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방가르드 영화: 다양한 형식과 주제, 열정의 발견
양민수 장민용이 옮기고 마이클 오프레이가 쓴 <<아방가르드 영화: 다양한 형식과 주제, 열정의 발견(Avant-Garde Film: Forms, Themes and Passions)>>
일상이 끝난 그곳에서 시작되는 아방가르드
<물놀이>는 처음부터 끝까지 파란 물줄기가 춤춘다. 이탈리아 티볼리의 바로크풍 정원에 달빛이 떨어진다. 내러티브 같은 것은 없다. 일상을 탈출한 본능의 리듬, 신비한 색과 소리가 길들여진 모든 기대에 침을 뱉는다. 여름휴가란 이런 것이다.
피서지에서 <<아방가르드 영화>>는 과하지 않은가?
휴가 목표가 저마다 다르지 않나? 아방가르드는 습관적이고 자연스러운 일상에 의문을 제기한다. 무딘 감각을 예민하게 회복하는 것이 휴가의 목적이 아닐까?
일상을 탈피하는 아방가르드 영화의 전략은 무엇인가?
관습적인 영화와 다르다. 있는 그대로의 재현과 인과율은 없다. 이미지는 자주 우리 시야를 벗어난다. 정신없이 빠르다. 어떻게 진행되는지, 시작과 끝을 아는 것도 쉽지 없다. 종종 사운드도 없다. 편하게만 생각했던 영화라는 개념이 흔들린다.
영화의 불편함이 의도하는 효과는 무엇인가?
영화는 이제 백 살이 겨우 넘은 청년 예술이다. 영화라는 매체에 내재한 예술성 발현이다. 이전에 다른 예술이 우리에게 주었던 감동과 자극을 이 새로운 매체에서 느끼게 하는 것이 아방가르드 영화의 목표다.
내러티브를 포기하는 대신 우리는 무엇을 얻나?
일상에서 놓치는 삶의 다른 리듬, 세계의 신비스러운 색과 빛, 내면을 강렬하게 울리는 진동이다. 점점 빨라지고 복잡해지고 파편화되는 세상에서 스스로 중심을 잡고 온전히 세상과 마주할 수 있는 창의성와 감수성을 얻는다.
이런 영화는 어떻게 봐야 맛을 알 수 있나?
당신의 영화 경험을 철저히 잊어라. 감각을 활짝 열어라.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다가서야 한다. 영웅도, 멋진 로맨스도, 즉각적이고 강렬한 자극도 존재하지 않는다.
<<아방가르드 영화>>는 무엇을 다루나?
이 책은 아방가르드 영화 역사를 개괄한다. 시대별로 독특한 영화미학을 전개하였던 작가와 작품을 통해 그들이 추구하였던 주제와 형식, 예술적 열정을 다룬다. 새롭고 낯선 영화를 안내하는 좋은 길잡이다.
이 책의 즐거움은 무엇인가?
지금까지 쉽게 접할 수 없었고, 찾아보지 않으면 지나칠 영화예술의 최전선을 경험한다.
이 책을 즐겁게 보는 방법은?
책에서 다루는 영화를 찾아보면서 책을 읽어라. 최근 미국과 유럽 실험영화가 디브이디로 출시되었다. 서울국제실험영화제를 포함한 많은 영화제에서 국내외의 아방가르드 영화를 소개하기 시작했다.
아방가르드 영화의 전범은 어떤 작품인가?
<카메라를 든 사나이>다. 기준을 만들기 어려운 장르 특성에도 불구하고 전범이 되는 영화다. 오늘날까지 영화의 재미, 에너지, 대담함, 기술적 매력을 확인할 수 있다. 위대한 시적 영화의 성과물 중 하나다.
<카메라를 든 사나이Man with a Movie Camera>(1929, 지가 베르토프 감독)
청량감을 자극하는 아방가르드 영화도 있는가?
<물놀이>다. 영화 내내 파란 물줄기가 춤을 춘다. 이탈리아 티볼리 정원에서 달빛이 비치는 바로크풍을 배경으로 촬영했다. 내러티브 부담 없이, 영화는 강렬한 시각 경험과 건축 형식을 찬양한다. 영화의 아방가르드적인 특성은 내러티브 예술영화가 끝난 그곳에서 시작된다. 급진적인 내러티브의 포기, 종합예술에 대한 반항, 예이젠시타인과 할리우드가 함께 찬양한 스펙터클이 이 영화에 다 있다.
디브이디로는 이 영화를 찾을 수 없던데, 이유가 있나?
일부러 안 만든다. 필름으로 봤을 때만 느낄 수 있는 색채가 있다. 그 특성이 안 보이기 때문이다. 아래 이미지로도 진가는 확인하기 어렵다.
<물놀이Eaux D’Artifice>(1953, 케네스 앵거 감독)
아방가르드 영화사에 가장 영향력 있는 작품은 무엇인가?
<파장>이다. 영화는 롱 테이크와 줌 숏의 개념적 쟁점, 실제 현실과 영화 현실 사이의 철학 문제, 살인이라는 내러티브, 컬러 필터와 편집된 지속성을 포함한다. 감독 마이클 스노는 1960년대와 1970년대 구조주의 영화를 주도했다. <파장>은 추상 회화를 영화에서 실현한 국제적인 사건이었다.
<파장>의 실험성은 어떤 모습으로 우리 앞에 펼쳐지는가?
고요함과 매일 일어날 수 있는 일상성을 강조한다. 스스로 끊임없이 형태를 바꾼다. 영화 초반에는 일반 가정에서 일어날 법한 이야기를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담아낸다. 이내 필름 누아르적 내러티브 단편으로 바뀌고, 형식적 진행 영화로, 다시 사진을 이용한 존재론적 에세이로 전환된다.
<파장Wavelength>(1967, 마이클 스노 감독)
당신은 피서지에서 이 책을 어떤 방법으로 즐길 것인가?
가족과 함께 매년 같은 곳으로 여행을 간다. 보고 싶었던 책을 아주 천천히 읽는다. 이 책도 그렇게 볼 것이다.
당신은 누구인가?
장민용 서경대학교 영화영상학과 교수다. 실험영화 작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