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살리는 교육
교육정책, 교육개혁 신간 <<아이를 살리는 교육>>
한 놈만 살면 돼?
시험으로 대학 가는 것은 공정한가? 대학의 성적순 서열은 당연한가? 반값 등록금은 국가 재정을 파탄시키는가? 그렇다고 대답한다면 입시지옥은 끝나지 않는다. 아니라고 대답한다면 <<아이를 살리는 교육>>이 무엇인지 대답해야 한다.
우리나라 학부모의 가장 심각한 문제점은?
현 체제에서 내 아이만 잘 키우면 된다는 이기주의다. 아이들이 무한경쟁에 내몰리고 모두가 불행해지는 ‘죄수의 딜레마’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원인이 여기 있다. 아이들이 공정한 기회를 가질 수 있는 정책운동이 필요하다. 이미 학벌은 세습을 시작했다.
교육정책 전문가의 문제점은?
이념이 아이들보다 우선하는 것, 그리고 사고 경직이다. 외국 제도의 운영원리를 이해하지 못한 채 겉모습만 들여와서 적용하니 실패는 당연하다.
신제도주의가 대안이 되는가?
제도의 원칙과 운영원리 이해에 도움이 된다.
대학 입시에 답이 있는가?
개혁해야 한다. 현행 입시제도는 평가란 이름으로 교육을 배제시키고 학생들을 소외시킨다. 폭력과 다르지 않다.
대학 서열을 완화할 수 있을까?
그것이 개혁의 선행조건이다. 대학 입시가 간단해지고 경쟁도 완화된다.
국공립대 공동학위제가 대안인가?
그렇다. 정부는 국립대 공동학위제에 참여하기 위한 대학 자격기준을 제시하고 그 기준에 맞는 대학이 국립대 네트워크에 들어올 경우 얻게 될 선물 보따리를 제시한다. 국립대 공동학위제에 가입하는 대학에 우선적으로 반값 등록금을 실시함으로써 고등교육의 공립화를 추진한다. 현재 20% 정도에 불과한 국립대 학생 비율을 차기 대통령 임기 5년 내 두 배로 늘리고 장기적으로 80%까지 늘려 나간다.
서울대학교 존폐 문제는?
서울대학교가 공동학위제에 가입할지의 여부를 서울대학교의 선택에 맡기면 된다.
서울대학교가 안 들어오면 공동학위제가 효과가 있겠나?
입시와 학벌주의의 정점에 서울대학교가 있다. 그러나 서울대학교 폐지를 일차 목적으로 해서는 개혁이 성공하기 힘들다. 여론의 반대나 기득권의 반발도 문제이지만 서울대학교 구성원의 협력 없이 혁신은 성공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혁신학교처럼 국립대 공동학위제에 참여할 대학을 신청받아 자발성에 기초한 혁신을 제안해야 한다. 다른 국공립대부터 교류를 시작하고 공동학위제를 통해 수월성과 경쟁력이 향상되면 서울대학교도 태도를 바꿀 것이다.
공동학위제 국공립대가 서울의 사립대와 경쟁할 수 있을까?
조건이 비슷한 다수의 대학이 있는데 학생이 어디든 자유롭게 옮겨 다닐 수 있다면 국립대학의 각 캠퍼스는 서로 우수한 학생을 유치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할 것이다. 입학하면 끝인 지금의 대학과는 완전히 다르다. 학생들이 대학을 비교하면서 선택하게 될 것이므로 국립대끼리 경쟁이 불가피하다. 그러나 동시에 사립대학은 물론 외국 대학과도 경쟁해야 하므로 서로 협력하는 공동운명체가 된다. 신제도주의적 시각에서 얻을 수 있는 직관이다.
그럼 사립대는 어떻게 하나?
자율성을 주고 경쟁력이 떨어지는 대학은 정부가 인수하거나 ‘사회적 대학(준공립대학)’의 기준을 갖추도록 하여 시민대학으로 전환한다. 시민대학은 미국의 2년제 커뮤니티 컬리지와 독일에서 평생교육과 예체능교육을 담당하는 시민대학의 역할을 복합적으로 담당하도록 설계하고 지역사회와 밀착하여 평생교육의 장이 되도록 한다.
사립대 네트워크도 가능한가?
권장사항이다. 영국의 캠브리지나 옥스퍼드처럼 교육 이념을 같이하는 대학들이 같은 이름을 쓰면서 각각의 캠퍼스로 운영한다. 서열을 약화시키고 대학 간 협력을 강화하도록 한다. 정부는 사립대 네트워크에도 국립대에 준하는 지원을 한다.
공동학위제가 안 먹히는 이유는?
한국인은 시험성적으로 대학 가는 게 가장 공정하고 대학 서열이 당연하다는 신화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공동학위제를 선택하는 데 두려움을 느낀다.
대학이 평준화되면 교육의 질이 떨어지지 않을까?
그렇게 믿는 사람이 많다. 어차피 대학 서열은 다시 나타날 것이고 반값 등록금을 실시하면 재정이 파탄날 것이라 겁낸다.
다 기우인가?
외국의 사례나 국내의 혁신 사례를 살펴보라. 목적이 뚜렷하고 옳은 방법을 찾는다면 입시지옥을 끝내고 교육을 혁신할 수 있다.
교육정책을 공론화하고 논의를 거쳐 정책을 결정할 수 있는 방법은?
대선이 매우 좋은 기회다. 합리적으로 토론하다 보면 해결책은 반드시 있다. 조급하게 서두르지 말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충분한 의견수렴을 거쳐야 시행착오 없이 나아갈 수 있다.
<<아이를 살리는 교육>>은 어떤 책인가?
우리 아이들을 교육 지옥에서 구하기 위한 책이다. 교육이 본래의 목적에 충실할 때 우리 아이들은 큰 인재가 될 수 있다. 오로지 아이와 학부모, 교사의 입장에서 우리 교육 문제의 해결책을 모색했다.
어떻게 책을 만들었나?
2010년 초부터 트위터에서 공동연구자를 모집하고 알음알음 전문가를 소개 받아 교육정책연구모임을 만들었다. 교사, 교수, 학부모들이 한 달에 한 번씩 만나 공동학습, 집단토론을 하고 각자의 분야를 집필했다.
이 책의 특징은?
좌우 이념을 벗어던졌다. 신제도주의적 입장에서 아래로부터의 혁신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원칙에 기초하여 개인이 이익을 추구하면 공익이 성취되도록 운영규칙과 보상구조를 합리화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우리의 대안은 좌우 모두 받아들일 수 있는 국민적 합의가 가능한 합리적 대안이다.
신제도주의란?
2009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엘리노 오스트롬 교수가 속한 학파로, 인간이 서로 협력하여 장기적으로 윈윈하는 조건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데 주목하는 입장이다. 2009년에 노벨상을 수상한 것은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21세기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이런 시각이 대세가 될 것임을 시사한 것이다.
10년 로드맵의 내용은?
10년을 기준으로 2013년부터 연도별로 정부가 할 일, 대학·학교·시민사회가 할 일을 나누어 제시했다. 교육혁신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전략이 필요하다. 어떤 개혁이든 현실에서 중요한 것은 ‘무엇을’ 보다는 ‘어떻게’다. 로드맵은 이 ‘어떻게’를 요약해서 보여준다.
너무 길지 않은가?
외국의 개혁을 보면 고등교육 혁신은 10년이 지나야 성과가 있었다. 우리가 제안하는 정책 중에는 국민적 동의 없이 정부가 마음만 먹으면 쉽게 실행할 수 있는 것도 있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오랜 토론을 통해 국민적 합의를 거쳐 시행해야 하는 것도 있고, 몇 개의 시범 지역과 학교를 선정해 실험과 연구를 통해 확산해야 하는 것도 있다. 이런 정책들의 우선 순위와 상호 영향을 고려하여 로드맵을 미리 설계하는 것이 바로 전략이다.
당신은 누구인가?
조기숙이다. 이화여자대학교 교수다. 이 책을 함께 쓰고 엮었다.