한 자료다. 풍부한 주석과 참고문헌은 주요 용어와 인물들을 소개하고, 향후 연구를 위한 유용한 리스트와 지표를 제시한다.
이 정도로 만족하지 못하는 독자라면?
루돌프 아른하임의 << Film As Art >>, 데이비드 보드웰과 크리스틴 톰슨의 << Film Art: 영화예술 >>, 시트니의 <<시각영화>>, 호랙의 << Lovers of Cinema >>, 맥도널드의 << A Critical Cinema >>를 권한다.
대표적인 실험영화나 작가를 추천하면?
20세기 가장 중요한 영화작가로 평가받는 브래키지를 먼저 꼽고 싶다. 철저하게 주류를 벗어난 작품 제작에만 천착했던 그가 남긴 영화는 무려 350편이 넘는다. 그의 주요 작품은 DVD <스탠 브래키지: 앤솔로지 By Brakhage: An Anthology>로 나와 있다. 미국 아방가르드 영화의 대부로 불리는 리투아니아 출신 요나스 메카스도 만나 보길 바란다. DVD <6 DVD 박스세트: 중요 작품Six-DVD Box Set: The Major Works>을 통해 접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세계적 비디오아티스트인 빌 바이올라를 추천하고 싶은데, 그의 작품 <더 크로싱>, <더 아이 오브 더 하트>, <더 패싱> 등은 기본적인 인간의 경험, 즉 삶과 죽음 그리고 시간과 공간이 독특한 영상언어로 표현되었다.
지금 바로 실험영화를 감상하고 싶다면?
오리지널 필름을 구경할 수 없다면 구글비디오, 유튜브, 넷플릭스에서 중요 실험영화를 손쉽게 볼 수 있다.
왜 이 책을 번역했나?
실험영화와 비디오의 중요 작품, 작가, 스타일이 체계적으로 잘 정리되어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의 계획은?
좋은 작품 만들고, 부지런히 발표하고, 학생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교수가 되는 것이다.
당신은 누구인가?
성준기다. 멀티미디어 아티스트다. 미국 웨스턴켄터키대학교 뉴미디어과 부교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